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를 말할 수밖에 없는 중국, '협력'을 강조해야 하는 한국

[the300][뷰300]사드 '완전한 봉인' 어려워…현실적인 대응책 모색해야

【다낭(베트남)=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1일 오후(현지시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의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7.11.18. amin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정상회담을 끝낸 직후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봉인'된 것이라고 표현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1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드는 봉인된 것으로 이해한다"며 "사드는 일단 제쳐두고 양국관계를 더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에 합의한 셈"이라고 밝혔다.

봉인은 허술한 모양새다. 연일 한·중 양국에서 사드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 22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를 언급했다. 중국 측이 사드 레이더의 중국 방향 차단벽 설치 및 사드 배치 현장조사 등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중국 측이 "중국어 '단계적'에서, '적(的)'은 한국어로 '~의'로 해석해야 한다"고 전해온 사실을 공개하며 한·중 양국의 '미래로 간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사드 레이더 차단벽 요구 보도 등에도 "병백한 오보"라고 대응했다.

사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때부터 사드 문제가 계속해서 거론될 것이라는 점이 예상됐다. 당초 양국은 실무진이 아닌 정상급에서 사드 문제를 논하지 않기로 했으나, 시 주석은 사드 문제를 직접 꺼냈다. 당시 시 주석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고, 문 대통령은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고 답했다. 한·중 정상회담 현장에서도 사드의 '깔끔한 봉인'이 이뤄지진 않았던 것이다.

사드는 완전히 봉인될 수 없는 존재다. 중국은 사드를 '턱 밑에 들어온 위협'으로 인식한다. 냉전시대 미국의 '쿠바 미사일 위기' 격이라는 목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심지어 중국 전승절에 극진한 대우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귀띔'도 해주지 않은 채 배치해 '절대권력' 시 주석의 위상에 먹칠을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달 방중에서 사드가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각료들을 통해서든,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서든 사드 문제는 언급될 게 유력하다. 시 주석의 국내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라도 언급이 불가피하다.

사드는 중국 입장에서 꽃놀이패이기도 하다. 향후 마련될 각종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을 압박할 수 있는 실질적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압박은 사드로 하고, 또 다른 실익을 얻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사드를 매개로 미국에 견제구를 던질 수도 있다. 실제로 한·중 협의 과정에서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 미국의 미사일방어(MD) 편입 등 '3불 원칙'을 꾸준히 언급하고 있는 중국이다.

사드의 이같은 성격을 고려한다면 우리의 대응 방법은 명확해진다. 한·중 관계의 '큰 텐트'를 생각하는 것이다. 비록 사드가 거론되긴 했지만,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합의한 것은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였다. 시 주석이 문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한 것에서도 이같은 기류가 읽힌다. 협상 과정에서 '어차피 나올 수밖에 없는' 사드 잡음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협력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폭탄 트위터' 보다 백악관의 정제된 메시지를 신뢰하는 기조를 대중관계에도 적용해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도 "중국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말들이 오갈 수 있지만, 실무 차원의 줄다리기 정도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변수는 미·중 관계라는 '더 큰 텐트'다. 동북아에서 우호적인 G2(미·중) 관계가 이어진다면 '협력'에 포커스를 맞춘 한·중 관계가 힘을 받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말 처럼 사드를 '일단 제쳐두는' 모양새가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현재까지 우호적 모습을 보인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분발유위(奮發有爲)를 앞세운 중국의 신외교 방향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국제사회에서 할 일을 하겠다"는 분발유위의 기조가, 남중국해 등지에서 G2 간 갈등으로 이어질 경우 '한·중 협력' 보다는 '사드'에 포커스가 맞춰질 수 있다. 북핵 부터 경제 이슈까지 전면적으로 '협력'이라는 키워드를 동북아 및 아태지역에서 부각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를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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