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과 창조적 파괴의 현장

[the300][손학규 4차혁명 밑돌놓기①]창업 생태계와 챌런저들을 처음 만나다

'자유로운 나라에서 부자 되기'. 아직 아메리칸 드림은 살아있었다. 하지만 현 세대는 선조들과 아메리칸 드림을 쟁취하는 방식이 달랐다. 

오늘날의 미국을 있게 한 '프론티어 정신'이 4차산업혁명의 DNA로 작동하고 있었다. 미국은 이미 새로운 도전과 창업의 메카이자 신기술의 진원지로 도약하고 있었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대 기업 중 6대 기업이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했다. 애플(Apple), 구글(Google), 페이스북(Facebook), 등 시가 총액의 2위에서 6위까지의 기업이 모두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틀었다. 미국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디지털 경제, 네트워크 경제, 그리고 융복합 글로벌 기업이다. 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창조와 혁신' 이다.

◇현신의 고장, 실리콘밸리에 도착하다◇
내가 본 실리콘밸리는 혁신의 고장으로 세계의 변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혁신은 원래 변화에 적응하는 자세를 일컬었는데, 이제는 혁신이 변화를 이끄는 세상이 되었다. 기술 혁신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고 있고, 실리콘밸리가 그 혁신의 본산인 것이다. 

이곳 기업들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다. 페이스북이나 엔비디아(NVIDIA)는 사무실의 칸막이가 없었다. 게다가 외부인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들 회사 평균 근무 기간도 4년 정도라고 한다. 근무 시간도 자유롭게 유동적으로 근무할 뿐 아니라 자율적이고 개방적이며 토론유도적인 환경이기 때문에 창조적인 지혜가 나올 수 있었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것이 현실이 되어 나온다. 로스엔젤러스(LA)와 뉴욕을 한 시간 만에 주파하는 기차를 개발한다고 한다. 테슬라 기업은 화성 여행객을 모으는 사업이 진행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이제 범용 기술이 되어가고 있다. 우버(Uber)는 샌프란시스코의 택시를 없앴고, 이제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는 미시간이나 디트로이트가 아닌 실리콘밸리가 됐다. 세계 최대 가전 전시장 CES에 자동차 기업들이 앞 다투어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컨넥티드 경제가 미래의 중심으로 부상하기 때문이다.

인텔 부사장 겸 모빌아이 CEO(최고경영자)인 암논 샤슈아 교수가 9~12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 2018'에서 자율주행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계 인재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다. 커피숍에 앉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노트북에 고개를 파묻고 열심히 뭔가를 찾는다. 샌프란시스코가 금광 채굴에서 개발된 것처럼 지금 이들은 마치 금맥을 노트북에서 캐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을 바꿀 에너지가 여기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창조적 에너지는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실리콘밸리 인구는 150만명이다. 한국으로 비교하면 광주광역시 정도의 인구다. 70억 세계 인구의 0.02%에 지나지 않는 인구가 전 세계 GDP의 20%를 생산한다고 한다. 휴렛패커드에서 시작한 실리콘밸리는 세계에서 시가 총액이 가장 높은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이 모두 이곳에서 창업했다.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시가 총액이 GM이나 포드보다 높다. 윤태양 대표

◇실패에서 돋아나는 벤처·창업 성공의 씨앗◇
11월 어느 날  패트릭 정(Patrick Chung)이라고 하는 벤처투자자의 초청으로 벤처기업들이 몰려있는 곳에 갈 기회가 있었다. 실리콘밸리 브로드웨이 585 거리에 있는 커다란 건물에 100여개의 조그만 벤처기업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또 한번은 윤태양 대표가 2011년 창업한 자동차 역경매 서비스 벤처인 '카팜(KarFarm)' 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곳 사람들이 전한 실리콘밸리는 실패를 인정해 주는 문화가 있다. 그래서 여기서 새로운 기업이 생기고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새로운 세계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모델이 아닌가!

이 도시엔 벤처 정신, 즉 파괴적 창조 정신이 넘쳐났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가 대선 경선에 실패했다고 하니까 "바로 그것이 힘"이라며 "다시 한 번 도전하라"고 권한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하나하우스(Hanahaus)를 간 적이 있다. 블루 버틀(Blue Bottle) 커피 체인점이다. 스타트업 기업으로 커피 원두에 물을 부어 내려 만드는 드립 커피(drip coffee) 맛이 좋았다. 이 회사는 최근 네슬레(Nestle)가 5000억 원에 인수했다. 들어가면서부터 놀랐다. 

커피숍에 들어서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노트북을 앞에 놓고 작업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이 창업자들로 보였다. 안쪽에 하나하우스 작업장(Workspace)이 있었다. 창업자들이 돈을 내고 공간을 이용하고 비서일 등을 제공받는 곳이다. 사무실이 없는 사람들이 창업을 위한 사무공간으로 빌려 쓰는 곳이다. 

실리콘밸리는 일상이 혁신에 젖어있었다. 어느 날 점심을 팔로 알토 중심부 상가에 있는 ‘우마미 버거’에서 먹었다. 이 곳 메뉴 중 ‘불가능 버거’(The Impossible Burger)가 유명하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한 생화학 교수가 개발한 햄버거 패티는 고기가 아닌 야채로 만들었는데 맛은 일반 햄버거와 똑같다. 

실리콘밸리는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고기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식동물인 소의 사료에 육류를 넣고 이것이 광우병의 원인이 되는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물로 고기 맛을 똑같이 내는 버거를 개발한 것이다. 실리콘밸리 4차산업혁명의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인 바이오 혁명의 한 모습을 식당에서 만났다.

◇ 창조적 파괴에 몸을 던진 미래 도전자들◇
애플 판매장도 가 봤다.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교육하고 사고파는 곳이다. 널찍한 공간에 인상부터 개방적이다. 리모트 콘트롤로 상담을 하는 로버트 빔 판매장도 갔었다. 상담자는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다.

함께 간 지인은 "사이버(cyber)가 리얼(real) 세계이고, 리얼 세계가 사이버 세계다. 앞으로 사이버 세계가 리얼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사이버'는 언제, 어디서 올 지 모르는 급격한 변화에서 유발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명칭은 앞선 1,2,3차에 이어 4차라고 하는데 지금의 상황을 대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언젠가 알고리즘이 인간을 지배하고, 앞으로 세상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인간을 파편화시킬 것이고 가짜 뉴스가 잘못된 행동을 유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리콘 밸리에서 세상 및 인간 변화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각성하는 계기였다.
 
실리콘밸리에서 미래세계 개척자들을 만났다. 한국, 중국 출신으로 새 분야를 개척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 ‘굴기’(崛起)를 이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출신인 카이노스매드의 이기섭 회장은 뇌질환, 암, 감염성 질환분야에서 혁신적인 치료제 신약을 연구 개발하는 글로벌 기업을 창업했다. 그는 의기양양하고 한국과 글로벌 사회에 대한 비전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이전에 컴퓨터칩 개발회사인 Silicon Image(SIMG)를 공동창업했고, 인텔과의 협업으로 표준 기술(de facto Standard)를 개발해 3조 매출에 나스닥(NASDAQ) 상장까지 성공시킨 인물이다. 

그와 중국의 부상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중국은 2003년에 실리콘밸리의 고급 인력 5000명을 최고 대우를 줘가며 자국으로 유치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경우 인재가 가고 싶어도 ‘텃세’ 때문에 갔다가 돌아오거나, 이제는 엘리트들이 갈 생각을 안 한다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를 최우선적으로 개척하는 것이 국가의 임무다. 그와 대화하는 가운데 대통령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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