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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만 신임 주교황청대사(오른쪽)/사진=머니투데이DB |
"잘 사는 20과 못 사는 80, 종교는 이 80의 사람들을 격려하고 위로해줘야 합니다."(2014년 인터뷰)
새 주교황청 대사로 임명된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직전 직업은 '선교자'다. 말로 하는 선교가 아니라 캄보디아 오지의 장애인 공동체를 찾아가 봉사하고 포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정치 개혁에 몸을 던졌으나 거대 정당이 기득권을 쥔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아프리카로 떠나려던 그를 정제천 신부가 만류했다. 그렇게 추천받은 캄보디아에서의 삶을 그는 스스로 '두 번째 방황'이라 불렀다. 언론인, 청와대 고위직의 굴레는 이름과 함께 버렸다. 대신 세례명 요셉의 첫 글자를 딴 '엉클죠'가 됐다.
엉클죠는 캄보디아에서 조국의 과거를 봤다. 빈곤과 정치 권력에 대한 공포가 똑 닮았다. 이변도 있었다. 2014년 총선에서 야당이 독재를 극복하고 약진했다. 촛불로 정권을 바꾼 조국의 미래도 이미 본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순교자 DNA'도 찾아냈다. 그는 인터뷰에서 "공동선(善)을 위해 생명도 바치는 순정이야말로 순교자의 DNA"라고 말했다. 변호사와 국회의원직은 물론 대통령직까지도 내려놓으려 했으며 끝내 목숨까지 버린 노 전 대통령의 행적을 순교의 논리로 설명한 거다. 종교를 모르는 이들도 공감할 수 있는 설명이다.
캄보디아에서 민초의 삶과 현실을 목격한 그는 이후 가톨릭 교리신학원에서 종교 이론에 깊이를 더했다. 참여정부에서 그렸던 종교의 사회적 역할론도 갈고 닦았다. 그는 "양극화 현상이 사람들을 괴롭히면서 잘 사는 20과 못 사는 80의 사회가 돼 가고 있다"며 "종교가 좌절한 80을 위로해줘야 한다"고 했다. 언론인의 지성과 관료의 이성에 선교자의 깨달음을 더한 그를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청대사로 임명했다. 교황이 있는 곳에서 카톨릭의 교리와 한국의 사회문제를 긴밀하게 연결해 논의하는 자리다.
주교황청대사는 한때 군 요직을 거친 인물들에 주어지는 명예직, 내지는 권력의 언저리 어디쯤에서 차지하는 자리 정도로 인식됐다. 첫 대사로 해병대 초대 사령관이 임명될 정도였다. 이후에도 종교적 이해도나 교황청과의 관계보다 정권의 필요에 따라 대사가 배치됐다. 관료와 종교인의 삶을 두루 거친 이 대사의 임명이 한국 정부와 교황청 간 관계의 새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남 진도 출신인 이 대사는 경제기자로 언론계에 들어 한국일보 경제부장과 논설위원, 경제신문 머니투데이 편집국장을 거쳐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과 홍보특보로 국정에 참여했다. 노무현재단 노무현시민학교 교장 경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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