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예산·법안 어디로 가나?

[the300]종합

429조 예산안 놓고 '노심초사' 정부, 여유있는 여당…왜?

국회의 2018년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 D-4. 여전히 헛바퀴가 돈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사업 건수만 172건. 그럼에도 여당은 여유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진도가 느린 것도 아니라는 판단이다. 또하나 이유가 있다. 지도부 간 ‘딜(협상)’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내줄 수 있는 ‘카드’를 고심중이다.

27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지난해와 올해 국회 예산안 처리 과정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국회 예산안 처리 시계는 지난해보다 다소 느리다.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조정소위)는 11월7일 감액심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200건 이상 안건을 보류하고 같은달 21일 보류안건심사소위원회(소소위)로 넘겼다. 같은달 29일 정세균 국회의장은 법인·소득세 인상안 등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했다. 예산안은 12월3일 큰 무리없이 의결됐다.

올해 조정소위는 지난해보다 1주일 늦은 11월14일 감액심사를 시작했다. 172건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소소위로 넘겼다. 소소위 감액심사는 지난 26일 시작됐다. 지난해보다 5일 느리다. 이를 두고 국회 안팎에선 법정시한 내 의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뜩이나 시간이 촉박한데 여야 간 의견이 아직까지도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한이 임박해 여야가 중요한 안건들을 졸속 처리할 것이란 걱정도 상존한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노심초사한다. 소소위로 넘어간 보류 안건 수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72건도 결코 무시못할 숫자라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국회 논의 시간이 짧은데도 타협하려는 의지가 여야 모두 크지 않아 보인다”며 “미처리 법안 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국회 기능이 정상화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실제 현재까지 감액 심사를 통해 삭감된 예산은 6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매년 예산안이 국회를 거치며 4조원 가량 삭감됐던 것에 비하면 적은 수치다. 여야 간 협상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구체적으로 △아동수당 1조1009억원 △만 65세 이상 노인 대상 기초연금 예산 9조 8199억원 △국가직 공무원 1만 5000명 인건비 4000억원 등에 대한 예산심사가 보류됐다. 전체 예산 삭감액이 적어 원안 삭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기한 내 예산안 처리를 자신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달라 상황을 인식하는 방식도 다르다. 보류된 예산안을 추후 일괄 처리하는 것을 두고 정부는 ‘졸속처리’가 될까 걱정하지만, 여당은 ‘속전속결’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국회의장 예산부수법안 지정은 지난해보다 하루 앞당겨진 28일로 예정됐다.

정부 측 우려와 달리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여당 설명이다. 여당은 비록 국회 상임위 논의 시작은 늦었지만 끝은 늦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안정자금이 예산안 핵심쟁점인데 예결위 단계에선 어차피 여야 합의가 어렵다”며 “결국엔 여야 지도부 간 협상에서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 교섭단체 3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책위원의장은 이날 오후 3시 이른바 ‘2+2+2 회동’을 시작했다. 첫 회동에선 일단 주요 의제를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 단계는 원내대표 간 협상이다. 여야는 앞서 진행된 기획재정위원회 등 상임위나 예결위는 예산안 전쟁의 ‘전초전’일뿐이라고 본다. ‘진짜’ 협상은 지금부터라는 것. 이전 절차는 원대 간 협상을 앞둔 ‘근육’과 ‘체력’을 키우는 일련의 과정이었단 설명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상임위·예결위에서 여야 각각의 명분을 쌓고 논리를 구성하는 단계를 거친 것”이라며 “야당도 끝까지 버틸 수는 없고, 포기할 건 포기하며 원하는 걸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엔 원대 협상에서 이뤄질 ‘패키지딜’이 관건이다. 일단 여당 입장에선 법인·소득세 인상안등 예산부수법안과 최저임금 인상안 등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이기 때문에 포기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운용방식 등 ‘방법론’에 대해선 야당 의견을 일부 반영할 여지가 있다.

여당 지도부는 야당, 특히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반길 만한 협상카드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협상 가능성이 열려있는 항목으론 서비스산업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등이 꼽힌다. 여야 간 ‘협상’이 실패로 귀결되는 게 여당으로선 최악의 상황이다. 이 경우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자동상정된다. 부결 가능성도 높다. 민주당 의석이 121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예산안을 다시 짜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 집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예산안, 심사보다 의결이 숙제…국회의장에게 쏠리는 눈


내년도 예산안 심사 기일을 나흘 남긴 28일 여야 ‘중재자’ 국회의장에게로 시선이 쏠린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28일 오전 지정할 세입예산부수법안의 종류와 수가 관건이다. 내년 세수에 영향을 미쳐 내년도 예산안 성립에 꼭 필요한 세입예산 관련 법안들이다. 정 의장이 어떤 법안을 부수법안으로 지정하는지에 따라 예산안 세부 쟁점에 대한 여야 협상 구도가 달라지게 된다.

이날 정 의장은 여야 3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 원내대표들과 국회에서 만나 늦어도 다음날(28일) 오전까지는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지정된 예산부수법안은 오는 30일까지 심사를 거쳐 내달 2일 본회의에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자동 회부된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정부와 여야로부터 이날 현재까지 47건의 예산부수법안 지정 요청이 정 의장에게 보고됐다. 예산부수법안은 국회의장에게 전적으로 법안 상정 지정 권한이 있다. 다른 법안과 달리 여야 지도부간 협의가 없어도 의장 권한으로 지정되면 본회의 상정은 가능하다. 당 차원이나 개별 의원 차원에서 의장에게 보고하면 의장이 국회 예산정책처의 검토를 참고해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한다.

정 의장은 이날 법안 지정을 위해 최종 검토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13일 “당론 발의 아니면 최소한 ‘권고적 당론’이라도 (있어야) 우선적으로 (지정을) 고려할 작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가 어떤 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든 여야 갈등이 예상된다. 정부 여당이 관철하려 하는 법안은 종합소득 과세표준 구간 조정과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의 내용이 포함된 세법개정안이다.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 최고세율 인상, 법인세 최고구간 3%포인트 인상(22%→25%) 등이 골자다. 여당은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이를 당론 채택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이같은 정부여당안과 대비되는 ‘감세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예고된 갈등 속에서 정 의장이 어떻게 여야가 합의점을 도출할 ‘토론장’을 만들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여당은 같은 당 출신인 정 의장에게 정부여당안을 밀어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여야를 아우르며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정 의장은 정부여당 손만 들어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예산‘부수’법안만큼 중요한 예산안 의결을 위해 여야 3당이 각 당이 원하는 카드들을 놓고 ‘패키지딜’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3당 체제인 만큼 여당에는 한국당뿐 아니라 국민의당과의 협상 여지도 있다. 정 의장이 지정한 예산부수법안 속에서 국민의당과의 중간 지대가 생길 경우 여당으로서는 협상이 더욱 수월해질 수 있다.

여당 한 관계자는 “세입예산부수법안에 포함되는 법인세·소득세가 통과 안 되면 예산 조달이 안돼 정부여당은 이를 포기할 수 없다”며 “앞으로의 협상에서는 여야가 서로 타협할 수 있는 협상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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