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류만 수십건, 싸우다 지나가는 예산 골든타임

[the300]국회 예결위 조정소위 40개 넘는 안건에 '보류'.. 증액심사시 협상카드 활용 가능성도 제기

여야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면서 법정 처리시한(12월2일)을 준수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수십여건의 안건이 감액심사에서 '보류' 처리된 점이 처리지연 우려를 키운다. 최대 쟁점인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 지원금 등은 아직 심사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4일부터 4일간 예산안조정소위(조정소위)를 열고 6개 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국토교통·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외교통일·국방위원회) 소관 20개 정부 부처 예산 감액심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한국형발사체와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 등 40개가 넘는 사업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감액심사에서 보류된 안건은 증액심사를 마친 후 재논의될 예정이다.

문제는 개별 상임위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안건들이 여야간 대립 등 타당한 이유 없이 보류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보류된 안건들은 추후 법정 시한에 쫓겨 졸속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버스 와이파이 설치 사업이 한 예다. 자유한국당은 버스 와이파이 설치사업 12억5000만원에 대해 전액 삭감을 요구했다. 휴대폰을 버스에서 사용하게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옳지 않고, 수익자 부담 원칙이 지켜져야한다는 이유에서다.

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은 "젊은이들이 버스에서 와이파이 사용하는 것까지 권장해야 하나"며 "우리 아이들 그렇지 않아도 휴대폰 갖고 허구헌날 살고 있는데 우리가 이것까지 (하는 것은) 교육상으로 안 좋아 이런 것 권장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도 "공공재라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는데 전기와 가스, 수도 등 모두 수익자 부담이다"라며 "와이파이를 까는 것도 그렇고 신규로 국가에서 하겠다는 것도 쉽게 납득이 안 간다"고 강조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젊은층을 상대해 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큰지 안다"며 "젊은이나 미래세대를 위해 원안대로 통과하자"고 주장했으나 결국 보류됐다.

이 밖에도 조정소위는 주거 급여지원과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 4차산업혁명 위원회, KBS 재난방송 등 40개 이상의 안건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야당에서는 △신규사업상 면밀한 심사 필요 △올 사업추진율이 미흡 △중복사업 예상낭비 검증 △실집행율 저조 우려 △추가경정예산서 기집행한 예산 등의 이유로 예산안을 보류했다. 반면 여당에서는 "청년을 위한 사업이라 투자로 봐야한다"거나 "이미 개별 상임위에서 칼질된 예산이다"는 논리로 방어했으나 야당 의원들을 설득해내지 못했다. 

여야간 대립으로 상당수의 안건들이 처리되지 못하자 타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서로 상대가 오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선이다"라며 "여아가 서로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도 "이대로 가면 11월말까지 감액심사도 다 못할 것 같다"고 자조섞인 발언을 내놓았다.

상당수의 예산안이 보류된 것에 대해 일각에선 증액심사시 정부의 협조를 얻기위한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감액심사와 달리 증액을 위해서는 정부의 동의가 필요한데 감액심사시 보류된 안건을 정부와의 협상카드로 사용하려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감액심사에서 보류된 안건은 증액심사시 정부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카드 중 하나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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