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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차수 변경으로 열린 본회의에서 2018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178명, 찬성 160명, 반대 15명, 기권 3명 등으로 통과되고 있다. 한편 법정시한은 나흘을 넘기게 됐다. 2017.1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내년도 예산안이 6일 새벽 국회 문턱을 넘었다. 천신만고 끝이다. 법정시한은 못지켰다.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인상과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등 정책적인 의견 차. 여야 3당이 내세운 '지각 사유'다. 하지만 최종 예산안 시트지를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협상 포인트는 다른 곳에 있었다.

◇#다이어트실패, SOC 예산 국회에서 1.3조↑=문재인 정부는 예산 '다이어트'를 결정했다. 복지 확대 등 새 정부 정책과제에 필요한 재원(5년간 178조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특히 SOC(사회간접자본) 부문에 '뺄' 살이 많다고 판단했다. 이에 정부는 내년도 SOC 예산을 올해 대비 20% 삭감해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SOC 예산 총액은 국회에서 '요요현상'을 겪었다. 다시 살이 쪘다. 1조3000억원 증가한 19조원이 됐다.

특히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의 '밀당(밀고 당기기)' 끝에 실속을 챙겼다. 호남 고속철도 2단계 건설사업은 정부안 대비 87% 증액된 289억원이 배정됐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 도입 이후 '표면적으로' 사라진 '쪽지예산'은 아직 살아있었다. 지역구 민원성 예산 관행은 그대로였다. 특히 협상 과정 내내 얼어붙었던 여야 지도부들의 마음은 각자의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며 사르르 녹았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청주 상당구)는 청주상당서 분평지구대 증축 예산으로 4억5100만원을 얻었다. 정부안에 없던 예산이 새로 생겼다. 남일고은-청주상당 국도 예산 5억원도 새롭게 등장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광주 광산구갑)는 광주지역 예산을 정부 원안보다 3배 이상 키웠다. 정부는 광주-강진고속도로에 454억5800만원 예산을 배정했지만, 국회를 거치며 1000억원 증가했다.

실제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합의문을 작성한 4일, 국회 안팎에선 각 당 지도부가 어떤 '선물'을 주고받았을지 궁금하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역구인 순창·임실 지역 예산 확보를 위해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담판을 벌였고, 합의가 어려울 경우 "예산합의를 통째로 깨버리겠다고 압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쪽지예산'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즐긴다. 전국적으로 비판받더라도 아랑곳않는다. 지역구에선 '지역의 일꾼'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차기 선거에 표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숫자놀음, '흥정'으로 나온 공무원 증원수 '9475'=여야는 공무원 증원 숫자를 두고 협상 막판까지 첨예하게 대립했다. 정부 원안은 1만2221명, 자유한국당은 예년 수준인 7000명, 국민의당은 내근직을 제외하고 10%를 더 줄인 8870명을 각각 제시했다.

협상이 진행되며 간극은 좁혀졌다. 민주당은 1만명, 국민의당은 9000명까지를 각자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의견 차가 큰 한국당은 여기서부터 배제되기 시작했다.

새 기준점이 생겼다. 단순 중간치인 9500명이다. 국민의당은 9450명, 민주당은 9500명을 두고 대립했다. 국민의당은 9500명으로 할 경우 반올림하면 1만명이라 손해보는 느낌이 커 50명을 줄였다고 한다. 결국 여기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나섰다. 중간치인 '9475'를 제안해 타결됐다는 후문이다.

전문적인 수치 계산이나 철학이 담겨있지 않은 수치다. 협상에서 배제된 한국당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야합하고 흥정해 나온 숫자"라고 비판했다.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막판까지 '큰 관문'으로 남았던 공무원 증원 수가 단순 '숫자놀음'으로 정해졌다. 기재부 직원들의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반전법인세, 한국당 왔으면 부결됐을수도=한국당 의원들 없이 진행된 법인세법 개정안 표결 결과는 아슬아슬했다. 재석 177명, 찬성 133명, 반대 33명, 기권 11명으로 '가결'. 한국당 의원 100명이 자리를 지키고 반대표를 행사했다면 부결이 나올수도 있었다.

반대표 33표 중 21표가 '믿었던' 국민의당의 표다. 본회의 전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법인세 인상안 수정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반대 목소리가 예상보다 컸다. 결국 실전에선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당이 법인세 개정안 '찬성'을 당론으로 정한건 아니다. 의원들 개개인의 판단에 맡겼다. 표결 전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반대토론에 나서 "과표구간을 신설한건 '핀셋증세'도 아닌 '송곳증세'라며 "복지재원을 부담하려면 떳떳하게 증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합의문에 서명까지 한 김동철 원내대표가 반대표를 던진건 '반전'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표결 후 기자들과 만나 "세계적인 추세와 흐름이 새로운 구간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며 "우리가 반대해도 한국당이 입장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가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 반대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