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미설치 "의무설치 아니어도 책임 면하기 어렵다"

[the300] '일반적 주의의무 위반' 이유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성립가능… 중환자 결박규정은 엄격히 허용


경찰, 국과수,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18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와 관련해 스프링클러 등 안전설비 미흡으로 피해가 커졌다는 점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법령상 안전설비 확충 등이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병원 측이 민·형사상 책임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안전설비 확충 등 법령상 의무는 최소한의 기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한경 변호사(유앤아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는 28일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통화에서 "소방 관련 법령에 따르면 밀양 세종병원이 스프링클러 설치의무가 있지 않다해도 의료법은 병원 등 의료기관에 폭넓은 설비관련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병원 측의 민·형사상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오전 7시30분쯤 발생한 세종병원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사망자 38명에 부상자 151명 등 189명에 달한다. 피해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화재 조기진압을 위한 스프링클러(살수장비)가 설치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소방시설법상 연면적 5000㎡(약 1500평) 미만인 세종병원은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기관이 아니다. 송병철 세종병원 이사장도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건물 면적상 스프링클러 설치대상이 아니다. 소방점검을 꾸준히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법이 안전설비 설치의무를 강제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실제 2015년 9월 대법원은 2014년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 화재로 22명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요양병원 이사장 A씨에 징역 3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사고 역시 해당 요양병원이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음에도 병원 관리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됐다. 이 사고 이후 당국은 법령을 개정해 중증 질환자가 주로 입원한 요양병원의 경우 면적을 불문하고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당시 대법원은 소방시설법상의 미흡한 부분이 아닌 일반적인 주의의무 위반을 문제로 삼았다. 대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서의 '업무'란 소방시설법 범위에 한정되지 않는다"며 "A씨는 조기 진화나 화재 확대를 지연시킬 수 있는 스프링클러 등 물적설비를 충분히 갖추지 않으면 화재 발생시 더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설치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A씨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심의 유죄판단이 옳다고 봤다.

의료법상 시설설치 의무나 일반적 주의의무 외에도 산업안전보건법상으로도 병원 측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신상철 변호사(법무법인 요수)는 "병원 역시 넓은 의미의 '사업장'에 속하는 만큼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시설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대재해의 경우 사업주가 모든 사전적 법적 조치 및 신의칙상 인정되는 안전배려의무 등 관련 주의의무를 최선을 다해 이행한 데다 사고가 외부 변수에 의해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당시 세종병원 중환자실 입원 환자 중 18명 이상이 화재 당시 결박 상태였다는 점도 논란이 일었다. 결박을 푸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돼 구조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현행 의료 관계법령에 따르면 병원에서 환자들을 필요에 의해 결박 상태에 두는 것은 법령 위반이거나 불법이 아니다. 신체억제대(보호대)를 자주 사용하게 되는 ‘요양병원’에 대해선 의료법 시행규칙에 관련 규정이 있다. 시행규칙 ‘별표 4의2‘에는 요양병원 개설자가 환자의 안전을 위해 환자의 움직임을 제한하거나 신체를 묶는 경우에 준수하여야 하는 사항이 열거돼 있다.

종합병원 피부과 의사인 A씨는 “요양병원이 아닌 일반병원도 불가피한 결박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선 동의서를 받고 있다”며 "신체보호대는 낙상 등 의료사고를 방지하는 등의 기능도 있어서 환자 안전을 위해서도 불가피했는데 환자인권 측면에서 문제의식이 있어 최근에는 동의절차 등에 병원도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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