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부 능선 넘고도 '법사위 고개' 못넘은 '변호사 세무사 자동취득 폐지법'

[the300][런치리포트-'사짜의 전쟁']①세무사법 개정안, 법사위 보류…정기국회 통과 불투명

해당 기사는 2017-11-29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취득 규정. 56년만에 폐지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제동이 걸렸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 여야 3당은 정기국회에서 ‘세무사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합의한 상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법안심사2소위에 장기간 묻혀있던 이 법안을 다시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8부 능선을 넘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남은 고비 넘기가 쉽지 않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세무사 자격 뿐 아니라 조세와 관련한 법률대리 시장까지 뺏길 수 있다는 우려 속 변호사 단체들의 반발이 거센 까닭이다.

 

◇8부 능선 넘고도 법사위 고개 못 넘어= 국회 법사위는 28일 법안심사제2소위를 열고 ‘세무사법 개정안’ 심사에 나섰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법안 처리를 보류했다.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명분이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직접 회의에 참석, 해당 법안의 반대 입장을 피력하는 등 총력전을 펼친 게 영향을 줬다.

 

법사위는 추후 2소위를 다시 열고 법안 심사를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법사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예단하기 어렵다. 당초 정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단은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관련 법안을 직권상정해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자유한국당이 입장을 바꾸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법사위도 국회의장 직권상정 방침이 월권행위라며 반발하고 있어 직권 상정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세무사법 개정안은 법사위 문턱에서 주저앉고 정기국회 처리도 무산될 수밖에 없다.

 

법사위 내에서도 같은 정당이나 법조인 출신이라도 서로 입장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아 합의 도출이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검사 출신이자 변호사 자격을 갖춘 주광덕 한국당 의원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자격 제도와 관련 공정하고 투명한 프로세스를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진태 한국당 의원, 백혜련 어민주당 의원,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 등은 변호사와 세무사 업무가 겹치는 부분에 대한 규정을 좀더 보완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1조원대 세무시장…뺏느냐, 뺏기느냐 = 세무사법 개정안은 결국 변호사와 세무사간 힘겨루기다. 이날 대한변협과 세무사회도 법사위에 출석해 각각의 주장을 피력했다. 이창규 세무사회 회장은 "변호사들이 시험도 없이 세무사를 비롯한 전문자격을 자동으로 얻는 것은 공짜 특혜"라며 "세무관련 고충을 해결해줄 수 없어 납세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된다"고 강조했다.

 

변협은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폐지가 변호사의 법률 사무 역할을 근본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현 변협 협회장은 "세무사법과 변호사법의 충돌 문제, 세무사법에 대한 위헌 심판 진행, 세무대리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국민의 선택권 침해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업계는 무엇보다 이번 개정안 통과가 세무대리 업무 시장의 잠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변호사의 세무사 지위를 박탈하면 세무 관련 법률 대리 자격에 대한 시비를 불러올 수밖에 없고 결국 연간 1조원대의 세무 시장에서 변호사들의 '밥그릇'을 뺏기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2003년 이전 사법시험 합격 변호사에 한해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한 예외 규정까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걱정한다. 현재 이에 해당하는 변호사 수는 1000여명 정도다. 변협 측은 "세무사 자격 자동등록 폐지법이 통과되면 세무사 등록 근거 규정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1000명에 달하는 변호사들을 고발하는 일이 잇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백년'에 걸친 '사(士)의 전쟁'…갈등은 진행형= 변호사가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갖게 된 것은 1961년 세무사법 제정 당시부터다. 이때부터 변호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는 세무사 업계의 '반백년 숙원'으로 여겨졌다.  세무사 업계는 변호사들의 세무사 등록을 막아 변호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시켜왔다. 이에 변호사의 세무사 업무 수행이 사실상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 됐다. 현행 세무사법에 따르면 영리법인 임원이나 사용자는 세무사가 될 수 없다. 영리법인이 세무대리에 나설 경우 업무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은 세무사 등록이 불가능해 세무대리 업무에 참여할 수 없다. 단 2003년 실시된 사법시험과 그 이전에 합격한 변호사에 한해서는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법률 업무 대신 세무 조정을 주로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에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에게 세무사 등록을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세무시장 판도에 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변호사들이 법무법인 소속이든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든 각종 세금 신고 업무 등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변호사 업계는 한발 더 나아가 관련 규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다.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을 막는 현행 제도가 헌법 15조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평등의 원칙,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만일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를 원천 봉쇄한 결과를 낳아 위헌 주장에 부딪히기 때문에 또다시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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