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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우원식 원내대표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표정은 밝지만 머릿속은 복잡하다. 최근 당 상황 때문이다. 민주당이 위기여서일까. 아니다. 당 60년 역사상 지금처럼 '태평성대'한 적이 없다. 당 지지율도 역대 최고치 수준이다. 

추 대표 고민의 시작과 끝은 4개월여 남은 6·13지방선거다. 지지자들로부터 ‘선거의 여왕’이란 별칭을 얻은 그가 왜 선거 때문에 머리가 아플까.

출전지는 정해져 있는데 출전을 원하는 선수들과 출전시켜야할 선수들이 많아서다. 출전을 원하는 선수들과 출전시켜야할 선수가 마땅찮은 다른 당을 생각하면 행복한 고민이다. 

추 대표는 최근 전현희 민주당 의원 등 지방선거에 나가려고 하는 일부 현역 의원들을 만났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고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는 전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대표님께서 현역 의원들이 출마하면 제1당의 지위가 위태롭다고 하면서 출마를 만류하고 싶다고 했다"면서도 "그렇지만 경쟁력 있는 현역들이 나가야 지방선거를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는 현실적 고민을 그들에게 털어놨다"고 말했다.

현재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현역 여당 의원은 서울시장에 민병두 의원, 박영선 의원, 전현희 의원 등이 있다. 경기지사엔 전해철 의원이, 전남지사엔 이개호 의원 등이 도전한다. 대략 10여명 안팎이다. 물론 경선을 거쳐야 한다. 경선에서 원외 선수가 현역 의원들을 제치고 나갈 수도 있다. 현역의원 4~5명이 경선을 통과해 동반 출격할 경우 자유한국당에 제1당을 내줄 수 있다. 현재 두 당의 의석수는 민주당이 121석으로 한국당보다 4석 많다.

자칫 지방선거때 기호가 바뀔 수 있다. 지금 그대로 간다면 민주당이 1번, 한국당이 2번이지만 5월14일 기준 의석수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기호가 바뀐다는 건 선거를 치르는 후보들 입장에서 매우 불리하다. 기호1번을 달고 선거에 나서는 것과 2번을 달고 나가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민주당 역대 최장수 당 대표인 추 대표에게 이번 지방선거 승리는 절실하다. 당원들의 염원을 담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추 대표의 다음 행보에 꽃길이 놓인다. 아울러 ‘선거의 여왕’이란 간판도 계속 달고 갈 수 있다.

추 대표 지지자들은 “추 대표가 대통령 3명을 만들었고, 여성 최초 지역구 5선의원에다, 최초 탄핵을 성공시킨 여성의원”이라고 치켜세운다.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 민주당 김대중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유세단장을 맡아 대구 등 영남 지역을 누비며 김 대통령 당선에 큰 공을 세운 건 유명하다. 

2002년에도 제16대 대통령선거 민주당 노무현후보 국민참여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아 대선 승리를 이끌었고, 지난해엔 당대표로서 대선을 승리로 장식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여당 안팎에선 추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면 차기 대권까지 노릴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고 본다. 추 대표가 지방선거 출마설을 일찌감치 잠재우고 당대표 역할에 충실한 것도 '큰 정치'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면 곧바로 차기 민주당 대선주자 반열에 오를 것이란 얘기다.

추 대표에겐 다행히 시간이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덕분에 생긴 시간이다. 추 대표가 간접적으로 현역의원들의 출마를 걱정한다는 의사만 나타냈지, 적극적으로 막을지 결정하진 않았다고 한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곧바로 결단을 내릴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의원들을 주저 앉히느냐 아니면 선수로 차출하느냐 그의 판단에 달렸다.

추 대표는 올림픽 기간에 평창을 몇차례 방문할 예정이다. 지방선거에 나설 현역 의원들도 역시 평창에서 적극 홍보에 나선다. 평창에서 추 대표와 조우할 현역의원들의 표정에서 추 대표의 의지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선거의 여왕' 타이틀을 지켜줄 필승의 카드가 평창올림픽 이후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