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마주한 '도래할 과거, 지나온 미래'

[the300][손학규 4차혁명 밑돌놓기-프롤로그]만덕산에서 실리콘밸리까지

2018.01.26 국민주권개혁회의 손학규 의장 인터뷰/사진=이동훈 기자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 대선 후 미국에 잠시 머물던 그가 돌아왔다. 손수 적은 미국 실리콘밸리 관찰기를 들고서다. 그는 줄곧 ‘현장’에 천착했다. 2006년 ‘100일의 민심 대장정’은 탄광, 텃밭, 바닷가 등 삶의 현장을 점선으로 이어갔다.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였던 강진의 만덕산에 머물 땐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질문을 던지며 답을 구했다. 정치 현장을 뒤로 하고 그가 찾은 곳은 실리콘밸리. 그는 역동성, 창조적 파괴 등의 키워드를 담아왔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손 고문의 실리콘밸리 일기를 온라인에 연재한다. 그 시작으로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시아미래연구재단 사무실에서 손 고문을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손 고문은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 실리콘밸리에서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원래 첨단 산업단지 조성에 관심이 많았다. 2005년 경기도지사 시절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을 진두지휘했다"고 설명했다. 2005년 시작된 판교 밸리는 이제 최고의 IT 기업이 몰리는 첨단 기업단지로 발돋움했다.


손 고문은 실리콘밸리를 '파괴적 창조'의 현장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현재의 질서가 '파괴' 되는 현장을 직접 봤다"며 "과거 자동차 산업이 디트로이트의 집적산업단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테슬라가 위치한 실리콘밸리로 옮겨졌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브랜드의 생산 공장을 중심으로 주변에 부품단지가 자리 자리 잡아 산업을 키우면 정부가 세제혜택을 제공하던 방식과 전혀 다르다는 의미다.


그가 본 실리콘밸리는 언어와 인종을 뛰어 넘은 디지털 노마드 세계였다. 손 고문은 "회사마다 백인, 중국계, 인도, 히스패닉 등 다양한 사람이 한데 뒤섞여 일을 하고 있었다"며 "영어를 못해도 코딩을 잘 하는 엔지니어는 곧바로 영입하는 개방성을 가졌다"고 전했다.

2018.01.26 국민주권개혁회의 손학규 의장 인터뷰/사진=이동훈 기자


실리콘밸리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없는 근로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사무실로 출퇴근하거나 조직 내 위계질서에 갇혀있기 보다 커피숍, 햄버거 가게 등에서도 노트북 하나만 켜놓고 일 할 수 있었다. 손 고문은 "이같은 분위기가 실리콘밸리의 개방성과 혁신성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사무 공간 설계도 기업문화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손 고문은 "페이스북, 구글, 엔비디아(Nvidia)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벤처기업을 직접 방문했는데 부서간 칸막이가 전혀 없었고, 외부 방문객을 '아이디어 공유' 대상으로 받아들여 대부분 공개했다"며 "모든 걸 열어놓고 소통할 때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꿈틀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도 '혁신창업생태계' 조성을 적극 추진하지만 정부가 두드러지는 점은 아쉽다고 조언했다. 손 고문은 "실리콘밸리에서는 '국가'가 보이지 않았다. 민간 주도로 자연스레 만들어진 혁신도시"라며 "우리 정부는 기술개발(R&D)사업, 창업 지원 등의 역할에 정부나 관(官)이 너무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해외 기업의 국내 유입에 보수적인 점도 궁극적으로 창업생태계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고문은 "인재들이 한국에서 외국으로 나가기도 어렵지만 그 반대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관료들이 만든 규제때문이다"며 "과감하게 개방하고 거기서부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해 말을 아꼈던 손 고문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 추진과 관련 "나도 통합론자다. 하지만 저렇게 다 분리된 상태에서, 호남을 떼어 놓고 뭘 하려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통합 이후의 행보에 대해 손 고문은 "싸우지 말아야 할텐데…"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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