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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앞줄 왼쪽 다섯번째)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앞줄 왼쪽 여섯번째)이 9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양국 기업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2017.11.9/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서 제시한 신남방정책은 좁게는 미·중(G2), 넓혀도 주변 4강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데서 벗어나 경제와 외교 지평을 획기적으로 넓히겠다는 화두다. 이를 위해 경제적 진출은 확대, 다자외교는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일본자동차가 장악한 동남아시아의 거리에 한국자동차를 달리게 하고, 잠수함 등 방산수출협력도 강화하는 게 최우선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아시아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지금까지 4강 외교, 특히 G2 외교가 중심이었다. 불가피한 면이 있다. 북핵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G2 일변도 외교의 한계를 확인했다고 본다. 미국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요구,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그랬다. G2와 주변4강 외교는 그것대로 발전시키되 다변화가 절실해졌다.
주요 타깃은 아세안의 10개 회원국이다. 경제 규모가 매력적이다. 인도네시아 인구만 지난해 2억6000만명, 아세안 회원국 합계는 6억4000만명에 이른다. 인구가 팽창중이고 경제·사회적 발전 욕구가 강하다. 한국도 이들의 벤치마크 대상이다. 전략적 의미도 크다. 전 세계 해상 수송의 1/3이 동남아를 통과한다. 대륙-해양세력의 구분선이기도 하다. 이곳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 세계질서의 한 축에 동참하는 것이다. 아세안은 한국의 경제외교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번영축’이라는 것이다.
일순위 전략상품은 잠수함이다. 인도네시아의 차기 잠수함 사업에 한국이 공을 들여 왔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이 사업 입찰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의 차기 잠수함 사업은 3척, 12억 달러 규모다. 성사된다면 더 많은 규모의 방산협력에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을 수행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9일(현지시간)“정상회담 의제에 잠수함 사업이 포함됐다”며 “오늘 결론이 날지는 몰라도 잠수함은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서 큰 틀의 합의를 이루고 구체적 사안은 국방장관 채널에서 추진한단 복안이다.
잠수함보다 일반 파급력이 더 큰 것이 자동차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자카르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곳 자동차 행렬 속 98%가 일본 자동차”라며 “이런 기회의 땅을 중국이나 일본이 선점했다. 우리는 상당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 자동차의 아세안 시장 진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일례로 배기량과 연비 기준에 따른 세금 차이가 한국 자동차에 불리하게 설정돼 있다. 앞서 진출한 일본업계에 맞춰진 탓이다. 청와대는 고위급 대화를 통해 이 점을 설득하고 점차 규제와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현지에 투자하는 우리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을 연장하는 방안도 리스트에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현대차가 인도네시아를 생산거점으로 아세안 시장에 300만대 규모로 진출하고자 하는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아세안 경협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철강, 화학, 발전, 신재생에너지 등이다. 현지 수요에 맞는 서비스를 한국기업이 생산·공급하는 형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단기성과에 집중하지 않고, 차별화된 전략을 펴 아세안에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아세안의 전략적 가치는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아세안10개국 모두 북한과 외교관계를 가져 왔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데 이 지역 국가들의 외교역량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문 대통령의 신남방구상은 동남아의 거리와 바닷속에 ‘메이드 인 코리아’가 누비게 하는 것을 넘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다자외교까지 내다보는 셈이다.
양국 정상회담이 성사된 사연도 눈에 띈다. 한-인도네시아는 지난 7월 정상회담을 할 뻔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다. 두 정상은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회담날 테러 위험 등 현지사정으로 각자 숙소 호텔에 발이 묶였다. 두 정상은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끝에 다음을 기약했다. 당시에도 잠수함 입찰이 화두였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여름휴가 중에도 마침 방한한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을 접견, 해당 사업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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