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이주의 법안-반려동물보험법

[the300]종합

'개·고양이'도 보험가입, 6000억 시장 열릴까?


인류와 처음 ‘더불어 사는 관계’를 맺은 건 야생동물이다. 야생동물 뒤를 가축이 잇는다.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최초의 가축은 구석기시대 말기 ‘개’다. 이라크 북동쪽 팔레가와라(Palegawara) 동굴에서 약 1만2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개의 유물이 발견됐다.

이후 소, 양, 돼지, 말, 닭, 오리 등이 가축화됐다. 가축의 기본적 가치는 고기나 털,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산업동물이다. 애완동물(pet)의 역사는 그보다 짧다. 인간이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개, 고양이, 카나리아, 금붕어 등 포유류, 조류, 어류를 주로 사육했다. 최근에는 뱀, 거북이, 도마뱀 같은 파충류와 양서류도 애완동물로 사육된다.

애완동물이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나온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은 비교적 최근 개념이다. 1983년 오스트리아 과학 아카데미가 주최한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하는 국제 심포지엄에서 처음 등장했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이며,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해 개와 고양이, 새 등의 애완동물을 반려동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현재 한국인의 삶에서 반려동물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가족이 됐다. 전체 가구 중 20%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운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명 시대이며, 견주가 아닌 반려견을 위한 케이블 방송까지 있다.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2조원을 넘었다. 반려동물 관련 지출은 사료·간식비 다음으로 질병·부상의 치료비가 꼽힌다.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법’이다. 반려동물의 질병을 방치하는 것이 동물학대로 규정돼 있는 상황에서 비싼 동물병원 의료비 탓에 필요한 치료를 못하고 동물유기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반려동물 보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반려동물 등록과 진료비 예측에 필요한 ‘진료항목 표준화’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동물 의료비 절감을 위한 법안으론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있다. 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의 용역을 부가가치세 면세대상에 넣어 가계부담을 줄여주자는 내용이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 2016년 한 해 동안 보험에 가입한 반려동물은 1701마리에 불과하다. 전체 보험료 규모는 6억7000만원이다. 수년내 60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물등록제에 따라 등록된 반려견만해도 100만 마리가 넘는 상황에서 보험가입률이 0.1% 수준이다.

미등록 반려견 외에 고양이 등 여타의 반려동물의 수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반려동물보험은 없는 것과 같다. 보험가입율이 20%인 영국이나 10%인 미국에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반려동물 수의 증가나 경우에 따라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치료비를 보면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이 법은 타당한가?”= 이 법안의 핵심은 진료항목을 표준화하거나 진료수가 제도를 통해 반려동물 치료비를 일정 수준으로 수렴하는 데 있다. 과거에는 동물병원 진료비의 상한액을 정하는 규정이 ‘수의사법’에 있었다. 이 조항이 삭제된 이유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공동행위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동물의료 진료업은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시장 자율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다.

동물병원 표준수가체계 도입에 관한 2016년 정부의 국민의견 수렴 결과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서비스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 진료비 상승 우려, 공적보험제도 우선 마련 등 반대가 우세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민들과 아닌 국민들 사이의 이견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수의계의 의견으로 파악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진료비 부담 완화 방안 연구’의 방향은 이 법의 근거를 제시해 줄 것이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반려동물보험은 3종에 불과하다. 보험회사의 입장에서 보험이 활성화되기 위해 피보험대상(반려동물) 식별의 어려움, 반려동물 등록제도의 정착, 진료행위별 표준수가와 진료코드 개발, 통계부족으로 인한 보험료 계산의 곤란함을 해결해야 한다.

진료항목 표준화만으로 당장 보험의 활성화는 어렵다는 뜻이다. 또 동물의료서비스의 한 축이자 공급자인 수의사들의 시장 자율경쟁 주장과 국민의 세금을 사용해 표준수가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합당한가란 문제도 있다.

동물보험의 출발은 산업동물이었다. 피보험자가 사육하거나 양육하는 가축, 애완동물 등의 사망으로 피보험자가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가축 보험이나 밍크 보험, 경주마 보험 과 같이 애완동물보다는 상업적 동물이 보험의 주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나라의 소, 닭, 돼지에 대한 가축재해보험도 마찬가지이다.

2011년 과천의 개 사육장에서 동물을 긴급 구조한 행위를 특수절도죄로 처벌한 사건이 있었다. 동물을 형법상 ‘재물’로 본 것이다. 반려동물 보험은 동물을 보호나 관리의 대상으로 여기는 한 제대로 정착할 수 없다. 보험회사에선 반려동물보험에 대해 보험료 수입이 보험금 지급보다 많거나, 최소한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야 지속가능하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보험회사의 주장은 여전히 가축이나 애완동물을 관점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지 고민해 볼 때이다. 지금은 ‘반려’의 시대다. 


'재산'에서 '가족'으로…반려동물보험 6억→6천억 성장한다


1000만 반려동물 시대. 반려동물은 더이상 재산이 아니다. 가족이다. 반려동물 영토가 넓어진만큼 그림자도 커졌다. 쓰레기봉투에서 병든 고양이가 발견되는 등 유기문제도 심각하다. 반려동물보험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자녀를 병원에 데려갈 때 진료비를 걱정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과 실손보험 등으로 진료비 대부분을 처리할 수 있다. 반려동물이 아플 땐 얘기가 다르다. 현재 동물병원 진료비는 100% 자기부담이다. 보호자나 수의사나 보험없는 치료가 찜찜한건 마찬가지다.

