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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승리 공신이자 '복심'으로 꼽히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한 직후 백의종군을 선언한 뒤 해외를 떠돌며 현 정부와 거리를 둬 왔다. 2018.1.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잊혀질 권리를 달라"고 했던 사람은 여전했다.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얘기다. 문재인 정부 출범의 1등공신이었음에도 모든 것을 버리고 해외로 떠난 후 8개월 만에 카메라 앞에 선 그는 "밖에서 응원한다고 작정한 시민이면, 시민답게 조용히 응원하는 게 분수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덥수룩하게 긴 머리카락과 면도를 하지 않은 얼굴. 영락없는 야인(野人)의 모습이었다. 참여정부 시절 양비(양정철 비서관), 혹은 대통령의 최측근 다운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자신을 취재하기 위해 몰린 취재진을 보고서는 눈을 크게 뜨고 "새벽부터 무슨 고생이신가. 제가 뭐라고…"라고 했다. "지난번에 했던 선택(백의종군)이 바뀌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이 이날 공항에서 전한 메시지는 기존과 다를 게 없었다. 자신의 '역할론'에 대한 일축의 연속이었다. 그는 "처신이 대통령께 연관되는 상징성, 영향성, 상관관계가 너무 크다. 제가 (3철로 불린) 전해철·이호철 선배 보다는 좀 더 조심스럽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직접 나설 일은 단언컨대 없다. 다른 분들 선거도 도울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경기지사 출마를 결정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도울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마음 속으로만 응원할 뿐"이라고 답했다.
그가 이렇게까지 권력과 거리를 두면서 몸을 사리는 이유는 '부담감' 때문이다. '문재인의 비선실세'라고 까지 불린 자신의 존재가 부각될수록 정권이 받는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양 전 비서관은 이번에 집필한 '세상을 바꾸는 언어'라는 책의 북콘서트차 이날 입국했는데 "주목받는 게 부담스럽다"며 독자들과의 만남도 주저했었다. 이날 입국을 하면서도 "책 때문에 잠시 들어와도 관심이 많은데, 부담스러워서 오래 있기 그렇다"며 "비행기표는 늘 있더라. 적절한 시점이 지나서 (다시 해외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방선거 역할론' 등 현실정치에 대한 가능성 역시 열어뒀다. 양 전 비서관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어떤 분이 우리 당의 최종 후보로 결정되고 나면 혹시 부분적으로 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당내 경선에서는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상징성을 갖기 때문에 철저한 중립을 지키겠지만, 본선에서 당의 승리를 위해 역할이 주어진다면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역할론을 일축하면서도, 역할론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명백한 메시지의 충돌이다. 문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까지 메시지 관리를 해오며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활약해온 양 전 비서관 임을 고려할 때, 이날 발생한 메시지의 충돌은 그의 심리가 복잡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잊혀질 권리'와 '역할론의 가능성' 사이에서의 인간적인 고뇌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역할론의 가능성'을 모두 닫지 않은 것은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이의 책임감으로 보인다. 양 전 비서관은 '부담감' 때문에 주저하던 북콘서트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책을 사준 분들에 대한 도리를 하려고"라고 설명했다. 책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문재인 정부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게 분명하다. 자신 만의 방식으로 역할을 할 방법을 구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지만, 양 전 비서관이 실제로 잊혀질 가능성은 낮다. 귀국길에 깔렸던 취재진의 수 만큼 양 전 비서관은 이미 주목받는 존재다. 인천공항을 걷던 그에게 한 남성은 악수를 청하며 "양정철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대중들과 접점도 넓어질 예정이다. 오는 30일과 다음달 6일 두 차례 북콘서트를 연다. 귀국하자 마자 향한 곳은 한 공중파 방송국의 시사 프로그램이었다.
이번에 나온 그의 책 '세상을 바꾸는 언어'의 소개글은 "양정철로 살았다. 노무현을 만났다. 노무현으로 살았다. 문재인을 만났다. 문재인으로 살았다. 긴 세월이 지나 이제 다시 양정철로 산다"이다. 그 자신이 의도했든, 안 했든 '양정철의 정치'가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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