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 아이도 행복해야 진짜다

[the300][워킹맘 좌충우돌](11)


“엄마, 우리 집에 와줘서 고마워, 내일 또 만나!”
잠시 짬이 나서 집에 들렀다가 서류를 가지고 급히 나가는 나에게 아이가 한 말. 모 광고의 대사가 아니다. ‘아빠 또 놀러오세요’ 라는 광고 문구가 뭔가 찡해 공감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광고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그냥 애가 무심코 한 말에 오버하는 것일까, 일하는 도중 계속 머리를 맴도는 아이의 목소리. 더욱이 내 머리를 계속 맴도는 이유는, 아이의 그 어조가 상당히 담담하고 침착했다는 사실이다. 

무엇이 이러한 일상을 만들게 된 것인가? 사회가 바뀐 탓이다. 예전처럼 아빠가 일하고 엄마가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세상이 아닌, 여성도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본성, 그리고 아이의 성장 및 발달 단계의 특성은 바뀌지 않는다. 인간 본연의 발달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일하는 엄마, 아빠의 라이프 스케줄에 맞추어 아이들도 (힘들지만) 적응하여야 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거치게 된다. 엄마, 아빠도 한 사람으로서, 아이도 한 사람으로서 모두가 조화롭게 잘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부모 대신 돌보아 줄 보육 기관의 수 확대가 필요하고, 이러한 보육기관의 질이 향상되어야 하며, 성장단계별 영유아 및 아동의 욕구를 반영하여야 한다. 아이들의 안전 역시 보장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 이러한 다양한 욕구는 결국 양성이 평등한 일자리 문화, 그리고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사회 구조가 만들어질 때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양성 평등한 일자리 문화는 남녀가 모두 돌봄의 적극적인 주체로 참여할 때 가능하고, 돌봄의 제공 기관 수 확보와 질 향상이 필수적이다. 

스웨덴은 양성평등을 강조하는 일자리 문화로 널리 알려져 있는 국가이다. 대표적으로 육아휴직 사용에 있어 부모에게 육아휴직을 각각 할당하는 ‘부모할당제’를 도입하여 남성의 제도 이용을 촉진하고 있다. 이에 스웨덴의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이미 2002년 20%에 도달했으며 현재는 20%를 상회한다(OECD, 2015). 육아휴직 중 급여도 최초 390일간 통상임금의 80%가 보장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2014년 아빠의 달 도입 이후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상승하고 있으나 아직 1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고,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은 직장 분위기에 따라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보육 환경은 어떠한가.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어도,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어도, 길고 긴 대기 순서 때문에 애 타는 현실이 여전하다. 어린이집 학대 사건으로 마음 졸이는 상황이 바로 내 눈 앞에 펼쳐지는 현실도 여전하다. 죄책감 없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행복하게 일하는 일터, 여유롭게 아이와 눈을 맞추며 대화할 수 있는 가정에서의 시간, 그리고 내가 마음껏 일 하는 동안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시설. 복지 선진국의 미래가 아닌 우리가 현재 이 시간, 우리나라에서 경험하여야 할 일들의 충분조건이 되어야 한다. 

아동의 성장은 우리 사회의 미래이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의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근로 환경은 노동하는 인간이 요구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이다. 더불어 일하는 엄마 아빠 뿐 아니라, 직접 당사자인 아동 역시 본인의 부모가 일하는 일터, 그리고 국가에게 일가정 양립의 권리를 주장할 주체가 된다는 것을 기억하여야 한다. 

어떠한 복지 선진국도 일가정 양립 요건이 우월하게 갖추어졌거나 공보육 시설이 우월하게 갖추어져 양자 중에 이용을 선택하는 구조가 아니다. 일가정 양립 제도의 현실적 정착, 그리고 공보육 시설의 확충과 질 보장은 함께 발전하여야 할 과제이다. 이는 현재의 경제활동 세대인 부모와 미래의 경제활동 세대인 아이를 모두 포용하여야 하며 양자의 균형된 성장은 현재, 그리고 미래 국가 발전의 필수적인 원동력이다. 

내 꿈과, 내 하루와 아이의 인생을 맞바꾸는 모험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매번 착잡한 마음으로 나를 위해, 내 인생을 위해 여전히 멈출 수 없는 발걸음을 옮겨본다.
이윤진 박사/the300·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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