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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 |
9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국빈방문에 동행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자카르타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얘기를 경청하고 들은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동의했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전날(8일) 공동발표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신뢰와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 등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축임을 강조하였다"라고 했던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것이 인도와 태평양을 잇는 안보동맹에 합의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같이 말한 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부분을 말했고 우리 대통령은 거기에 대해서 사실상 처음 듣는 개념이었다"며 "(인도·태평양 라인은) 일본에서 추진한 것이다. 현재 여러가지 국제정세와 환경을 고려했을 때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라인 참여를 요구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그게 좋겠다고 말씀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 "지금 단계에서 수용하겠다, 혹은 공감하겠다고 말할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외교부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새로 제시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우리 정책 방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며 "미국의 새로운 이니셔티브에 한미 간 협의하면서 가능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노 대변인은 외교부 입장이 청와대 관계자의 언급과 어긋난다는 지적에 "지금 말씀드린 내용이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며 "(청와대) 관계자의 언급을 추가로 확인한 후 별도로 답변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청와대와 외교부가 엇박자를 나타내자 청와대는 다시 해명에 나섰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일본에서 계속 추진했던 것이고 저희는 여러 국제정세로 봤을 때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라인에) 참여하면 좋겠다고 했지만 문 대통령이 답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제안이기도 하고, 이를 수용하거나 공감한다고 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청와대는 다시 외교부의 입장을 일부 수용한 입장을 새롭게 내놨다. 청와대는 "한미 양국은 그간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한반도, 동북아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의 전략적 목표를 위해 긴밀한 공조와 협력을 계속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미국이 새로 제시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 개념은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외교다변화 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있으나, 공동의 전략적 목표를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 적절한 지역 개념인지에 관해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라서 이번 발표문에서는 미측의 설명으로만 명시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의 새로운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는 한미간 긴밀히 협의하면서 가능한 협력방안들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해프닝은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고민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인도·태평양' 개념은 기존의 '아시아·태평양' 개념을 대체하는 의미로,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당국자들이 몇 주 전부터 집중적으로 이 단어를 언급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인도·태평양 전략 띄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한중 협의로 모처럼 한중관계 해빙기를 맞은 우리 정부로서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마냥 동조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아시아·태평양 전략 참여를 강하게 요구하는 미국의 요청도 무시하기 어렵다. 미·중 사이에 낀 우리나라로서는 외교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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