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증원 1000명의 '정치학'

[the300][런치리포트-예산에 숨어있는 정치]①양보할 수 없는 '가치'…그 이면에 숨은 실리

해당 기사는 2017-12-05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내년도 예산안 429조원 전체를 붙잡은 것은 공무원 증원 1000명이다.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예산 처리 시한(12월2일)을 넘긴 사태의 중심에는 '공무원 증원'문제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임기내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년에 1만2200명을 증원해야 한다는 게 정부·여당의 입장이지만 야당은 "미래세대에 부담되는 퍼주기 예산"이라며 대폭 삭감론을 펼치며 맞섰다.

 

수차례의 마라톤협상 끝에 한국당은 지난 3일까지 7000명, 국민의당은 9000명까지 양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여당도 조금 양보해 1만500명까지가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결국 여야3당은 9475명을 증원하기로 합의했지만 한국당은 합의문에 서명을 하면서도 "동의할수 없다"며 '유보'의견을 달았다. 

 

한국당이 주장한 7000명은 '예년 수준'에 근거한 숫자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과거 10년 동안 공무원 증가 규모를 봤을 때 연 평균 약 5660명 정도"라며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증원 계획이 정확한 추계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전 수준을 기초로 해서 증원 규모를 정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 한국당의 일관된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와 민주당이 주장한 1만2200명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별 총 고용대비 공공부문 고용비중 통계에 근거했다. 문재인 대통령 1호 공약인 '공공일자리 81만개 달성, 임기내 공무원 증원 17만9000명 증원은 한국의 공공일자리 비율이 7.6%로 OECD 평균인 21.3%의 3분의 1에 그친다는 통계를 근거로 산출됐다.

 

그러나 김광림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사용한 OECD 통계는 국가별 비교가 불가능한 통계"라고 비판한다. 실제 OECD 자료를 보면 대부분 국가는 국제노동기구, ILO(국제노동기구)가 수집한 자료를 활용했지만, 한국과 이탈리아, 포르투갈은 해당 국가 자료라고 각주를 달아 데이터 활용에 유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근거로 삼은 '예년 기준'도 정확한 기준은 못된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예년 수준의 증원을 두고 3000명인지, 7000명인지 통계에 따라 다른 상황"이라며 "예년 수준 증원으로 (규모가) 정해진다고 해도 (추가로 더) 인정해주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공무원 증원 문제는 '큰 정부'를 지향하는 여당과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야당의 근본적인 철학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성장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한다고 본다. 그중 하나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선택했다.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은 경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으로 무분별한 공공부문 확대는 양보하기가 힘든 것이다. '중도정당'을 표방하는 국민의당은 그 사이에서 어딘가에 자리를 잡았다.

 

공무원 증원 1000명으로 대변되는 각 정당간의 '가치전쟁'은 명분일 뿐이고 실은 협상에서 유리한 카드를 점하기 위한 수단이다. 서로가 받을 수 없는 카드를 던져두고 시간을 끌며 서로가 원하는 내용을 주고받는 것이다. 국민의당이 1조원 규모의 사업인 호남선 KTX의 무안경유를 얻어낸 것이 좋은 예다. 한국당 역시 '국정원 특활비 유용의혹 특검법'을 예산안과 연계하려고 시도했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여당인 민주당이 한국당이 아닌 국민의당의 손을 잡는 방향을 택했다는 점이다.

 

또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보전을 위한 일자리 자금 △아동수당 △기초연금 △건강보험 재정 △남북협력기금 문제 △소득세 인상 △법인세 인상 등 예산안 8대 쟁점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비슷한 유형의 정치논리가 숨어있다.

 

아동수당 (만 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 도입과 기초연금(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에 월 20만6050원 지급) 인상은 지난 19대 대선 때 여야모두가 제시한 공약이다. 그럼에도 합의에 진통을 겪은 것은 '도입 시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6월13일)를 앞두고 시행할 경우 표심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서로 원하는 패를 얻었어도 쉽사리 보여주지 않는다. 8대 쟁점에 대해 "원내대표간 패키지로 숫자를 조율해서 한번에 발표하기로 합의한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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