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중의 외통수] 한 연구원의 죽음과 방산비리

[the300]감사원의 무리한 '방산비리' 수사에 대한 우려

편집자주  |  외통수는 외교통일안보의 한 수를 줄인 말입니다. 외교·통일·안보 현안을 두 눈 부릅뜨고 주시해 문제점을 집어내는 노력을 해보겠다는 의미입니다. 공정한 시각이라는 이름의 편향성을 지양하고, 외교·통일·안보 이야기를 주로 다루면서 제 주관에 따라 형식의 구애 없이 할 말 다해보려고 합니다.
오세중 정치부 기자.

2015년 9월 14일 오전 2시. 육군 보병용 중거리 유도미사일인 '현궁' 납품 비리와 관련 검찰 수사를 받던 한 방산업체의 연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연구원이 남긴 유서에는 "내 작은 실수가 너무 확대됐다. 1년 내내 감사원 감사를 받느라 많이 힘들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로부터 2년 후인 올해 12월 15일 '현궁' 연구원들이 2심 법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살아 있었으면 '무죄'를 받았을텐데…”라는 주변의 안타까움이 나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무리한 압박 감사 때문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정부 때 방산비리를 캐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전문성없이 감사가 시작됐다.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은 북한군의 신형 전차를 타격하기 위해 2015년 개발됐다. 한 방산업체가 생산을 맡았고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성능 평가를 담당했다.

 

당시 감사원은 현궁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서류 착오를 현궁 시제 납품 비리로 규정했다. 그 해 7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은 해당 업체 연구원들을 불구속 기소했고 그들은 방산 비리범으로 몰렸다.

 

올해 논란이 됐던 '수리온 헬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군 관계자들은 "수리온 헬기는 현장에서도 잘 운용되는 우수한 국산 헬기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감사원은 지난 7월 수리온 헬기에 대해 '본체에 빗물이 새는 현상' 등이 있고 비행 안전성조차 못 갖췄다고 지적하며 전력화 중단을 요구했다. 명문 국산 헬기는 그렇게 '깡통헬기'로 전락했다.

 

전 세계적으로 팔리고 있는 아파치 헬기도 문제가 생기면 결함을 수정한 뒤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산 제품에 대한 잣대가 가혹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세계 유명 무기 체계들도 '진화형 개발방식'을 통해 결함을 수정해가며 기술을 축적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때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수리온은 깡통 헬기가 아니라 세계 시장에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명품 헬기라고 생각한다"며 "수리온을 감사한 감사원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지난 21일 장춘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연구원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감사원의 부적절한 감사를 지적하면서 장거리레이더 문제와 관련 "업체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감사결과를 감사원이 2급 비밀로 부치면서 업체가 확인할 수도 없고, 감사원 위상을 고려하면 감사결과를 방위사업청이 불복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감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피감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도록 제도개선하겠다고 답했다

 

방산비리는 국가 안위를 좀 먹는 '적폐'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조그만 실수 하나에 대해 '방산비리'라는 '주홍글씨'를 새겨서는 곤란하다. 방산비리 '발본색원'을 위해서라도 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감사원장에 오를 최 후보자의 말이 허언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국가를 위해 연구에 매진했던 무고한 연구원에게 낙인을 찍어 죽음으로 모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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