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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김무성 등 '통합파' 의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개최, 통합성명서를 발표하기 위해 단상으로 들어서고 있다. 있다. 이들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당내 자강파 의원들과 자유한국당과의 당대 당 통합과 관련한 합의가 결렬되자 집단 탈당하기로 결의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홍준표(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와 어떻게 후보단일화를 할 수 있느냐."

지난 5월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보수통합을 요구하는 당 안팎의 목소리에 대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당시 돼지발정제 성폭행 모의 논란이 불거진 홍 후보와는 단일화 할 수 없다고 거절하며 한 말이다. 바른정당 탈당사태의 시작은 이 말 한마디에서 비롯됐다.

새누리당 탈당 당시부터 ‘보수단일화’를 서로간에 약속했던 것은 계파간에 창당에 대한 셈범이 달랐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은 창당 당시 '범김무성계'와 '범유승민계' 두 축과 ‘무계파’ 일부로 이뤄져 있었다. 김무성계는 바른정당 창당 전부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대선후보로 내세워 박 전 대통령 지지세력과 결별하고 '제3지대'를 형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반 전 총장의 낙마로 인해 보수 진영에서 유력한 대선후보를 잃어버리게 됐고 제3지대론의 동력도 급격히 떨어졌다. 반 전 총장의 낙마라는 변수가 김무성계의 스텝을 꼬이게 만든 것. 이후 당 경선과정에서 유승민 의원이 대선후보로 선출됐고 범김무성계는 당내에서 주도권을 빼앗기고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범김무성계는 제3지대론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한국당과의 후보단일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국당과 ‘결별’을 선언하고 나왔지만 유력한 대선후보가 나타나지 않자 ‘반문연대’(반문재인 연대)를 시도하며 주도권을 이어나가고자 했다. 유 후보의 지지율이 한자릿수에서 올라가지 못하는 한계도 ‘후보단일화’를 주장하게된 이유였다.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자강론’을 주창하고 있었고 바른정당이 손잡을 상대는 자유한국당 뿐이기도 했다.

주호영 당시 바른정당 공동선대위원장, 권성동, 김성태, 하태경 의원 등 20명은 지난 4월 “3자 후보 단일화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유 후보는 “홍준표 후보와는 단일화를 할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개혁보수정당’을 만들겠다며 나온 취지와 달리 한국당은 아직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파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홍 후보가 대선후보자격이 없다는 게 유 후보의 생각이었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비공식 자리에서 수차례 유 후보를 설득하기도하고 공개발언도 하며 유 후보를 압박해지만 유 후보는 “선거운동하기 싫으면 흔들기는 안 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5월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에 복당한 한 중진의원의 말을 종합해보면 지난해 새누리당 탈당을 결행할 때부터 ‘후보단일화’는 서로간에 합의된 사안이었다고 한다. 수차례 확인아고 서로 약속했던 부분을 지키지 않으니 김무성계측에서는 유 후보를 신뢰할 수 없게됐고 게다가 유 후보가 대선승리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니 함께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해졌다고 탈당파 의원들 다수는 말했다.

6일 탈당을 선언한 2차 탈당파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배경이 ‘대선’에서 ‘지방선거’로 옮겨졌을 뿐. 또 한가지 다른게 있다면 1차 탈당파는 대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탈당을 결행했고 2차 탈당파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탈당을 결행했다. 대선 때는 ‘집권’, 지방선거에서는 ‘생존’이 탈당파의 최대 이유였던 셈이다.

이 때문에 유승민계 측은 처음부터 ‘보수개혁’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라며 ‘탈당파’ 의원들을 비판한다. 이는 탈당파 측에서도 사실 인정하는 측면이다. 이번에 바른정당 2차 탈당에 합류한 의원실 관계자 중 한명은 탈당선언 직후 “바른정당 의원들이 지난해 새누리당을 떠난 가장 큰 이유는 새누리당 이름으로는 재선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가장 컸다”며 “명분이 좋아도 생존이 우선 아니겠느냐”고 반성적 자기고백을 내뱉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탈당파’는 ‘실리’를 얻고 ‘명분’을 잃었다. 반면 자강파의 수장인 유승민 의원은 ‘명분’은 얻었지만 ‘리더십’에 크나큰 타격을 얻었다. 과연 누가 국민의 선택을 받고 끝까지 살아남을지는 아직 성적표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