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바둑…文 대통령 준비된 중국외교 빛보나

[the300]시진핑부터 리커창까지 감성 접근, 文 "바둑 아마4단이었는데.."

한시(漢詩), 중국 고전에 바둑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과 관계 정상화를 위해 '내공'을 펼쳐 보였다. 리커창 총리와 회담에선 바둑을 거론한 게 분위기에 결정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 총리와 만났다. 비공개로 전환되자 문 대통령은 "리 총리께서 바둑이 수준급이시라는데 저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노영민 주중대사와 중국의 창하오 9단이 중국에서 한 팀, 우리나라의 이창호 9단과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가 서울에서 한 팀이 돼 화상 바둑을 겨뤘던 이벤트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문화적 공통점이 한·중 양국 간에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분위기는 술술 풀렸다. 바둑 애호가인 리 총리는 "다른 얘기를 안 하고 바둑 얘기만 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배석했던 한 관계자는 "리 총리가 바둑 얘기를 정말 좋아하더라"고 전했다.

리 총리는 "제가 알기론 문 대통령님도 바둑을 좋아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바둑은 대승적이고 전반적인 국면을 파악하는게 중요하다"며 "종합적이면서 전략적인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관계도 그렇게 풀어가자는 뜻으로 들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총리. 2017.11.13/청와대 제공
한시나 중국 고사는 회담을 위해 학습했을 수 있지만 바둑만큼은 '진짜'가 아니고는 상대와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실제 바둑을 좋아한 덕을 외교무대에서 보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아마 4단인데, 바둑을 자주 못 둬 실력이 많이 줄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치를 하기 전, 추자도 인근 무인도로 지인들과 낚시를 가 한밤 텐트 속에서 랜턴 불빛에 의지해 바둑을 뒀던 일화도 있다.

리 총리와 회담 모두발언은 한시를 주고받는 장면을 연출했다. 문 대통령은 "꽃이 한 송이만 핀 것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펴야 진정한 봄"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글도 세심하게 골랐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2014년 방한 전 국내 매체에 게재한 기고문에 들어있다. 시 주석의 표현을 반복하면서 한중 관계 회복을 염원한 것이다.

리 총리는 이에 중국의 시인 소동파(소식)의 글인 "봄이 오면 강물이 먼저 따뜻해지고, 봄 강물이 따뜻한 줄은 오리가 먼저 안다"는 구절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11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도 중국 표현을 인용해 시 주석의 마음을 움직이려 했다. 문 대통령은 시경 속 '매경한고 발청향(梅經寒苦 發淸香), 매화는 추위를 이겨낸 뒤 맑은 향기를 발한다는 대목을 인용, "비온 뒤 땅 굳는다는 한국 속담이 있고 매경한고, 봄 알리는 매화는 겨울 추위를 이겨낸다는 중국 성어도 있다"고 소개했다. 전통문화에 자부심이 강한 중국 특유의 심리를 포착한 감성적인 접근이다.


 
  • 300인덱스
  • 청탁금지법ABC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