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는 2018-01-23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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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조직위원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9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남북 단일팀 구성을 우려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다음 날인 20일 나 의원의 조직위원직을 파면해 달라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22일 기준 이 청원엔 약 10만명의 시민들이 동참했다. 이 정도 속도면 2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는 30일 동안 20만명 이상 참여한 청원에 답변을 해야 한다. 이 청원 외에도 나 의원 파면 청원은 20건을 넘었다. 반면 국회는 조용했다. 절차가 복잡한 국회 청원은 말할 것도 없고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제안할 수 있는 국국민제안 게시판에도 관련 글은 단 한 건도 올라오지 않았다.
민의의 전당. 국민들의 뜻이 모이는 곳이라는 국회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국민들의 말길은 청와대를 직접 향한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된 지난해 8월17일 이후 국회에 접수된 청원 건수는 청와대의 0.03%에 불과하다. 민의의 전당 자리를 국회가 아닌 청와대가 차지한 셈이다.
◇30년 국회 청원, 5개월 靑의 3.6%=2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13~20대 국회(1988-2018년) 약 30년 간의 국회 청원을 전수조사한 결과 총 3447건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청와대 국민청원은 약 5개월 간 9만5000건 이상의 청원이 접수됐다. 30년 국회 청원이 5개월 청와대 청원의 3.6%에 불과했다.
청원은 국민이 국가기관에 의견·희망을 개진하는 것으로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중 하나다. 헌법 제26조에 따르면 국민은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해당 청원에 대한 심사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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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참여·직접 민주주의가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청원 활동도 활발해졌다. 스스로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고 말하는 문재인정부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을 열었다. 누구나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에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지난해 청소년 강력범죄가 문제되자 30만명이 청소년 보호법 폐지 청원에 참여했다. 결국 청와대의 1호 답변을 끌어냈다. 조국 민정수석이 직접 나서 청원에 대한 청와대 입장과 대책을 설명했다. 낙태죄 폐지, 권역외상센터 지원 문제도 화제가 됐다.
최근엔 가상화폐 이슈로 들끓는다. 현재 7000건에 가까운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한 정부 규제 반대 청원에는 22만명 넘게 참여했다. 청와대의 공식 입장 발표가 불가피하다. 반면 국회엔 가상화폐 관련 청원이 아직 단 한 건도 없다.
◇복잡한 국회 청원, 민원은 靑으로=국회 청원은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여론수렴 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 왔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원 1인 이상의 소개를 받아야만 제출이 가능한데 이 때문에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며 2006년 위헌 여부를 다퉜다. 헌법재판소는 결국 합헌으로 결정했으나 당시 "청원권 행사에 의원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어 청원권을 사실상 박탈해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는 반대의견도 있었다.
청원을 심사하는 각 상임위원회 청원소위원회 실적도 형편없다. 20대 국회에선 법제사법위 등 8개 상임위가 아직 단 한 차례도 청원소위를 열지 않았다. 이날까지 119건의 청원이 국회에 접수됐지만 상임위에서 다룬 청원은 28건에 불과하다. 한 번도 다뤄지지 않은 청원이 전체의 76.4%에 달한다. 기획재정위는 아예 청원소위를 없앴다. 기재위 관계자는 "청원소위를 해봤자 4년에 고작 2~3번에 불과해 따로 운영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폭발적 인기와 함께 국회 청원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정재룡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국회 민원이 감소하는 상황을 수수방관할 수 없다"며 "민원조사청문회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민원으로 제출된 국민의 고충을 해소하고 제도적 개선책을 강구하는 데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라며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의원 2인 이상이면 청문회를 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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