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법에 억눌린 '유스퀘이크'…"대한민국 정치도 흔들어야"

[the300][젊은 정치][1]대통령 출마 나이 30대로 낮추자 ②세계는 지금 30대 지도자 열풍

해당 기사는 2018-01-03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안희정, 임종석, 이재명, 남경필….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잠룡들이다. 이들이 기성세대 지도자상과 차별화된 포인트는 뭘까. 바로 '젊음'이다. 지난 대선때 안희정 충남지사는 '시대교체'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새로운 시대의 젊은 지도자를 강조한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당시 '미래를 여는 젊은 대통령'이란 캐치프레이즈를 썼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근혜정부와는 달리 젊고 역동적인 비서실장 상을 보여주며 차기 대권 이미지를 쌓고 있다. 그런데 '젊은 지도자'인 이들의 나이는 모두 50대다.

 

대통령에 도전하는 50대 중년들이 젊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이 그만큼 '고령화'됐다는 반증이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오스트리아의 세바스티안 쿠르츠 총리, 뉴질랜드의 재신다 아던 총리 등 30대 지도자 바람이 거세게 부는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30대 정치인의 시대가 열리는 듯 했던 시대가 있었다. 2000년 전후로 대거 정치권에 진출한 이른바 '386 정치인'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탁했고 노무현 정부 때 컸다. 그 뒤로 10년 이상 지나서야 ‘소장파’ ‘젊은 정치인’의 수식어를 뗐다. 이들에게 ‘중진’은 여전히 낯설다

 

우리나라에서 30대 대통령, 지도자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나라 정치 제도 자체가 걸림돌이다. 대표적인 게 대통령 출마 연령이다. 심지어 이 규정은 헌법에 담겨 있다. 헌법 제67조 4항은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고 정했다. 30대는 지도자의 경륜과 소양, 경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예단이 전제된 조항이다. 30대를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서 '30대 지도자'가 나올 리 만무하다.


◇박정희, 30대 야당 지도자 도전 막으려 헌법에 = 대통령 출마 자격에 40세 이상이란 연령 제한을 둔 건 1963년 5차 개헌 때다. 박정희 대통령이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후 대통령 40세 이상 출마 자격 규정만 헌법으로 따로 뺐다. 이는 20대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한 김영삼·김대중·이철승 등 젊은 야당 정치인들의 도전을 막기 위한 꼼수였다. 실제 1967년 치러진 대선에서 야당의 젊은 지도자들은 나이 때문에 대선 출마가 무산됐다. 박 전 대통령은 무난히 재집권에 성공했다.

 

40세 미만 대통령 출마 금지는 한마디로 독재정권의 잔재다. 문제는 헌법 조항이기에 이는 국민투표가 필요한 개헌으로만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1987년 개헌 당시 짚고 넘어갈 만한 문제였지만 당시 개헌을 주도한 '3김'은 40대를 훌쩍 넘은 상태였다. 이들은 이 조항 덕분에 젊고 새로운 30대 지도자들의 위협을 느낄 필요없이 몇 차례씩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결국 이 조항은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30대 정치인들의 도전 자체를 막았다. 일종의 고령자 기득권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해 온 셈이다.


대통령 출마 연령 제한뿐만 아니다.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 의원 등 각종 국내 선출직 출마 연령(25세)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독일, 스페인, 캐나다 등은 투표를 할 수 있는 나이인 18세가 되면 선출직 출마 자격도 함께 준다. 노르웨이는 지방 소위원회의 경우 18세 미만 청소년도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다. 2012년 로데 지역의 소위원회에서는 15세 소년 알렉산더 스키가 자유당 대표를 맡아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20대 국회의원이 자취를 감춘 것은 출마 제한 연령과도 관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대 후반에 들어서야 제도권 정치에 진출할 수 있는데다 실제 정치적 기반을 닦는 데 소요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그 시기는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30세, 국회의원 19세'…정치권 내 목소리= 최근 정치권에선 피선거권 제한 연령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커졌다. 지난 4월 송옥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이 피선거권 연령을 선거권 연령과 같은 19세로 하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같은 당 표창원 의원도 지난달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냈다. 민주당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권 연령 하향과 함께 피선거권 연령 하향도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 출마 자격을 40세에서 30세 정도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을 삭제하거나 30세 정도로 하향 조정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주장했다. 권 후보자는 "조금 더 젊은 층 의견이 반영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에 향후 대통령 출마 연령 하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31세의 나이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던 김광진 전 의원(민주당)은 "의원 시절 국회 법제실과 대통령 40세 출마 제한 규정 논쟁을 오랫동안 했다"며 "관련 속기록과 연구자료를 검토해보니 '합리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결론이었다.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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