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 보훈단체 수익사업 직접 개입 정황 포착

[the300]김종대 의원, 재향군인회·고엽제전우회 등 특정 보훈단체와 특정 업체에 특혜 제공

김종대 정의당 의원./사진=머니투데이 DB

박승춘 전 처장 당시 국가보훈처가 보훈단체 수익사업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13일 보훈처와 기획재정부·방위사업청·한국전력공사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재향군인회는 2013년 1월과 10월에 각각 방사청과 보훈처에 '향군 수의계약 협조 요망사항' 공문을 보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2010년에 '국가계약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향군이 더 이상 수의계약을 할 수 없게 되자 이를 다시 개정해 달라는 것이다.

당시 법령이 개정된 이유는 수의계약을 통해 보훈단체의 수익을 보전해주는 것에서 회원들의 자활의식을 고취시켜 경제적·사회적 자생력을 신장시키는 방향으로 보훈 패러다임이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에 향군을 비롯한 몇몇 보훈단체가 수의계약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기재부는 보훈단체가 변경된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경과조치 기간'을 설정했다. 2013년까지는 이전 계약금액의 100%로 수의계약을 체결하지만 2014년에는 70%, 2015년에는 40%로 단계적으로 축소한 후 2016년부터 완전히 폐지된다.

그러나 향군은 '안보의식 고취를 위한 안보활동, 캠페인, 집회' 등의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의계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단계별 폐지가 아니라 100%로 계약할 수 있게 해달라고 방사청과 보훈처에 주문했다.

이에 방사청과 보훈처는 향군이 보낸 공문을 그대로 첨부해 계약금액을 100%로 해줄 것을 기재부에 요청했다. 기재부는 이를 반영해 2014년 80%, 2015년 50%로 축소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시행령을 재개정했다.

향군 말 한 마디에 보훈처·방사청·기재부 등이 일사천리로 움직인 것이다. 그 결과 향군은 연간 10%p에 해당하는 150억원의 추가매출을 올렸고, 일부는 관제데모 의혹을 받고 있는 집회 자금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공교롭게도 박승춘이 보훈처장으로 임명된 2011년 2월부터 2017년 5월 사이에 보훈단체의 관제데모 횟수도 급격히 상승했다.

박 전 처장 당시 보훈처가 보훈단체의 수익사업에 직접 개입한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보훈처는 2015~2016년 사이에 한전에 3차례 공문을 발송했다. 한전에서 사용하고 남은 폐전선과 폐절연유를 가공·재활용하는 등의 4개 사업을 고엽제전우회(舊 향군)와 수의계약으로 체결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4개 사업은 총 계약금액만 연간 77억 원에 순수익도 수억원에 달한다. 향군이 수의계약으로 25년 간 독점하자 다른 보훈단체를 비롯해 민간 업체들로부터 민원이 빗발쳤다.

당시 '국가계약법 시행령'이 개정되자 한전은 향군과 계약했던 사업 대부분을 경쟁 입찰로 전환했지만 보훈처는 향군으로부터 고엽제전우회가 4개 사업을 넘겨받고 수의계약도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전에 요청했다.

이는 법률의 개정 취지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 보훈단체를 관리·감독할 의무를 위배하며 수익사업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관련자의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사진=뉴스1 DB
보훈처는 4개 사업이 수의계약 취소 조건인데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도 감사를 진행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고엽제전우회는 절연유와 전선사업을 위해 P씨 일가의 '㈜삼정', '㈜삼정CW'로부터 각각 월 1700만 원/월 3000만 원에 공장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보훈·복지단체와의 계약업무처리기준'에 따르면 '임차공장의 경우, 임대인이 해당 보훈단체에 임직원으로 재직하면 수의계약이 불가'하다.

김 의원은 "임차공장의 대표(P씨 아들)와 고엽제전우회 전선사업단장(P씨 조카)이 사촌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 즉, '직접'이 아닌 '친인척'이 근무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왔고, 향군에서 고엽제전우회로 단체 명의만 변경됐을 뿐, P씨 일가가 4개 사업을 수십 년 간 독점해온 셈"이라고 지적했다.

보훈처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시정은커녕 오히려 한전에 공문을 발송해 고엽제전우회, 사실상 P씨 일가가 동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일각에서는 P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10년 간 청와대 총무실에서 근무한 이력을 들며, 박 전 보훈처장을 비롯해 윗선에서 조직적으로 P씨 일가를 비호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 의원은 "보훈단체의 수의계약과 명의대여 등과 관련된 비리 혐의가 제기된다고 해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분들에게 응당 제공돼야 할 혜택을 축소해서는 안 되지만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나 국가 보조금이 특정 보훈단체 간부와 업체 관련자 등 소수에게만 과도하게 집중되는 문제는 전 보훈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훈인의 탈을 쓴 소수를 비호하기 위해 보훈처 등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 감사만이 아니라 감사원 감사, 필요하다면 검찰 수사를 해서라도 책임을 묻고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며 "비리를 근절하고 조달 공공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수익사업 일변도의 보훈 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보훈처 관계자는 "현재 입장을 정리 중"이라며 "보훈처가 이 문제와 관련 내놓을 말은 없는 상태"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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