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면 걸리는 '코걸이 죄'…교도소 담장 위 걷는 경영인들

[the300][MT리포트-배임죄③] 손질한다면…상법상 '경영상 판단 예외' 규정 추가 땐 재판 준용…"창의적 경영활동 존중해야"

해당 기사는 2018-01-15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 형법 제355조 2항에 규정된 배임죄의 정의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따르면 형법은 어떤 행동이 죄가 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자세하게 규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형법의 배임죄 규정은 그렇지 않다.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 등 대상이 지나치게 넓고 모호하다. 배임죄를 놓고 '걸면 걸리는 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경영자들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배임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계열사의 지분을 고루 가진 재계 총수가 계열사 하나를 살리기 위해 다른 계열사들로 하여금 자금을 지원토록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기업을 살리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해도 다른 계열사들이 손실을 봤다면 이는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성공한다면 큰 돈을 벌지만 실패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한 대규모 신규 투자도 마찬가지다. 만에 하나라도 배임죄로 인정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배임죄가 '기업가정신'을 잠식하고 경제의 혁신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선 형법 개정을 통해 배임죄 규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인천지법이 업무상 배임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에 위헌 요소가 있다며 제청한 위헌법률심판(2017헌가18) 사건을 심사 중이다.

그러나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헌재는 그동안 다수의 결정에서 처벌조항이 다소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법관의 보충적 해석에 따라 의미가 정해질 수 있는 경우에는 합헌으로 결정해 왔다. 현실적으로 세세한 내용까지 모두 법 조항에 담을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헌재는 2014년 업무상 배임 조항에 대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고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되지도 않아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형법상 배임죄 대신 공정거래법이나 조세범 처벌법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배임죄는 기준이 모호해 외국에는 아예 그런 죄목이 없거나 있어도 거의 적용하지 않는다"며 "배임죄 대신 사기죄나 공정거래법, 세법 등으로도 충분히 배임죄를 다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반대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거래법과 조세범 처벌법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이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어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하기가 어렵다"며 "공정위나 국세청의 협조가 없다면 배임죄를 적극 활용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배임에 대해 형사 처벌 대신 민사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 주주대표소송 등 민사 소송을 통할 경우 피해자 구제라는 이점도 누릴 수 있다. 한 일선 판사는 "배임에 대해 민사적 책임을 강화해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상법 개정을 통해 배임죄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상법 622조 '특별배임죄' 규정에 단서로 '경영상 판단의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추가하는 방법이다. 정상적인 경영상 판단에 따른 의사결정에 대해서까지 배임죄로 처벌하는 문제를 막기 위함이다. 이 경우 형법상 배임죄에 대한 재판에도 이 규정이 준용될 수 있다. 범죄의 고의가 없는 경영상 판단에 대해선 배임죄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 최근 법원 판결의 일반적 경향이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지금까지는 배임죄가 기업가정신을 다소 제한하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기업가들의 창의적 경영활동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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