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민원조사청문회를 도입하자(상)

[the300][정재룡의 입법이야기]형식적 민원처리 개선해야

현 정부 들어 청와대 국민청원이 급증하고 있다. 현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2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은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답변하도록 하면서 더 관심을 끌고 있다.

국회는 국민의 민원 중에서 국회의원의 소개가 있는 것만 ‘청원’으로, 나머지는 ‘진정’으로 구분한다. 청원과 진정을 내용상 구분하는 기준은 없지만, 주로 공익사항과 집단민원사항은 청원으로, 개인적 권익구제사항은 진정으로 접수된다. 청와대도 일반 민원 혹은 제안, 정책 참여 등은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를 이용해 달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19대에 청원은 227건, 진정은 679건(인터넷 진정 제외) 접수되었다. 이를 역대 국회와 비교하면 청원의 경우 크게 감소하고 있고 진정의 경우도 인터넷 진정을 감안하더라도 감소 추세에 있다. 청원 감소는 아마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민원을 접수하여 처리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

민원은 국민여론과 국민생활상의 문제를 가장 잘 나타내는 특성을 지니고 있고 국회와 국민이 만나는 계기가 된다. 국회는 민원의 심사·처리를 통해 침해된 국민의 권익을 구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정부의 법과 정책의 집행상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이를 바탕으로 입법조치 등 제도적 개선책을 강구하고 정부에 대한 감독과 통제를 내실화 할 수 있다. 국회에게 민원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종래 국회는 민원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상대적으로 낮아 이에 대한 처리가 형식화되어 온 측면이 있다. 정식 의안으로 심사되는 청원의 경우 지난 19대에 처리된 것이 22%에 불과하다. 아예 의안으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는 진정의 경우는 위원장 결재로 처리되기 때문에 통계상 거의 모두 처리되고 있지만, 깊이 있는 검토 없이 정부의 의견대로 통지하거나, 민원을 그대로 정부에 이송하거나, 국회가 관여하기 어려운 사항이라고 통지하는 경우 등, 거의 대부분 형식적으로 처리되고 있어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 각 위원회에서 진정처리를 담당하는 전문위원을 비롯한 일반직원에게는 진정을 조사할 수 있는 독자적인 조사권이 없다. 특히 회의체인 국회의 특성에 안 맞게 진정을 위원장의 결재로 처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 속에서 진정처리가 형식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2004년에 교통사고 조사가 조작되었다는 내용의 민원을 심층 검토하여 의문점을 제기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무부에 보내고자 했으나 당시 위원장의 결재를 받지 못해 무위로 끝난 경우가 있다.

2016년 11월 국회는 청원심사의 활성화를 위하여 국회법을 개정하여 청원이 위원회에 회부된 후 30일이 경과하면 자동으로 상정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고, 위원회는 필요한 경우 청원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청원인 등의 진술을 들을 수 있게 하며, 청원을 회부일부터 90일 이내에 심사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는 청원에 국한된 조치이고 그 정도로는 미흡하다고 본다. 따라서 국회는 민원처리의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 진정의 심사·처리절차가 매우 미흡하므로 그 절차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현재처럼 의원의 소개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아예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따라서 모든 진정을 위원장의 결재로 처리하는 방식을, 적어도 주요 진정만이라도 위원회(소위원회)에서 심사·처리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진정만을 심사하는 진정특별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의원의 소개 유무에 따라 민원을 청원과 진정으로 이원화하고 있는 방식을 개선하여 모두 소개를 받도록 하거나, 아니면 모두 소개가 필요 없도록 일원화 하여 동일한 심사절차로 처리함으로써 이원화에 따른 민원의 차별취급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요국 중 우리처럼 민원을 이원화하고 있는 나라는 없고, 모두 의원의 소개가 필요하거나(미국, 영국, 일본 등), 모두 의원의 소개가 필요 없다(독일). 

독일은 민원을 심사하는 민원특별위원회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모든 민원에 대하여 의원의 소개를 받도록 하는 경우에는 소개 단계에서 민원이 어느 정도 선별됨으로써 부적절한 민원의 양산으로 인한 국회의 효율성 약화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순수하게 국회의 운영과 관련된 민원은 의원의 소개 없이 제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외부기고/칼럼]
정재룡 국회 교문위 수석전문위원/the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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