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시정잡배'가 '강간범'을 윤리위에 제소?…유명무실 '윤리위'

[the300]20대 국회 윤리위 징계안 처리는 '0'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보이콧을 철회하고 온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계속하자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퇴장하고 있다. 2017.10.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0년동안 (방송을) 추행, 강간했던 범인입니다. 방송을 이지경으로 만들어놓은 강간추행범이 저를 성희롱 하는 느낌입니다"


지난달 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향해 이같이 비난했다. 신 의원은 또 "고 이사장을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이 잘못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하며 신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항의했다.

#"아무리 공무원들이 영혼이 없다고 하지만 관료들이 관행대로 해 왔다. 후배들 자리까지 뺏으면서 일신의 영달을 위해 시정잡배보다 못한 처신을 하니 어떤 공무원이 존경할까. 지금이라도 이름을 더럽히지 마세요. 사퇴를 촉구합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김용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12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기정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강 의원은 김 2차관을 향해 "아무리 공무원이 영혼이 없다지만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있다가 과기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냐, 후배들 자리를 빼앗고 일신의 영달을 위해 저렇게 시정잡배보다 못한 처신하는 것에 대해 어느 후배공무원이 존경하겠냐"고 발언하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2017.10.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달 13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장.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용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을 '시정잡배'에 비유하며 이같이 비난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강 의원의 이같은 발언에 "아무리 기관 증인이라도 최소한의 인권문제"라며 "상임위 권위와 관련된 중대 문제"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도 "강 위원께서 좀 지나치다는 걸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들자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동료 의원의 질문은 기본적으로 존중돼야 국회의 권위를 이어갈 수 있다"며 두둔했다.

'시정잡배'가 '강간범'을 나무라는 꼴이다. 민주당과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과방위 국감장에서 상호 막말을 서슴지 않았고 출석한 증인들의 인격을 모욕하며 스스로의 품위를 하락시켰다. 그럼에도 스스로의 언행은 생각지 않았다. 

이는 '유명무실'화된 국회 윤리위의 위상을 보여준다. 국회 윤리위에 제소가 이뤄지면 윤리심사자문위의 의견을 청취해 이를 바탕으로 심사보고서를 국회 의장에 제출해야한다. 국회의장은 이 보고서를 본회의에 상정하고 표결을 통해 징계여부가 확정된다. 징계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와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으로 나뉜다.

그러나 20대 국회들어 국회 윤리위에는 16건의 징계안이 회부됐지만 징계가 이뤄진 경우는 없었다. 앞선 15~17대 국회에서도 각각 44건, 13건, 37건의 징계안이 발의 됐지만 실제로 의결한 징계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징계안이 철회되거나 국회 임기가 끝나 폐기됐다.

여자 아나운서 비하발언을 한 강용석 전 의원이 18대 국회에서 '30일 출석정지'를 받은 건이 거의 유일하다. 19대 국회에서는 39건의 징계안 중 성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심학봉 전 의원이 '제명'을 받을 뻔 했지만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집행이 무산됐다.

의원들간의 '제식구 감싸기'가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은 탓이다. 이 때문에 윤리위 심사 기한을 정해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윤리위 소속인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윤리위가 심사자문위로부터 의견을 받은 후 2개월 이내에 의무적으로 국회의장에 심사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발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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