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남북 단일팀, 청년기회 뺏는걸까

[the300][뷰300]文대통령, 선수촌 격려방문…'국익' 있지만 반대 여론도


【진천=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빙상경기훈련관을 방문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단을 격려 후 한 선수의 스틱에 사인을 하고 있다. 2018.01.17. photo1006@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은 인권 감수성이 남다르다. 일생을 인권변호사로 살았다. 멘토이자 정치동지인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같은 '인권변호사'이지만 결이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애초 세법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반면 문 대통령은 처음부터 인권변호사였다. 어떤 사건을 '인권' 관점으로 보는 성향은 노 전 대통령보다 강하단 것이다. 

이런 특징은 취임 직후 국가인권위에 제자리찾기를 주문한 데서 드러났다. 옳은 방향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또다른 포인트는 '청년'이다. 문 대통령은 실제 나이와 무관하게 청년이 상징하는 새로움, 혁신, 도전이란 가치를 정치 여정에서 보였다. 문 대통령은 60대의 나이에도 청년층의 강력한 공감을 얻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를 성사시킨 과정에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이 파장을 낳았다. 기존 대표선수들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비판이 단일팀 반대론으로 이어진다. 스포츠정신보다는 정치논리가 앞섰다는 주장이다. 아주 일각의 여론일 수는 있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국익을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론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인권과 청년이라는 문 대통령 핵심 키워드를 둘 다 건드리기 때문이다.

청년실업은 문 대통령도 인정한 난제다. 청년들은 "기회는 공평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대통령 공약에 열광했다. 그런데 남북 단일팀은 청년인 대표선수들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문제없다고 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북한 선수들이 합류하면 경기당 몇명씩 기존 대표선수들이 뛸 기회를 잃는 게 아닐까. 전력보강에 도움이 되고 대표팀 규모에 차질이 없어도 한 경기당 출전선수 숫자가 늘진 않는다. 

자칫 주전 선수가 벤치만 지킬 수도 있다. 대표선수 타이틀은 지킬 수 있으니 괜찮은 걸까. 그렇다면 안이한 판단이다. 단일팀 추진이 정치적으로 '올바름'의 영역에 있더라도, 국민 70%의 지지를 받는 정부의 남북정책이라는 적법성(legitimacy)이 있어도 모순은 마찬가지다. 

인권 측면도 있다. 남북 단일팀 추진에 반대하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에 접수됐다. 같은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도 여러 건 등장했다. 한 국민청원자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왜 국가의 성과를 이번 올림픽을 생각하면서 땀을 흘린 우리나라 선수들을 희생시켜가며 올려야 하느냐"라고 물었다.

문 대통령이 17일 선수촌 격려방문을 잡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단일팀 추진을 멈출 기세는 아니다. 오히려 문 대통령 특유의 정면돌파로 논란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문 대통령은 문제를 피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의도를 설명하고, 선수나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려 했다. 그럴수록 치밀하고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라디오인터뷰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메달권에서 멀다"고 말했다. 여론은 아주 조그만 불씨에도 불붙는다. 국민은 당국자가 한 번이라도 '왜 괜찮은지' 잘 설명해주길 바라는 것이지 "괜찮다"를 백 번 듣고 싶은 게 아니다. 선수단 입장시 한반도기를 드는 문제도 '절대선'은 아닐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선수촌에서 "남과 북이 하나의 팀을 만들어 함께 경기에 임한다면 그 모습 자체가 아마 두고두고 역사의 명장면이 될 것"이라 말했다.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한국 현정화 선수(현재 렛츠런 탁구단 감독)와 북한 리분희 선수가 '코리아' 단일팀이었다. 세계최강 중국을 꺾고 우승했다. 2012년 영화 '코리아'는 이 실화를 다뤘다. 그런 현 감독도 평창 단일팀 관련, 선수들에게 상처를 줘선 안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진천=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을 방문해 식당에서 선수들과 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 2018.01.17. photo1006@newsis.com



관련기사

 
  • 300인덱스
  • 청탁금지법ABC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