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에 휘말릴라" 靑과 잘못된 만남? 기업만 노심초사

[the300]임종석-최태원 회동 등 뒷말 무성, 위축된 재계 "언급 안됐으면"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새해부터 기업들이 정쟁에 움츠러들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난달 UAE(아랍에미리트연합) 특사 방문이 낳은 파장이 진원지다. 애꿎은 기업들만 노심초사다. 이를두고 청와대는 국정 철학인 투명성을 되새기고 여야 정치권도 불필요한 정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재계와 정치권을 종합하면 애초 현직 비서실장이 대통령 특사로 출국한 것이 불씨가 됐다. 왜 갔는지에 대해 청와대 설명이 ‘부대 위문→파트너십 회복’ 등으로 달라지며 온갖 추측을 낳았다. 여기에 임 실장이 UAE로 떠나기 전인 지난달 초 최태원 SK회장을 만난 사실이 더해졌다. 양국관계 악화 무마용, 현지진출 우리 기업의 피해 방지용, 심지어 이전 정부의 군사협력 이면합의 갈등 해소용 방문 등 억측과 소문이 이어졌다.

당장 왜 임 실장이어야 하는지에 물음표가 붙는다. 그만큼 문 대통령이 힘을 실어 관련 업무를 맡겼다는 뜻이다. 비서실장이라고 기업을 만나지 말란 법은 없다. 청와대는 “임 실장도, 장하성 정책실장도 재계와 소통 채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서실장은 정치·정무적 판단을 조언하는 최측근이란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임 실장이 복수의 기업을 이미 만나 왔다면 단순히 경영환경만 대화하는 자리는 아니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경제 파트를 대표하는 장 실장이나 임원 실무급의 비공개 소통 루트인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만났을 경우와 상황이 다르다.

왜 SK를 만났는지, 그 경과를 비공개로 하다 마지못해 인정한 배경도 의문이다. SK 계열사가 정유시설 사업을 추진 중이고 이게 위기에 처해 최 회장이 청와대에 ‘SOS’를 보낸 걸로 알려졌다. 하지만 SK는 UAE에 벌인 사업이 없다. 청와대도 임 실장-최 회장의 만남과 UAE 특사파견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비서실장의 비공개 일정까지 낱낱이 다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하지만 비서실장이기 때문에 더욱 투명성을 염두에 뒀어야 뒷말이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내밀한 일정까지 사진과 동영상, 참모들의 토크를 통해 공개한다. 그럼에도 유독 재계와 만난 것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하는 자세를 취한다. 재계와 만남이 공개 일정에 없다 보니 ‘거리두기’라는 비판이 항상 뒤따른다. 당장 문 대통령은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가지 않는다. 어느 신년회든 목적은 소통인데 법적 단체인 대한상의가 주관하는 공개 행사에 가지 않으니 경제계와 소통을 꺼리는 듯 비쳐진다.

폭넓은 의견 수렴 행위라는 청와대의 설명은 또다른 오해를 낳는다. 야당은 이 ‘오해’를 바탕으로 정치 공세를 취하고 여당과 청와대는 이를 방어하느라 힘을 소모한다. 청와대의 호소처럼 억측은 불필요할 수 있다. 다만 청와대가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같은 이유로 야당도 기업에 도움이 안 된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이 문제를 정치 쟁점으로 삼고 불을 붙이려 해서다. 야당은 UAE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조사 등까지 언급했다.

그 사이에서 힘든 것은 재계다. 현 정부가 집권 2년차를 맞아 기업과 건전한 관계 개선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여기지만 불필요한 정치 싸움에 얽힐까 노심초사다. 무엇보다 전 정부에서 청와대와 총수간 독대가 부정한 청탁으로 흘렀다는 의혹에 총수 두 명(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 

청와대 측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SK를 제외하고 다른 4대 그룹 중 청와대 측과 최근 접촉한 사실이 있었다고 공식 확인된 곳은 없다. 10대 기업 중 일부는 "안 만났다"는 해명조차도 기사에 언급되길 꺼렸다. 한 기업 관계자는 “안 만났다. 하지만 안 만났다는 사실조차 우리 기업이 언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 무술년 첫날인 1일 오전 2017년 올해의 의인들과 함께 북한산 산행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하산하며 임종석 비서실장과 대화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2018.1.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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