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국민 믿으면 풀린다..국민이 바보인가"

[the300][300티타임]이상수 국회 개헌특휘 자문위원(전 노동부 장관)

개헌자문위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인터뷰/사진= 김휘선 기자

"국민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국민을 신뢰하는데서 헌법개정(개헌) 논의가 시작돼야 합니다."

3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난 이상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13·15·16대 국회의원, 나라살리는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 공동대표)은 지론인 개헌 공론화위원회 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자문위원인 이 장관은 "모든 국민들은 잠재적인 판단능력을 갖고 있고, 문제를 다 설명해주면 이해할 수 있다"며 "자유롭고 평등하게 토론하고 안으로 성찰하는 과정에서 개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공론화에 대한 우려보다는 이를 통해 성숙될 '숙의민주주의'(합의적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를 발판으로 '시민민주주의'에 한 발 다가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헌특위와 공론화위 투트랙 개헌 추진해야"=개헌은 내년 지방선거로 일단 시점이 정해진 상태다. 하지만 국회의 개헌논의는 마냥 공전하고 있다. 여야와 청와대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기 모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전 장관은 "권력구조에 대해 합의가 안되고, 서로간에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서로 다투고 있기 때문에 합의가 어려워지고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전 장관은 "대선 전에는 나름 역동성이 있었는데 이제는 역동성도 사라진 상태"라며 "대통령은 개헌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있지만 대통령이 아무리 하겠다고 해도 여야가 모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입장이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4년 중임제를 주장했었는데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장한 내용과 맥락이 같다"며 "분권형 대통령제와 선거구제 개편을 수용하면 (중임제 개헌이) 극적으로 된다고 보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공전하는 개헌 논의의 해법은 공론화에서 찾았다. 최근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재개 결정을 내린 바로 그 공론화위 구조다. 이 전 장관은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를 띄우기 전 부터 개헌은 공론화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개헌이야말로 공론화에 가장 적합한 주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예스(yes)냐 노(no)냐를 따진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재개 문제와는 달리 개헌 논의는 다양한 항목에서 의견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 공론화위가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공론화의 맥을 짚어주는 역할을 누군가 해야 한다. 이 전 장관은 이 역할을 국회 개헌특위가 해줘야 한다고 봤다. 그는 "너무 많은 주제를 갖고가지 말고 특위와 공론화위가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며 "특위가 의제설정을 해주면 공론화위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개헌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한다면 대표성 확보를 위해 국민 배심원단을 여론조사 신뢰도 기준인 1000명 정도로 구성해야 한다"며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분들과도 의견 조율을 했고 토론회에도 초청해 관련 내용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방식으로 공론화위가 출범한다면 3개월 정도 시간이면 결론을 낼 수 있다"며 "이번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건데 우리는 이미 모든 자료를 준비하고 있으며 곧바로 숙의안을 만들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 안을 국회가 받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개헌자문위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인터뷰/사진= 김휘선 기자

◇"개헌 공론화, 시민민주주의의 시작"=신고리원전 5·6호기기 공론화위는 이후 출범할 공론화위에 좋든 싫든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공론화위의 출범과 대통령의 수용까지 '모범'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지만 일종의 '답안'이 됐다는데까지 토를 달기는 어렵다. 이 전 장관은 "다만 아쉬운점은 미래세대들을 불러 얘기를 듣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작 공론화를 통해 달라질 세상을 살아갈 청춘들의 의견이 배제된다면 공론화의 의미가 없다는 거다. 그는 "미래세대의 의견을 묻는 토론회도 구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론화위가 만병통치약이라는 인식이야 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이 전 장관은 "공약을 파기하는 핑곗거리로 공론화위를 활용할 수도 있고 대의민주주의를 악용한 국회의 무책임성에 대해 공론화위가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론화는 포퓰리즘이 지배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와 다르며, 숙의과정만 전제된다면 직접민주주의를 한 단계 뛰어넘는 숙의민주주의, 즉 시민민주주의를 만드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숙의민주주의는 남용해서는 안 되겠지만 중요한 시기에는 중요한 하나의 방법이 되는 것"이라며 "건전한 상식으로 접근한다면 개헌이야말로 숙의민주주의에 가장 적합한 문제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안 풀리는 문제를 숙의를 통해 접근해서 풀 수 있는 문제라는 거다.

국회 원로이기도 한 이 전 장관은 지금의 국회 상황에 대해 "여유와 신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 전체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고 전제한 그는 "의원 사의의 신의가 떨어지는 상황이야말로 책임감 없는 정치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막스 베버가 말한 정치인의 세 가지 덕목인 '균형감, 책임감, 열정'에서 균형감은 내적인 균형감으로 바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좋은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내적으로 균형감각을 갖는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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