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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 원전'. 2017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업위)의 2017년 국정감사를 관통했던 키워드다. 원자력발전소 사업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만큼 이해·갈등의 조정장인 국회, 특히 소관 상임위인 산업위는 국감 내내 치열했다.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야당 의원들은 원전 수출과 원전 건설 산업 피해 방지, 에너지 가격 안정 등을 이유로 탈원전 정책을 맹렬히 비판했다. 여당 의원들은 문재인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탈원전 정책을 엄호하는데 애썼다.
여야의 치열한 공방 과정에서 때때로 파행의 위기도 있었지만 장병완 산업위원장의 조율 능력이 탁월하게 발휘돼 산업위는 다른 상임위에서는 그 흔한 갑작스런 정회나 파행이 한번도 없었다. 물론 자유한국당의 당 차원 보이콧 결정에 따른 '반쪽 국감'은 있었지만.
장 위원장은 열정 과잉의 의원들을 냉정하게 나무랐고, 당리를 위해 차갑게만 나오는 의원들은 중진의원 특유의 온기로 달랬다. 그 덕분에 모범 상임위라는 산업위의 전통이 이어졌다고 평가할 만하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당 간사로 장 위원장을 도와 이같은 전통을 잇는데 기여했다. 홍 의원은 야당의 정치공세를 야무지게 막아냈고, 때때로 야당 의원 편도 들어주면서 감사 일정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데 애썼다.
또 여야 가릴 것 없이 의미 있는 지적이 나오면 피감기관 수장이나 책임자에게 각인시켜 정책 이행에 반영토록 당부했다. 본인 스스로는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답게 피감기관의 정부 정책 방향 이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거나 '적폐청산' 관련 문제를 파헤쳤다.
홍 의원은 "다른 상임위와 달리 정쟁보다는 정책 중심의 질의가 주를 이뤘다"고 이번 국감을 평가했다. 그는 "신고리5·6호기 원전이 쟁점이 됐지만 한번은 거쳤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공기업 채용비리를 밝히고, 에너지 정책 전환에 공감대를 이룬 것도 성과"라고 덧붙였다.
반면 제1야당 간사인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지만 대체로 정치공세로 비춰지면서 개인적으로는 지켜보는 이들에게 점수를 잃었던, 손해가 컸던 국감이었다. 다른 쟁점 상임위와 마찬가지로 제1야당 간사의 슬픈 숙명을 그도 피할 수 없었다.
이 의원을 비롯해 그 옆으로 나란히 앉은 곽대훈, 김규환, 김기선,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감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피감기관에 호통을 쳤다. 김도읍 의원의 경우 이 의원과 함께 공세에 가장 앞섰지만 그의 치열하고 집요한 문제제기가 피감기관이나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얻었을 지는 의문이다.
이들의 맞은 편에 홍 의원 옆으로 앉은 권칠승, 김경수, 김병관, 박재호, 박정, 송기헌, 어기구, 유동수, 이훈,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리를 비우는 일이 거의 없었다. 여당 의원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당 의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책 질의에 집중하며 '정책 국감' 실현에 한발 다가가는데 기여했다.
우원식, 정우택 여야 원내대표들이 같은 상임위에 있어 이들의 맞대결도 볼만했다. 각자 바쁜 당무에 자신의 질의 순서 때만 자리를 지키는 편이었지만 국감 준비는 충실했다. 둘다 호통을 잘 쳤다. 피감기관을 나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평가는 갈렸다. 당내 상황도 복잡한 정 원내대표는 아무래도 생산적 정책 점검에 가까이 가기 힘들어 보였다. 이번 국감에선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과의 설전이 가장 잘 알려진 활약이었을 것이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대체로 선전했다. '조율왕' 장 위원장을 비롯해 판사 출신으로 날카로우면서도 정제된 질의로 '프로 국감러'의 모습을 보여준 손금주 의원, 20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열정과 패기를 앞세워 생산적 국감을 위해 노력했던 김수민 의원 등이 돋보였다.
지난 12일 국감 첫날 자정을 넘겼던 산업위는 31일 마지막 날에도 밤 늦게까지 일을 했다. 산업위 의원들이 국감에서 열심히 했던 일이 우리 산업 발전을 위한 생산적 결과로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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