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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에 대한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진성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은 재석 276명 중 찬성 254명, 반대 18명, 기권 1명, 무효 3명으로 가결됐다. /사진=이동훈 기자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법안 등 72건의 법안이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 참사법)을 가결했다. 재석 의원 216명 중 162명이 찬성, 46명이 반대했다. 8명은 기권했다.

사회적 참사법은 지난해 12월19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이다. '제2기 세월호 특조위'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 특조위'를 출범시켜 진상 규명을 하기 위해 발의됐다. 여야는 당초 특조위원 구성을 여당이 3명, 야당이 6명 추천하도록 한 내용에서 여당 4명, 야당 4명, 국회의장 1명으로 안을 변경해 합의점을 도출했다.

발의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찬성해 발의 일주일 만에 신속처리대상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본회의에는 그로부터 330일이 지난 이날에야 회의 마지막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번에도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물론이고 비교섭단체인 바른정당과 민중당까지 처리에 합의했다. 대표발의자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의원 43명이 함께 발의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가족들인 4·16가족협의회가 관중석에 배석해 사회적 참사법 통과를 지켜봤다. 법안이 통과되자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 점퍼를 입은 유가족들 입에서 박수와 눈물이 터졌다. 박 의원이 법안 제안설며을 하는 동안 일부 유가족은 초조한듯 손바닥을 비비며 의석을 바라보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제2기 세월호 특조위 구성은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다. 정유섭 의원은 "세월호 재조사가 필요하다면 정부 부처나 검찰이 하면 되므로 특조위 구성은 필요 없다"며 "이미 특조위를 구성해서 선체 조사 중인데 만일 또 특조위가 구성된다면 중복 조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의석과 유가족들 사이에서 원성이 터졌다. 유가족들은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7시간이나 가르쳐 달라"며 분노했다. 일부 유가족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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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 본회의장에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가족들이 방문해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 참사법) 처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백지수 기자

이날 본회의에서는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도 처리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확대하고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매년 8월14일을 '위안부 기림의 날'로 지정하는 법안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권리·의무와 관련된 정책을 수립할 때는 피해자의 의견 청취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현 7명인 국회의원 보좌진을 8급 비서 1명을 신설해 8명으로 늘리는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존에는 정규직인 보좌진 7명에 인턴비서 2명을 두게 돼 있었지만 인턴비서를 1명으로 줄이고 대신 8급 비서 1명을 둘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국회 인턴의 처우가 나쁘다는 지적과 국회 인턴제 운영 지침이 개정돼 2년 이상 근무한 인턴이 내년부터 근무할 수 없게 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이 법이 만들어졌다.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줄이기 기조에도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 법안은 바른정당의 반대가 있었지만 재석 의원 218명 중 151명이 찬성하고 28명이 반대, 39명이 기권하며 가결됐다. 이날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본회의에서 "비서를 신설할 때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가 핵심인데 국민에게 추가 부담토록 하는 것은 염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비용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회적 공분을 자아냈던 '깔창 생리대'를 없애는 청소년복지 지원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일부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들이 생리대를 구입할 여건이 안돼 신발 깔창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생리대 등 보건 위생 물품을 지원하도록 만들어진 법안이다.

이밖에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수사 과정에서 보호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제품안전기본법 개정안'도 가결됐다. 사망사고 등 중대한 제품안전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자가 중앙행정기관장에 이를 즉시 보고하도록 하고 필요시 사업자에게 사고 원인 규명 조사 착수를 지시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다.

한편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임명 동의안도 의결했다. 지난 1월31일 박한철 전 소장 퇴임 이후 297일 만에 헌재소장 공석이 메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