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수석전문위원도 '상원놀음?'…"정책 내용까지 심사해 '월권"

[the300]외감법, 유한회사 예외조항 되살려…부처·업계의 마지막 로비창구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지난 9월 28일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외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9회계연도부터 상장회사가 외부감사를 받을 때 6개 회계연도는 외부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한 후 3개 사업연도는 증권선물거래위원회를 통해 감사인을 지정받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외감법 개정으로 유한회사도 감사대상에 포함되게 됐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유한회사에 대한 예외조항을 두고자 했으나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치면서 예외조항은 삭제됐다. 그러나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면서 유한회사의 '예외조항'이 부활됐고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법사위의 도를 넘은 월권행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법사위원들은 물론 수석 전문위원이 법안의 체계·자구를 수정하는 수준을 넘어 법안 내용의 근본을 바꾸는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가 된 조항은 외부감사의 대상을 규정하는 외감법 제4조1항3호. 지난 9월21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속기록을 보면 정무위원들은 이 조항의 문구를 '그밖에 직전 사업연도 말의 자산, 부채, 종업원수 또는 매출액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회사'로 수정, 의결했다.

 

그러나 법사위 심사를 거치면서 4조1항3호에 '다만 해당회사가 유한회사인 경우에는 본문의 요건 외에 사원 수, 유한회사로 조직변경 후 기간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유한회사에 한정한다'는 예외조항이 신설됐다.

 

정무위원들이 최초 정부안에 유한회사의 감사인 지정제도의 예외조항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 단서조항을 삭제해 의결한 사안이 법사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하나로 인해 변경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정무위 소속 의원들에게 뒤늦게 전달되면서 지난 9월28일 법사위 수정안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조항이 추가됨으로써 유한회사에 대한 감사범위는 애초 법안 발의 의도에 비해 지나치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이를 법사위 위원도 아닌 수석전문위원 수정으로 변경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수석전문위원 제도는 1948년 국회법 제정 당시부터 국회 업무를 지원하기위해 두고 있다.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차관보급)의 역할은 △고유법안(형사법) 및 청원·진정(법무부소관 총괄) △예산안 결산 및 국정감사(법무부소관 총괄) △타위원회 법률안 체계·자구심사(운영위, 정무위,기재위, 행안위, 국토위 소관 총괄) 등이다.

 

이를 근거로 제 의원은 "검사출신의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이 체계·형식과 자구의 심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법률안의 정책적 내용까지 심사하고 있다는 '월권'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속기록을 살펴보면 9월21일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해당조항 삭제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반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예외조항 부활에 대해 "법사위에서 제시해주는대로 동의한다"고 답한다.  


지난 9월에는 기재부가 법사위를 최후의 로비창구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법안의 전문적인 내용을 심사하는 상임위원회에서는 기재부 등 해당부처가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있다고 법안이 법사위로 올라온 뒤 재정문제 등을 이유로 법사위 전문위원들을 설득하는 사태를 두고서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금태섭 의원은 "법사위에서 토론을 하다보면 기재부가 반대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기재부가 반대하려면 소관 상임위에서 하면 된다"며 "법사위가 계속 이러니까 (기재부가) 상임위에서 (반대를) 안 하고 법사위에 와서 전문위원한테 얘기해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법사위에서 보류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려 법안들은 법안심사 제2소위로 넘어가면 향후 처리될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2015년 3월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도록 의무화하는 건강증진법 개정안은 13년만에 처음으로 국회 보건복지위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제동을 걸면서 또 다시 계류되기도 했다. 당시 반대했던 김진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시한 논리는 '자구'나 '체계'의 문제가 아닌 "흡연자의 행복추구권 침해" 였다.

 

이 때문에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8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9월 원내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법사위에 법안을 묶어놓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에는 정세균 국회의장마저 "법사위는 상원이 아니다"라며 "상임위 법안을 막아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법사위가 그나마 최후의 보루로 게이트 키핑 역할을 하고 있어 법사위의 '상원'역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예산이 수반되는 법안을 발의할 때마다 예결위가 해당법안을 심사해야 하는데 예결위가 겸임상임위로 운영되는 탓에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 역할을 법사위라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 국회 내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함께 개선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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