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조원에 칼겨눈 '15인의 검객' 예산소위 위원, 그들은 누구인가?

[the300]전국 지역별 안배로 뽑혀 '예산 강호'에 나타난 국회 숨은 고수들

국회엔 15인의 '검객'이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 위원들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한 해 예산을 숫자 하나하나 따져 냉정하게 쳐내는 게 이들의 임무, 감액심사다. 이어진 증액심사에서도 날카로운 칼끝을 상대 정파나 다른 지역 의원들을 향해 내밀 때도 있다. 불철주야 회의장에선 막강한 내공과 외공을 지닌 이들의 초식이 쉴새 없이 오간다.

◇화산논검=지난 14일부터 연일 진행 중인 예산소위 회의는 유명 무협지의 천하제일 무림대회 '화산논검'과도 같다. 의원들이 쏟아내는 말들이 칼처럼 맞부딪히며 어떤 예산은 토막이 나거나 또 어떤 예산은 숨지기 직전에 살아난다.

소위 예산심사의 반환점을 돈 21일, 여야의 검객들은 국회 본관 638호 예결위 소회의실에서 또 다시 합을 겨뤘다. 이날엔 특히 청와대 예산이 심사 대상이어서 야당의 공격이 여느 때보다 매서웠고, 여당의 방어도 촘촘했다. 

부장검사 출신 자유한국당 간사 김도읍 의원은 늘 공격의 선봉에 선다. 김 의원은 청와대 예산의 과거 불용 사례를 지적하며 16억원 감액의 선수를 날렸다.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청와대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안보실 인원 증원 등을 강조하며 원안 유지를 호소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무차별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김성원 한국당 의원은 "다른 부처는 차관이 나와 심사를 받는데 청와대라고 해서 1급이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 비서관의 직급을 문제삼았다.

이에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자신의 참여정부 시절 비서관 경력을 언급하며 "총무비서관이 예산을 다 짠다. 적합한 위치에 있는 분이 왔다"고 엄호했다. 그러면서 "증액 편성도 아니고 감액 편성인데다 이전 불용 사유도 이해할 수 있다"며 원안 의결을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의 공격이 계속되자 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인 박재호 의원을 비롯해 어기구, 안호영, 유승희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철통방어의 진을 짜 맞섰다.

감액 의견을 자주 내지만 중재자로도 활약하는 국민의당 간사 황주홍 의원이 나섰다. 황 의원은 "16억원 감액이 과하면 10억원 언저리에서 타협을 보자"고 제안했다.

검객들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김도읍 의원은 8억원 감액 이상은 양보하지 못한다고 배수진을 쳤다. 여당 의원들은 새 정권에게 잘 해볼 기회도 안주고 예산을 깎는다고 반발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백재현 위원장이 5억원 삭감 결론을 내리고 정회를 선언했다. 이 총무비서관은 출혈을 감추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났다.

◇와호장룡=누운 호랑이, 숨어 있는 용. 무림의 숨은 고수를 뜻한다. 예결위 소위도 정치권의 숨은 고수들이 주로 포진한다. 각 당이 칼자루를 쥐어준 만큼 권한과 책임이 막강하다.

예산소위 활동 기간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공무원들이 국회를 배회한다. 예산을 지키기 위해서다. 행여 예산이 깎이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의원들을 설득하는데 애쓴다.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의 수장들도 직접 국회를 행차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소위 회의장이나 의원실 앞에서 기다려도 의원을 직접 알현하기는 쉽지 않다. 소위 위원들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회의장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 스스로도 고시공부를 하듯 회의를 한다고 말한다. 한 중앙행정기관 청장은 심지어 의원의 인턴비서에게까지 예산을 설득했다고 전해진다.

예결위 50명 중 예산소위 위원은 15명이다. 원내지도부가 전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선발하지만 중요 원칙은 지역 안배다. 예산을 지역별로 고르게 편성하기 위해서다. 국회의원이 돼도 예산소위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429조원의 예산을 도마에 올린 올해 예산소위는 민주당 6명, 한국당 6명, 국민의당 2명에 더해 바른정당은 비교섭단체가 됐지만 정운천 의원이 포함됐다. 지역 별로는 경기도가 3명으로 가장 많고, 부산 2명, 전북 2명이며 나머지는 전국 고르게 1명씩 분포했다. 여전한 지역구도 탓에 동서로 여야가 나뉜 편이다. 서울은 의원 정수는 많지만 국가 예산을 많이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이다.

여당에선 세무사 출신으로 숫자에 능한 백재현 위원장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빈대학 경제학 박사 어기구 의원, 변호사 출신 안호영 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출신 유승희 의원 등이 포진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김광림 의원이 초고수 반열에 꼽힌다. 김 의원은 신규 사업의 경우 예외 없이 예산의 허와 실을 꼼꼼히 따진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법 조항을 들고 '팩트 체크' 하는 중재자형이다. 정운천 의원은 공방에 끼어들기 보다는 주로 정리 발언을 잘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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