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와 '플미 티켓' 사이…‘팬심’ 가로막는 '매크로' 처벌할까

[the300][이주의 법안]②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판매 방지법'



2013년 3월 11일.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회의가 열렸다. 이날 가장 관심을 끈 것은 과다노출 5만원, 스토킹 8만원, 암표판매 16만원 등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경범죄 처벌법 시행령 개정안’이었다. 당장 미니스커트와 장발을 단속하던 박정희 대통령 유신 시절을 연상시켰고 야당을 비롯해 반대여론이 비등했다.

경범죄 처벌법은 불법성이 경미한 경우 경미한 제재수단을 통해 법을 준수하도록 하는 목적을 갖는다. 범죄에 대한 경고와 예방기능이 있으므로 우리사회의 실정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이어져왔다. 그러나 폐지론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법 규정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함부로’ ‘지나치게’ 등 판단 기준을 명확히 알기 힘든 단어들로 인해 경찰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국민의 자유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크다. 경범죄의 범위 또한 국가가 과도하게 시민의 삶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암표 판매에 대한 경범죄 처벌 적용도 양쪽 시각 모두 가능하다. 경범죄 처벌법엔 암표 판매가 적발되면 일률적으로 16만원의 범칙금을 매기도록 했다. 이전엔 즉결심판으로 넘겨 3만원, 5만원 식으로 벌과금을 물렸다. 즉결심판 절차를 없앤 대신 암표 거래 처벌의 타당성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른다.

엑소 팬미팅 70만원, 세븐틴 콘서트 60만원, 워너원 팬미팅 58만원. ‘티켓베이’와 같은 온라인티켓 거래 사이트에서 팔리는 공연티켓 가격이다. 영화나 명절 기차,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같은 장소에서 암표상이 조금의 웃돈을 붙여 팔던 시절과 달라진 세태다. 온라인 판매가 중심이 되고 암표라는 말이 사라진 자리를 ‘플미 티켓(프리미엄 티켓)’이 채웠다. ‘플미꾼’. ‘플미충’과 같은 신조어도 아이돌 팬덤 사이에선 익숙한 용어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연법 개정안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판매 금지법’이다. 공연이나 운동경기 현장에서의 암표 판매는 경범죄 처벌법에 의해 단속되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는 암표에 대해선 단속근거가 없다. 따라서 주문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 즉 매크로를 이용해 구입한 티켓을 매입가격 이상으로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 이미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8개나 국회에 제출돼 있다.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상습적 또는 영업 목적의 티켓에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것을 규제하자는 공연법 개정안, 매크로를 이용한 사재기·판매를 금지하는 경범죄 처벌법 개정안, 전자상거래에서 매크로를 금지하자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재산상 이득을 위한 매크로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해법도 다양하다.

공통점은 온라인상에서 개인의 ‘플미 티켓’은 용인하되 매크로를 이용한 사재기와 재판매를 규제하자는 것이다. 개인의 암표판매를 규제하던 시절에 비해 분명 의미 있는 변화이다.

◇“이 법은 타당한가?”= 단속의 실효성과 범죄 예방효과에 대한 의문을 해결해야 한다. 온라인상에서 IP와 ID 추적을 할 때 개인정보의 침해 가능성 때문에 사법 경찰관을 통한 단속 권한과 단속 인력의 확보가 어렵다고 지적된다.

매크로를 단속한다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목표인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국내의 한 곳의 거래사이트에서만 한해 400억원의 거래가 이뤄지고 글로벌 2차 티켓 시장이 2020년까지 약 17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은 양성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 시장은 판매자와 수요자, 그리고 거래중계자로 구성돼 있다. 이 법안은 판매자, 그중에서도 매크로를 이용한 상업적 판매자를 처벌하자는 것이다. 반면 언제든지 웃돈을 주고서라도 티켓을 구입하겠다는 수요가 있다. 이들의 요구는 사재기를 막아달라는 것과 함께 너무 높은 프리미엄으로 ‘팬심’을 가로막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법안의 통과가능성은 높지만 프리미엄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현실에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거래중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찰이나 사법적 개입 이전에 티켓사이트들의 자율적 규제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반복적이고 상업적인 판매자의 등록은 제한하고 개인 간 거래는 더욱 보호하는 식의 조치 말이다. 티켓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중계수수료가 늘어나는 수익모델에만 기대 매크로 ‘플미티켓’을 방조한다면 수요자들의 규제나 처벌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수요자의 법 의지와 법 감정이 결정적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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