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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무술년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등의 틀 속에서 협력을 이어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후속 조치를 모두 우리 정부 돈으로 하겠다고 했고, UAE와 비밀 군사협정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과 기자들의 외교·안보 분야 일문일답.

- 남북대화와 관련해 '과거처럼 유약하게 대화만 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 지금은 첫 시작이다. 오로지 대화만이 해법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해결에 필요하다면 정상회담을 비롯해 어떠한 만남도 계획한다. 그러나 회담을 위한 회담이 돼선 안 된다. 여건이 조성돼야 하고 또 어느 정도의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 그러면 언제든지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

- 북한이 직접 미국을 겨냥하며 협박할 수 있는 시대다. 한국의 입장을 궁금해 하는 미국인이 많다.

▶미국은 오랜 동맹 국가이기도 하지만 안보에 관한 이해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 대화가 시작됐다. 이 대화를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고 북핵 문제를 대화로 푸는 계기로 발전시켜 나가려 한다. 그에 대해 미국과 아무 이견이 없다. 그래서 미국도 남북 대화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이것이 북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 되길 바란다는 뜻을 함께 표명한다.

- 한국의 대북정책과 미국의 압박정책이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현실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이다. 현실적으로는 제재와 압박이 높아져 지나치게 긴장이 고조돼 우발적인 충돌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긴장을 어떻게 적절히 관리해 나가고 우발적 충돌을 막으면서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낼 것인가라는 데 대해서는 우리가 사려깊은 고민들을 해야 한다. 다행히 그렇게 긴장이 높아지고 우발 충돌이 있기 전에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 일단 북한이 나온 것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장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우리가 더 해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 남북 대화 고위급 회담 성사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은 얼마나 되나.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북 제재를 중단할 것인지.

▶남북 대화 성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감사를 표하고 싶다. 지금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되긴 했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은 국제사회와 제재에 대해서는 보조를 함께 맞춰나갈 것이다. 국제적인 대북제재와 별개로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다.

- 북한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제 시작이다. 전날이 첫 걸음인데 출발이 좋았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앞서 가면서 이런저런 가정을 할 단계는 아니라 본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내기로 한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가능하면 고위급 대표단에 대해 어제와 같은 대화의 장이 또 올림픽 기간에도 다시 이어지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다. 북한이 어느 급의 대표단을 보낼지는 아직 알 수 없는데 서로 실무적 협의를 해 나가기로 했기 때문에 올림픽 기간이 다가오게 되면 가시적으로 발표되지 않을까.

-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5·24 조치 등 문제를 올해 안에 적극적으로 풀 것인가.

▶5·24 조치 중에서 경제적 교류 부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이런 부분은 국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제재다. 특히 유엔 안보리가 결의하고 있는 제재는 틀 속에서 판단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제재 결의 속에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그 부분을 해제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대화로도 나서도록 유도해내는 것이다. 그 속에서 개성공단 재개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검토해 나가겠다.

- 위안부 합의 대책 발표는 대통령이 만족할 수준의 합의였나. 만족스러웠나.

▶만족할 수 있겠나. 상대가 있는 일이고 외교적 문제다. 이미 앞 정부에서 양국이 공식 합의했던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충분히 만족할 수 없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최선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기본적으로 위안부 문제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 일본이 그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진심을 다해 사죄하고 그것을 교훈으로 삼아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노력해 나갈 때 할머니들도 그 피해를 용서할 수 있을 것이고 일본을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완전한 위안부 문제 해결이다. 그것이 정부와 정부 간에 피해자를 배제한 채 조건과 조건의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 양 정부가 서로 요구 조건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배제하고 문제를 다룬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 우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입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기존 협상을 파기하고 재협상을 하는 것은 아니다.

- 위안부 후속 조치에서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우선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할 조치가 필요하다. 할머니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한일 간의 합의에 의해 일본이 준 돈으로 치유의 조치가 이뤄진다는 것을 할머니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할머니들의 치유 조치는 우리 정부 돈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기왕 이뤄진 것들도 다 우리 정부 돈으로 대체하겠다. 그러면 이미 치유금을 받은 할머니들도 떳떳할 수 있을 것이고 아직 받지 않은 할머니들도 이제 떳떳하게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에 대해서는 일본과 할머니들, 시민단체들과 앞으로 조금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 만약 그 돈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면, 그 사용에 대해 일본과 위안부 할머니들이 동의한다면, 저는 그것도 바람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일본과도 협의해 나가고 할머니들을 비롯한 관련된 단체들과도 협의해 나가겠다.

- UAE(아랍에미리트연합)와 국민들의 안전·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국민들이 모르는 협정이 있었나. 그런 협정 부분에 수정이 가해졌는가.

▶UAE와 우리나라 간에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해 이명박·박근혜 정부까지 군사 협력에 관한 여러 건의 협정과 MOU(양해각서)가 체결됐다. 그 가운데 공개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된 군사 협정뿐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상대국인 UAE에서 공개되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 비공개 이유였다. 앞선 정부에서 양국 간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그 점에 대해서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개되지 않은 내용 속에 흠결이 있을 수 있다면 그런 부분들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UAE 측과 수정 보완하는 방향을 협의해 나가겠다. 적절한 시기가 된다면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