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붉은 깃발법', 카풀을 멈추고 택시를 살릴 수 있을까

[the300][런치리포트-이주의 법안]①황주홍 대표발의 '유료 카풀 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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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5년 산업혁명의 발원지 영국에서 자동차는 이미 시속 3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빅토리아 여왕은 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교외에서는 시속 6.4km, 시가지에서는 3.2km로 제한하는 법을 공포한다. 속도제한 뿐 아니라 자동차를 운행하려면 붉은 깃발을 든 마차를 앞세우도록 했다. 바로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이다. 자동차 산업에 마차 산업이 잠식되지 않도록 자동차를 마차보다 느리게 달리게 만든 희대의 ‘해프닝’으로 꼽힌다.

‘붉은 깃발법’은 30년이 지나서야 폐지됐다. 그 사이 프랑스와 독일은 자동차 대량생산체계를 갖추며 영국을 추월한다. 마차 산업과 마부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결국 마차도 잃고 자동차도 놓치는 결과를 낳았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유료 카풀 금지법’이다. 현재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한 유상운송은 금지돼 있다. 다만 교통수요를 고려해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카풀’은 예외조항으로 뒀다. 그러나 황주홍 의원이 발의한 ‘유료 카풀 금지법’이 통과되면 출퇴근 시 카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원천 차단된다. 그 목적이 택시업계 이익이라는 점에서 솔직하다.

‘카풀’ 서비스업체 ‘풀러스’는 지난 6일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도입하고 24시간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는 택시업계의 극렬한 반발을 불러왔다. 여기에 서울시가 ‘풀러스’에 대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 제1항을 위반한 유상운송이라고 규정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택시 편에 가세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나섰다. 위원회의 첫 공식사업으로 다음달 21~22일 1박2일 끝장토론을 통해 카풀앱 문제를 해결하는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을 열겠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한국판 붉은 깃발법’인 이 법안은 택시업계 불황 문제 해소를 구호로 내걸고 ‘택시 요금보다 싼 운송 서비스는 멈추라’고 말한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 소비자의 선택권 강화라는 측면에서 당연한 추세지만 택시업계를 포함한 이해관계자간 사회적 합의, 거래 참여자에 대한 공정한 세금부과 등 시급히 검토해야 할 의제가 뒤따른다. 이에 대한 논의의 ‘계기’로는 의미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한변호사협회는 서울시의 조치에 대해 정부의 혁신성장과 네거티브 규제기조에 반한다며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차량 공유를 통한 운송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이미 50조원 이상 투자가 이뤄졌고, 현대차와 SK 등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 법은 타당한가?”= 발단은 카풀 서비스의 ‘출퇴근 시간’ 해석을 둘러싸고 일어났다. ‘유료 카풀 금지법’의 찬성측은 풀러스는 택시면허가 없는 택시이며 사실상 24시간 영업을 통해 택시의 업역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존 산업이 감수하고 있는 규제는 피한 채 이익만 취하는 ‘빨대경제’라고 비난한다.

반대측은 심야시간 등 택시 잡기 힘든 환경과 택시요금보다 30~40% 싼 카풀 요금을 고려할 때 이 법이 소비자 이익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풀러스’는 유연근무제와 같이 변화하고 있는 근로환경을 고려해 출퇴근 시간대 개념을 확장시킨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전 세계 운송 공유경제의 핵심으로 과감한 규제프리 선언 통해 4차산업혁명을 이끌자는 주장으로 확장한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 19대 국회의 소위 ‘우버금지법’을 떠올리면 통과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서울시와 국회가 나란히 2년 전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서비스를 좌절시켰던 상황과 유사하다. 우버는 국내에서 실패했지만 시가총액 80조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외 업체가 아닌 국내 스타트업이 논란의 중심이 된 점, 대통령의 규제혁신 의지와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대한 지지로 법안을 둘러싼 환경이 변했다. 국회는 분명 이전과 다른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법에 따라 카풀앱을 막는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그렇다고 택시산업을 사양산업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우리도 수요공급에 따른 탄력요금제, 서비스 다양화를 고민할 때다. 하지만 마차도 자동차도 지키지 못한 ‘붉은 깃발법’의 교훈은 절대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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