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北예술단 파견부터 논의…국면전환 기회 삼나

[the300]15일 통일각서 엿새만에 실무접촉…北, 평창 차관급회담 제의에 역제안

지난해 7월31일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성공 경축 연회에서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의 합동공연 모습. (노동신문) /사진=뉴스1
남북이 15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계기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을 갖는다. 지난 9일 2년여 만의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 이후 6일 만이다.


이번 실무접촉은 북한의 역제안에 따라 이뤄졌다. 우리 정부는 지난 12일 북측에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의제 전반을 다룰 차관급 실무회담을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갖자고 제안했지만 북측이 13일 예술단 파견에 한정한 실무접촉을 먼저 갖자고 제의해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북측 대표단장은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이며, 안정호 예술단 무대감독, 현송월 관현악단 단장, 김순호 관현악단 행정부단장 등이 대표로 참석한다. 우리측에선 수석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을 비롯해 이원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한종욱 통일부 과장 등이 대표로 나선다.


북측은 이번 평창올림픽 방문단 중 특히 예술단 파견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9일 회담에서 평창에 고위급 대표단을 비롯해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 등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예술단 파견 실무접촉을 먼저 제안한 것은 기술적인 준비가 필요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자력으로 출전권을 확보한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을 포함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와일드카드의 도움으로 쇼트트랙 등 종목에서 선수 10명과 임원 10명 정도로 구성된 선수단을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단 수가 적어 응원단의 규모와 파급력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선수단 362명,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에 선수단 221명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선수단 273명을 파견했으나 동계스포츠 대회에는 선수단 규모를 키우기가 어렵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방문단에 처음으로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등을 포함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중에서도 예술단은 남북관계의 활성화를 통한 국면전환에 용이하다.


실무접촉 북측 대표에 북한의 유명 가수인 모란봉악단 단장 현송월이 포함되면서 모란봉악단의 평창 파견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2012년 김정은체제 출범과 함께 결성된 모란봉악단은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여가수와 여성 연주자들로 구성된 '북한판 걸그룹'으로 일컬어진다. 김정은이 직접 이름까지 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크게 보면 북한은 대북제재 국면을 남북관계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것이고 남북관계 전면적 활성화를 통해 국면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가장 상품성 있고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게 예술단이다. 현송월을 보낸 것도 언론의 관심을 의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관현악단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실무접촉 대표단을 꾸린 것은 관현악 중심의 공연을 통해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성일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해방 이후 북한 가요들 중 정치적 내용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매우 드물다"며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실무접촉 명단에 들어간 점에 비춰볼 때 모란봉악단이 오는 것은 확실하고 다른 악단이 함께 오더라도 모란봉악단이 공연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모란봉악단과 같은 북한 예술단의 공연은 평창올림픽 흥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과도하게 정치색을 드러내며 선전의 통로로 이용할 경우 역효과를 낼 수 있어 수위조절을 위한 사전 협의가 필수적일 전망이다.


정 연구실장은 "북한 모란봉악단 단원이 모두 군인 신분이라 군복을 입고 한국에 온다면 강한 거부감을 줄 수 있다"며 "북한 예술단의 방한이 민족화합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실무접촉에서 북한 예술단의 복장과 공연방식 및 내용에 대해 세부적인 부분까지 긴밀히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도 북한의 노림수를 모르지 않지만 한반도에서의 북미 긴장국면을 완화하고 국면을 전환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평창을 최대한 활용해 북미대화 국면을 이끌어내려 하는 것"이라며 "김정은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전면적 평화공세에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실무접촉에서는 북한 예술단의 구성과 규모, 공연 일정, 이동경로, 남북 합동공연 진행 여부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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