◇'돈' 안되는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법이 패러다임 바꿀까=국내에서 반려동물보험 상품을 다루는 보험사는 3개(삼성화재, 롯데손해보험, 현대해상)에 불과하다. 아직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200%에 달한다고 불평한다.

보험연구원의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를 위한 과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은 0.1% 수준에 그친다. 시장 규모는 6억7000만원 수준. 보호자 입장에서도 반려동물이 자주 걸리는 병이 보험대상에서 빠진 경우가 많아 보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는 보험 요율과 상품 전면 개편에 나섰다. 정부도 반려동물 의료수가(진료비)를 재정비할 계획이다. 업계는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법이 도입되고 산업 자체가 커지면 보험시장도 커질 것으로 본다. 단계적으로 6000억원 규모까지 클 것으로 본다. 의료비가 정상화되면 보험료가 낮아져 가입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려동물보험이 자리를 잡으면 유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반려동물 거래가격보다 질병 발생시 치료비가 더 높은 사례가 많다. 보험이 적용돼 치료비를 대폭 줄인다면, 적어도 금전적 이유로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례는 줄어들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펫팸족(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 반려동물에 한달 20만~50만원을 쓰는 사람 비율은 20.1%에 달한다. '합리적' 수준의 보험비가 책정된다면 충분히 가입할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가입률 10%↑, 선진국 반려동물보험 상품은=영국과 독일, 미국의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은 각각 20%, 15%, 10%에 이른다. 일본도 4%대다.

호주보험사 'MDiBANK'는 3가지 형태의 보장플랜을 제공한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다. 의료비 1000호주달러(한화 약 823만원) 초과 고비용 의료비를 보장하는 '이머전시 펫케어' 상품도 있다. 반려견 이물질섭취, 화상·골절, 관절형성장애 등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미국 '올스테이트(Allstate)'는 보장범위가 넓은 상품을 보유했다. 상해·질병 치료비를 보장하고 암(항암치료 포함), 수술, 진단(X레이, MRI), 선천성질환은 물론 대체의학(침술, 하이드로테라피)까지 보장한다.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치아클리닝 등을 제공하는 웰니스 리워즈(Wellness Rewards)플랜도 운영한다.

미국 'FIGO'는 반려동물 전반적인 생활 관리를 지원한다. 의료비 영수증 사진과 치료내용을 앱(애플리케이션)에 올리면 곧바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의료비를 최대 100% 보장하는 상품이다.

◇'늦깎이 성장' 한국과 닮은 중국=중국 반려동물산업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폭풍성장' 중이다. 보험연구원의 '중국반려동물보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반려동물산업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1220억위안(185억달러)로 추정된다. 반려동물 의료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227억위안)에 달한다.

중국 보험사들은 최근 들어 반려동물보험 산업 개척에 뛰어들었다.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해서다. 특히 온라인 상품 활용에 적극적이다.

중국평안손보사는 지난 4월 '충e보' 상품을 출시했다. 중국 1위 동물병원 프랜차이즈 뤼파이충우와 손잡고 만든 상품이다. 중국인민재산손보는 '충러보' 상품을 보유했다. 중국목축업협회 개발 반려동물 식별칩 기술을 활용한 상품이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중국도 반려동물보험 판매에 불리한 환경요인이 있다"면서도 "반려동물 관련 업체와 적극 제휴해 판매망을 확보하고 식별칩 이식으로 식별문제를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대표발의자 잃은 '미아 법안', 통과될 수있을까


반려동물 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이 의원직 상실 닷새 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이 그 필요성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를 얻었음에도 실현가능성이 크지 않게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다. 국회 내 법안 심사와 처리를 가장 앞장서서 이끌어나갈 발의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수많은 법안들의 발의만 된 채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되는 것이 현실이다.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한번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법들도 무수히 많다. 정말 우리 삶에 필요한 법안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좋은 법을 발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법안이 공론화되고 다른 의원들의 지지 속에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의 정치력이 중요하다.

물론 대표발의자를 잃었다고 법안 자체가 국회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의원직을 상실한 전직 국회의원의 대표발의 법안이 끝까지 살아남아 통과된 경우가 있었다.

김재윤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안과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김재윤 전 의원이 대표발의 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안은 박물관 및 미술관의 설립·운영 목적에 평생교육 증진을 추가, 박물관 및 미술관이 평생교육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정작 대표발의자인 김 전 의원은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입법 로비' 사건으로 지난 2015년 11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을 선고 받아 의원직을 잃어 한달여 차로 법안 통과를 끝까지 지켜보지 못했다.

김재연 전 의원이 발의했던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개정안은 현장실습생들의 과도한 근로시간 및 인권침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은 다른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과 병합 심사돼 대안에 반영됐다. 김 전 의원은 그러나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함께 의원직을 상실한 상태였다.

국회기와 국회의원 배지에 적힌 한자 '국(國)'자를 한글인 '국회'로 바꾸는 법안도 대표발의자 없이 통과돼 살아남았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19대 국회 초반인 2012년 8월 이 같은 내용의 '국회기 및 국회배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2013년 2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발의 2년여 가까이 흐른 2014년 5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법안 철회는 발의의원 및 공동발의의원 과반 이상의 철회의사 표시나 본회의·위원회 동의가 있을 경우에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의원직 상실 의원이 의원시절 발의한 법안들 역시 다른 법안들처럼 통상적인 법안 처리과정을 밟을 수 있다.


최 전 의원이 발의한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법은 지난 19대 심윤조 전 새누리당 의원이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는 등 국회에서 반복되는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그만큼 또다른 의원들이 나서 이 법안과 비슷한 취지로 입법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의원은 사라져도 법안은 살아남는 일이 20대 국회에서도 이뤄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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