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靑, 직원수첩 일련번호 매겨 배포, "보안관리 규정따라 사용"

[the300]정보보호·보안차원...일부 직원들 "쓰지않고 창고 보관"


청와대가 직원들에게 일련번호가 적힌 수첩 2개씩 나눠주고, 올해 말 이를 모두 수거해 검열 후 폐기한다고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직원들은 지나친 보안 검열이자 인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는 "업무용 수첩 사용은 보안관리 규정에 부합하도록 사용하고, 사용 후 처리는 자율적으로 판단해 관리하도록 사용지침을 공지했다"고 해명했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청와대는 올 초 직원들에게 각자 일련번호를 넣은 2권(다이어리 크기 한권, 일반 수첩 크기 한권)의 업무용 수첩을 나눠줬다. 이 일련번호는 청와대 근무 직원 모두에게 부여됐다.


청와대는 올해 말쯤 모든 근무자로부터 이 수첩들을 걷어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정보 보호와 보안을 위해 내용(훼손 여부 등 포함)을 확인하고 전량 폐기할 방침이란 것. 청와대에서 다루는 중요한 업무나 민감한 현안 등이 외부에 새어 나가는 것과 언론에 공개되는 것 등을 막기 위해서란 게 직원들 전언이다.

이는 과거 어느때보다 정보 보호·보안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철학이 반영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국가 기밀 사항 등이 아니더라도 청와대 내부 문건이나 업무 내용이 불필요하게 외부에 알려질 경우 의혹만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박근혜 정부 업무 내용이 캐비닛 문건 형태로 발견된 이후 보안 점검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직원들의 휴대폰에 특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 경내에 있을땐 사진과 녹음 기능이 작동하지 않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청와대의 이같은 지침에 “시대에 뒤떨어지는 방침”이라며 반발한다. 이전 정부에서도 없었던 일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일부 직원들은 수첩의 포장도 뜯지 않은채 책상 서랍에 넣었다. 아예 사용하지 않고 연말에 그대로 반납하기 위해서다.

청와대 한 직원은 “개인 정보보호와 보안 점검 등도 중요하지만, 개인용 수첩을 수거해 간다는 건 분명 인권침해로 오해 받을 수 있는 일이다”며 “과거 정부는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다고 들었는데, 매 순간 감시받는 기분이 드는 상황에서 누가 수첩을 사용하겠냐”고 토로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과거 정부에서 확인되지 않은 청와대 문건이나 업무용 자료들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돼 논란이 일다보니, 청와대가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마련한 내부 지침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도 최근 이를 겪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아랍에미리트) 방문 논란에서 봤듯이, 청와대의 주요 업무나 회의 내용이 검증되지 않은 채 외부에 알려질 경우 순식간에 각종 의혹 제기로 이어진다. 정확한 사실과 검증된 내용만 외부에 알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담긴 지침이란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다룬 정책과 업무 내용 등이 이른바 청와대 캐비닛 문건 형태로 공개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실책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문재인 정부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고 정보 보호와 보안 절차를 강화하려다보니 이번 직원용 수첩 일련번호 적용 지침 등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정부 예산으로 제작해 공적인 업무 등에 사용하기 위해 배부한 업무용 수첩이란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요관리를 위해 일련번호를 제작부수만큼 부여했다"며 "일부 직원들이 지침을 오해한 측면이 있는데, 연말에 수첩을 수거해갈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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