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과 엑소(EXO)…文 대통령 준비된 '스킨십 외교'

[the300][文대통령 아시아 순방]시진핑·리커창에 中고전 인용 등 치밀한 준비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보고르 대통령궁 인근 BTM몰을 방문, 선물받은 인도네시아 전통의상 바틱을 입어보고 있다. (청와대) 2017.11.10/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소피텔호텔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7.11.14/뉴스1
한시(漢詩), 중국 고전에 바둑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순방에서 한·중 문화의 공통 코드를 적극 활용, 중국 지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도네시아에선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깜짝 시장방문을 주도하는 등 특유의 스킨십 매너를 외교무대까지 확장했다.

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났다. 리 총리는 바둑 마니아다. 문 대통령은 최근 노영민 주중대사와 중국의 창하오 9단이 중국에서 한 팀, 우리나라의 이창호 9단과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가 서울에서 한 팀이 돼 화상 바둑을 겨뤘던 이벤트를 거론했다. 이어 "이런 문화적 공통점이 한·중 양국 간에 있다"고 했다.

그러자 분위기는 술술 풀렸다. 리 총리는 "다른 얘기를 안 하고 바둑 얘기만 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리 총리는 "문 대통령님도 바둑을 좋아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바둑은 대승적이고 전반적인 국면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종합적이면서 전략적인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관계도 그렇게 풀어가자는 뜻으로 들렸다. 배석했던 한 관계자는 "리 총리가 바둑 얘기를 정말 좋아하더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실제 바둑을 좋아한 게 외교무대에서 빛을 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아마 4단인데, 바둑을 자주 못 둬 실력이 많이 줄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의 고전이나 한시도 적극 인용했다. 앞서 11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비온 뒤 땅 굳는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며 '시경' 속 '매경한고 발청향(梅經寒苦 發淸香), 매화는 추위를 이겨낸 뒤 맑은 향기를 발한다는 대목을 인용했다. 전통문화에 자부심이 강한 중국 특유의 심리를 포착한 감성적인 접근이다.

리 총리에겐 "꽃이 한 송이만 핀 것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펴야 진정한 봄"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이 2014년 방한 전 국내 매체에 게재한 기고에 있는 표현이다. 리 총리는 중국의 시인 소동파(소식)의 "봄이 오면 강물이 먼저 따뜻해지고, 봄 강물이 따뜻한 줄은 오리가 먼저 안다"는 구절로 답했다.

문 대통령은 9일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함께 현지 시장을 방문, 자카르타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자카르타의 대통령궁에서 조코위 대통령이 직접 모는 전기카트를 함께 탔다. 이런 파격 의전 끝에 두 정상은 함께 주스를 마시고,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인 '바틱'을 사서 입었다.

문 대통령은 순방을 앞두고 "함께 시장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고 제안해보라"고 지시했다. 조코위 대통령 측은 청와대의 제안에 "쇼핑몰을 함께 가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른바 '한류외교'도 펼쳤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결혼식을 올린 조코위 대통령 딸이 케이팝(K-POP) 팬인 것을 알고 '샤이니' 민호의 축하 동영상과 엑소(EXO)의 서명이 담긴 CD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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