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스코어보드-법사위(종합)]싸울 수밖에 없다면 잘 싸워야 한다!

[런치리포트-2017년 국정감사 결산(상)]

김태은 기자 | 입력 : 2017.10.3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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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정치 현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의 '최전선'이다. 따라서 피감기관에 대한 견제와 정책 대안 제시보다 각종 의혹과 논란 등을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주가 되곤 한다. 올해도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전 정권 비리 등 정치권을 강타한 온갖 이슈들이 국감 테이블 위에 올라와 여야 법사위원들의 한판 승부가 펼쳐졌다. 

싸울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얼마나 잘 싸우냐도 중요하다. 그러나 여야 모두 특별한 '카운터 블로' 없이 다소 실망스러운 국감이었다.

무엇보다 여당의 적폐청산 프레임에 '신(新) 적폐청산'으로 맞서고자 했던 자유한국당의 무기력한 모습 탓이 크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640만달러 수수 의혹과 검찰의 편파 수사, 국정농단 사건의 불씨가 됐던 태블릿 피씨 조작 의혹 등을 산발적으로 제시했지만 어느 하나 응집력있게 화력을 쏟아내지 못했다. 하나의 이슈를 일사분란하게 밀고나가 여론전의 우위를 점하려는 모습도 찾기 힘들었다. 

팩트 발굴에 대한 노력 부족인지, 방어적 차원의 의무감인지, 이 같은 모습은 투지 부족으로도 비춰졌다.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이 강원랜드 취업비리 의혹 연루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 빌미가 된 점도 전력 약화에 영향을 끼쳤다.

그나마 흥진호 나포와 관련한 건에서는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답변으로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그 외의 국감은 국감의 목적도, 이유도 뚜렷해보이지 않는 '무의미'한 신경질의 향연에 가까웠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경우 국감 자료집 준비와 이성적이고 냉철한 질의, 맥을 짚어가는 진행이 눈에 띄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적폐청산 기조에 맞춰 권력기관들을 사정없이 몰아쳤다. 시작부터 더불어민주당이 몇 발짝 앞서 나간 게임이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무작정 휩쓸리지 않고 본인의 관점과 시각으로 접근한 의원들이 좋은 평가를 얻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초선의 미숙함을 전문성으로 극복하며 국감 후반부에서는 '칼잡이'의 카리스마까지 보여주는 활약을 보였다. 특히 검찰 출신임에도 오히려 '우병우 사단' 척결에 미온적인 검찰을 몰아세우는가 하면 검찰 인사나 조직 문제에 대해 내부고발자 같은 날카로운 지적을 아끼지 않았다. 누구보다 본인만의 문제의식이 뚜렷한 개성있는 국감을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2롯데월드 의혹을 꾸준히 키워나가며 검찰 수사 필요성을 이끌어내는 집요함을 발휘했다. 또 여당이 건드려야 할 이슈들을 앞장서서 던지고, 이끌고, 받쳐줌으로써 여당의 팀플레이를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다만 권성동 위원장과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과의 설전에 휘말린 탓에 평가에서는 손해를 봤다.

여당 간사 데뷔전을 치른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살얼음 판 법사위 국감에서 냉정을 잃지 않고 논리를 앞세워 야당의 공세를 방어했다. 

법사위 국감 10년째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당 중진의 역할과 법사위 터줏대감의 노련함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 지를 영리하게 알고 적절하게 몫을 해냈다. "문재인정부는 달라야 한다"며 호소하는 모습, "다스는 누구겁니까"라는 유행어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까지 웃게한 순발력, 피감기관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허점을 찔러들어가는 날카로움까지 '지장(智將)'의 기질을 제대로 발휘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의 법사위 활동에 대해서는 매년 스코어보드를 담당한 기자들마다 똑같이 입을 모으게 된다. 다선 의원임에도 게으름 피우는 법이 없고 현안이면 현안, 정책이면 정책, 어느 하나 허투루 다루는 것이 없다. 기 센 대검찰청 관계자들이 그의 앞에서 90도 절을 하는 모습에서 박지원 의원의 피감기관 장악력이 절로 느껴진다. 그 뿐 아니라 국감 발언과 자료를 실시간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개하는 서비스 정신까지, 국회의원들이 이렇게만 선수를 먹는다면 국회의원 세비가 아까울 일은 없을 것이다. 

반면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은 다선의 내공 대신 '다선 의원에게 상임위란?' 의문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잦은 이석과 발언 순서 채우기에 급급해보이는 '영혼없는 국감'의 표본 같다.

법사위 국감 종합 스코어보드에 이름을 올린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이춘석 박범계 금태섭 정성호 박주민 백혜련 △자유한국당 주광덕 권성동(위원장) 김진태 윤상직 여상규 정갑윤 △국민의당 박지원 이용주 △바른정당 오신환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다. 피감기관에서는 김소영 법원행정처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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