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그늘, 국회책임" "이대로는 필패"…쓴소리 쏟아졌다

[the300]'내 삶을 바꾸는 개헌' 컨퍼런스 "국민참여 개헌 해야" 한목소리…"국회 존중해야 한다" 반론도

해당 기사는 2017-12-06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머니투데이 the300 '내 삶을 바꾸는 개헌'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87 헌법’이 탄생했다. 이처럼 2017년 '촛불혁명'의 결과는 새로운 체제의 탄생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가동중인 것도 이런 민의를 반영해서다.


 

그러나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이주영 국회 개헌특위 위원장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5일 공동주최한 '내 삶을 바꾸는 개헌 컨퍼런스'에선 "이대로는 개헌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가 과연 개헌의지가 있냐"는 우려에서다. 국민을 위한 개헌이 되기위해선 정치적 이해타산을 배제하고 국민이 참여하는 개헌방식이 돼야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반면 직접민주주의는 포퓰리즘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돼 논의의 깊이를 더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개헌의 앞날에 어두운 음영이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며 "가장 큰 원인은 국회"라고 지적했다. 현재 개헌특위 내에서 권력구조(정부형태)를 두고 '4년중임의 대통령중심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이원정부제' 등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서다.

 

이 전 장관은 "국회의원들이 과연 개헌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말로는 개헌을 하겠다고 하지만 조금만 다른 상황이 오면 중단한다. 개헌은 독립변수가 아니라 정치상황의 종속변수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장관은 "여야 합의가 안 되면 개헌은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제 3의 완충적 지대를 만들어 문제를 풀자"며 개헌을 위한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만약 헌법개정 공론화위를 구성한다면 앞으로 숙의민주주의를 통해서 대의민주주의가 보완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공론화위가 (개헌)특위에서 받아들여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론화위가 다룰 의제로 △권력구조(정부형태) △사회적 기본권의 확충 범위 △지방 입법·재정권 등의 확대 범위 등을 제시했다. 합의가 어려울 경우 "권력구조 하나만이라도 공론화위를 통해 합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the300 '내 삶을 바꾸는 개헌' 컨퍼런스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두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촛불집회가 일어났을 때 헌법에 탄핵 제도가 없었다면 지금도 촛불이 지속되고 있을 것"이라며 "제도와 현실 사이에 헌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와 현실 사이의 모순이 있을 때 바꿔나갈 수 있도록 헌법이 변화의 가능성을 담을 수 있어야지 하나로 고착화되면 다시금 헌법을 바꾸기 위한 큰 혁명적 변화를 초래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헌법을 만들 때 최대한 개방성을 가지면서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원칙을 헌법전문에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진행된 토론에서는 개헌 공론화위 설치 제안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일부 국회의원이 정치적 이해타산에 맞춰 개헌을 하고 있다"며 "이런식으로 개헌 작업을 진행하면 필패"라고 이 전 장관의 주장에 동의했다.

임 교수는 국회 개헌특위가 '조문화 작업'을 시작한 것에 대해서도 "아직 조문화 작업이 들어갈 때가 아니다"라며 "지금부터라도 공론화위를 구성하거나 다른 방식을 찾아 직접민주주의 강화-지방분권 등 여러 쟁점에 대해 국민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87년 개헌 당시 여야8인의 정치대표가 참석해 자기들끼리 밀실에서 개헌안을 만들었기 때문에 6월항쟁은 성공한 혁명이 아니라고 볼수 있다"라며 "'촛불'이 성공한 혁명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주도하는 개헌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존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을 주권자라고 누구나 얘기하지만 국민이 실제로 헌법을 제정·개정한 사례가 범세계적으로 얼마나 있냐"면서 "대표자를 선출하고 그 선출자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해 국가 사무를 처리하듯 개헌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이어 "과거에 비해 국민들의 정치적 지식과 정보가 확대되고 대의제에 대한 불신도 커지는 가운데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문제는 포퓰리즘의 위험성도 커질수 있다는 점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것이 자칫 잘못 이용되면 자기의 지지계층을 동원해 '국민소환제' 등으로 이전투구가 벌어질 우려가 있다는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며 "양면을 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the300 '내 삶을 바꾸는 개헌' 컨퍼런스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토론 진행을 맡은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우리 국민들도 기본적으로 대의제 부정하지 않는다"며 “정치권이 구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게 우리 정치의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론화위 등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가 개헌에 담기는 걸 국회가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국회의 정치적 합의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 주도 개헌은 드물다고 했는데 그것이야말로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할 과정이고 새롭게 점검해나가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촛불혁명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그 정신 위해서라도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국민참여 개헌이 이뤄져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정치개혁이 큰 그림이고 개헌은 정치개혁을 위한 수단"이라며 "헌법은 그대로 두면서도 하위시스템 변화를 통해 변화를 달성할 부분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현행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국회와의 협조와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자체가 문제지 시스템인 '87년 헌법' 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근본적으로 선거제도·정치관계법·정당제도·집시관계법 등 국민들의 정치활동 통해서 대의제를 견제할 수 있는 견제적 민주주의 요소가 상당부분 부족해 대의기관만의 권력분립은 실제 권력을 분립하는데 충분치 못했다고 본다"며 "국민견제권이 잘 발동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300인덱스
  • 청탁금지법ABC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