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6월 백악관 vs 11월 청와대, 다시 만난 트럼프

[the300]백악관의 매드맨, 방한 기간 매너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월7일 청와대에 쓴 방명록/뉴시스

지난 6월29일 미국 워싱턴. 오전10시만 넘겼는데도 햇살이 얼굴을 찌르듯 떨어졌다. 그맘때 워싱턴 날씨가 그렇다고들 했다. 장소는 백악관 기자회견장으로 애용되는 로즈가든. 뜨겁다못해 익을 것 같은 열기 너머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걸어왔다. 트럼프의 언사는 듣던대로 꽤 거칠었다. "북한의 독재정권…인간, 생명 존중이 없다. (중략) 수백만 주민이 아사했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한국이 미국에 자동차를 파는 만큼 미국(기업)도 같은 혜택을 누려야 한다."

지난 7일 청와대. 기자는 문 대통령 미국 방문에 동행했고 이날 한·미 확대정상회담을 취재했다. 다시 만난 트럼프는 6월과 달랐다. 절제하고 자제하는 모습이 컸다. 험프리스 기지를 둘러본 일, 청와대 공식 환영식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과 한국에 감사의 뜻을 보였다. 공동기자회견과 다음날 국회연설에서 특유의 손짓과 큰 제스처를 보였지만 돌출발언이나 외교적 결례는 없었다.

오히려 멜라니아 여사의 손을 꽉 잡아주고, 문 대통령에게 "내가 평창올림픽을 국회연설에서 말하는 게 도움이 되느냐"고 상의하는 모습에선 매너가 느껴졌다. 아시아 순방, 특히 한국에서만큼은 "매드맨"이 아닌 미합중국 대통령답게 행동하려 애쓴 걸로 보였다. 또박또박 쓴 청와대 방명록도 그랬다.

그렇다고 감동 받을 것까진 없다. 트럼프도 냉정히 미국의 이익,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움직인 것이다. 그는 방한을 계기로 앞으로 4년간 83조원에 이르는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구매계획을 확인했다. 한미 FTA 개정 절차는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자국민에게 보여줄 순방 성과를 꽤 넉넉히 챙겼다.

트럼프의 미국 내 지지율은 낮고, 탄핵론도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전임자인 오바마에 비하면 인기 없는 외국 지도자다. 하지만 좋든싫든 그가 미국 대통령이다. 단임 4년, 연임시 8년 집권하는 한 미국의 국익을 위해 뛸 것이다. 우리도 그를 인정하고 분석하고 상대해야 한다. 안보, 경제 어느 하나 쉬운 일은 없다. 6월 로즈가든에서, 11월 청와대에서 본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현실을 일깨우고 있었다.
김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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