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TF "국정원, 이인규 부장에게 '盧 시계 언론에 흘려 망신 줘라' 지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여론 조작 의혹 등과 관련해 지난달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별관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개입해 불법적으로 검찰 수사를 지휘하는 것은 물론 언론 플레이까지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국정원 개혁위원회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23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측근이었던 한 간부가 원 전 원장 의중을 인지하고 지난 2009년 4월 21일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수사' 의견을 전달하면서 "고가시계 수수 건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시고, 수사는 불구속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라고 언급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적폐청산TF는 이날 △'보수단체 지원 사건' 관련 '보수단체·기업체 금전지원 주선사업'(매칭)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개인정보 유출사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관여 사건 △RCS(해킹프로그램)를 통한 민간인 사찰사건에 대한 조사결과에 대한 자문·심의 내용을 발표했다.

적폐청산TF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은 2009년 4월17일 모닝브리핑 회의에서 "동정여론이 유발되지 않도록 온·오프라인에 노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와 성역 없는 수사의 당위성을 부각시키겠다"는 당시 국내정보부서 보고를 받았다.

이어 2009년 4월20일 "검찰측에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수사를 지속 독려하는 한편, 언론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를 지속 부각, 동정여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했다.

2009년 4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원 전 원장은 모닝브리핑 등 부서장 회의에서 국정부담을 이유로 '불구속 수사' 의견을 수시 표출했고, 이에 원 전 원장의 측근이었던 간부는 원 잔 원장의 의중을 인지하고 2009년 4월 21일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불구속 수사' 의견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이 간부가 "고가시계 수수 건(件)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시고, 수사는 불구속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라고 이 중수부장에게 언급했다고 적폐청산TF는 밝혔다.

적폐청산TF는 그러나 노 존 대통령 수사 관련 국정원 문건과 관련자를 조사한 결과 '적당히 망신 주는 선'이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라는 구체적 행위에 대한 지시나 실행한 사실에 대해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적폐청산TF는 "2009년 4월 22일 KBS의 '명품시계 수수' 관련 보도와 2009년 5월 13일 SBS의 '논두렁 투기' 관련 보도 이전 국정원 전체 전산자료와 문서 검색 결과, '피아제' 단어가 포함된 문건은 1건(검찰수사 진행 관련)이 발견됐고, '논두렁' 단어가 포함된 문건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명품시계 수수' 기사를 최초 보도한 KBS 기자는 보도출처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으나 '논두렁 투기' 기사를 최초 보도한 SBS 기자는 "논두렁 투기 관련 내용은 검찰에서 들었다"고 조사 과정에서 확인했다"며 "사건 핵심 당사자인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지난 7월10일 조사관과 전화통화시 '논두렁' 보도 등 노무현 前 대통령 수사 관련해 '지금 밝히면 다칠 사람들이 많다'면서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수사 기록상 '논두렁 투기' 관련 진술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해당 수사기록을 열람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적폐청산TF는 또 "2009년 4월 원 전 원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를 부각하라'는 방침에 따라 일부 언론 담당 국내정보담당관(I/O)가 방송사에 수사상황을 적극 보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국내정보부서 언론담당 팀장 등 국정원 직원 4명이 SBS 사장을 접촉해 노 잔 대통령 수사상황을 적극 보도해 줄 것을 요청한 사실과 KBS 담당 I/O가 2009년 5월 7일자 조선일보의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기사에 대한 비보도 협조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KBS 담당 I/O가 당시 보도국장을 상대로 비보도 협조 명목으로 현금 200만원을 집행한 것에 대한 예산신청서·자금결산서와 담당 I/O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적폐청산TF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개혁위 적폐청산TF는 "이번 건과 관련해 국정원이 검찰에 불구속 의견을 전달한 수사관여행위는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에 해당될 소지가 있으나 공소시효가 이미 기한을 넘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며 "다만, 개혁위는 KBS 보도국장이 국정원 I/O로부터 현금을 수수하고,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비보도 행위를 한 것은 뇌물죄에 해당될 여지가 있어 검찰에 수사의뢰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적폐청산TF는 아울러 '보수단체·기업체 금전지원 주선(매칭) 사업'과 관련 "국정원은 2009년 청와대(정무수석실 시민사회비서관) 요청에 따라 소위 '좌파의 국정 방해와 종북 책동에 맞서 싸울 대항마로서 보수단체 역할 강화'를 위한 보수단체 육성방안을 마련했다"며 보수단체를 좌파 대항활동 단체로 규정해 관리(화이트리스트 작성)하면서 공기업이나 대기업들로부터 안정적인 활동자금을 지원받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012년 중반 이후 양대선거 등 주요 정치일정이 본격 진행되고 댓글사건에 따른 논란이 불거지자 급작스럽게 사업을 종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개혁위는 이밖에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신상정보에 대한 개인정보 불법유출과 관련, 관련자가 일체의 의혹을 부인해 국정원과의 연결고리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단독행위가 아닐 개연성이 상당한 것으로 판단해 그 배후세력 등의 지시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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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TF "국정원, 이인규 부장에게 '盧 시계 언론에 흘려 망신 줘라' 지시"

[the300]"노 전 대통령 수사상황 적극 보도 언론사에 요청 사실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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