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잃은 분뇨의 향기…'가축분뇨법' 유예기간 연장논란

[the300]축산농가 "시간 부족했다" 반발…환노위 "시간 충분히 줬다"

【괴산=뉴시스】김재광 기자 = 충북 괴산·증평축협은 19일 무허가로 지어진 괴산군 관내 한 축사를 적법화하기 위해 건축사와 협의해 측량을 실시했다. 2017.03.19. kipoi@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018년 3월24일 날이 밝으면 분뇨의 향기(?)는 갈곳을 잃는다. 전국 '무허가 축사' 수만곳이 사용중지 또는 '폐쇄처분을 받는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가축분뇨법)'이 시행되면서다.

가축분뇨법은 지난 2015년 발효됐다. 가축 분뇨를 깔끔하게 처리해 환경오염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법 개정에 따라 '무허가 축사'로 전락한 농가들은 적법화 기간 3년을 받았다. 내년 3월24일이면 그 3년의 유예기간이 다 찬다.

이 법에 따라 축산농가는 분뇨 배출·처리시설을 현대화해야 한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가 사용중지 또는 폐쇄 명령을 내리거나 1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26일 국회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12월 현재 전국 무허가 축사 4만6000여곳 중 적법화를 완료한 농가는 7283호(16%)에 불과하다. 


◇사활건 축산업계, 3년 추가유예 촉구 = 한겨울 칼바람이 살을 에던 지난해 12월 20일, 전국 축산 관계자 1만여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였다. 절실했다. 대부분 60대 이상인 이들이 두른 빨간 머리띠에는 '무허가축사 기한 연장하라', '무허가축사 특별법 제정하라' 등 문구가 새겨졌다.

단상에 오른 정문영 축협조합장협의회장은 "우선 유예기간을 3년 연장해 농가들이 적법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특별법을 제정해 환경과 축산업을 모두 지속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축산인들은 적법화를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으나 한계에 부딪혔다. 정부에 호소했지만 철처히 외면당하고 있다"며 "축산인들이 범법자가 되지 않도록 무허가축사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축산업계는 가축분뇨법이 "탁상공론 끝에 탄생한 규제"라고 주장한다. 축산농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법화를 준비할 시간도 부족했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무허가축사 적법화 실시 매뉴얼은 2015년 11월 나왔다. 정부는 지난해 11월에서야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년 유예를 받았지만 농가가 실제로 얻은 시간은 이에 훨씬 못미친다는 얘기다.

◇엇박자 국회…농해수위 "추가연장", 환노위 "NO"=올 하반기 들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농해수위 소속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가축분뇨법의 유예기간을 3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황 의원측은 정부의 행정 절차가 더뎠고 지자체마다 관계부서 간 유권해석·적용기준이 달랐다며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AI(조류독감)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으로 축사시설 개선 일정이 지연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 농해수위 소속 중진의원은 "가축분뇨법은 수도, 폐기물 관리, 환경정책 등 관련법안 20여개가 얽혀 있을 정도로 복잡한 법안"이라며 "대부분 연로한 축산농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뿐더러 구제역이나 살충제 계란 파동 등으로 축사접근이 제한돼 적법화를 준비할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추가 연기 불가.. "내년 적용농가 60% 합법화 준비"=축산농가의 반발에도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가축분뇨법 시행 연기에 부정적이다. 이미 3년의 유예기간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4만5570곳에 달하는 축사가 무허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도 과장이라는 입장이다.

한 환경부 관계자는 "AI나 구제역 등 사건이 있었다 하더라도 설계나 적법화 서류준비는 할 수 있는 만큼 적법화 의지가 있었다면 지난 6월이라도 준비했으면 (합법화가) 가능했다"며 "3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주어졌음에도 시간이 없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축사 규모에 따라 시행연도가 다른데 내년 당장 4만여 무허가 축사 모두가 불법이 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환경부에 따르면 무허가 축사 합법화는 3단계에 걸쳐 시행된다. 규모가 큰 대형 축사들은 내년 3월24일, 중소형 축사는 2019년 3월24일부터 시행된다. 축사 규모가 매우 영세한 경우에는 2024년까지 시행이 연기됐다.

내년 3월24일까지 환경시설 설치를 완료해야 하는 1단계 축사는 약 1만8000개에 달한다. 환경부는 이 중 24.5%에 달하는 4500여개 축사가 합법화를 마쳤다고 밝혔다. 6700개의 축사 또한 합법화가 진행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에 가축분뇨법이 적용되는 농가 중 60% 이상이 이미 합법화를 마쳤거나 준비 중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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