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감]신고리委 결정에 '국회 패싱' 후폭풍

[the300]23일 산업위 국감서 여야 공방…"대의제 흠결 보완" vs "비전문가 시민들에 결정 떠넘겨"

조철희 기자 | 입력 : 2017.10.23 11:42
에너지 정책을 소관하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여야 의원들이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 결정을 두고 '국회 패싱' 공방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가 국회를 건너뛰고 법적 근거가 없는 위원회를 구성해 정책 결정을 일반 시민들에 떠넘긴 무책임한 절차라고 비판한 반면 여당 의원들은 정쟁으로 대치 중인 국회가 내릴 수 없는 현명한 결정을 시민들이 내려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23일 한국전력 등 국정감사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정부가 주도한 탈원전 홍보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도 시민참여단이 올바른 결정을 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를 덮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합법적으로 건설 중이던 원전을 근거 없이 멈춰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의 오만함을 바로 잡는데 사회가 비싼 값을 치렀다"며 "공론화위원회와 같은 손쉬운 방법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정책 결정을 떠넘기는 비겁하고 무책임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이 부여한 권력에 대한 부정이자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앞으로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사안마다 공론화위원회 방식으로 처리할 지 깊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한홍 의원도 "앞으로 계속 이렇게 국회를 무시하고 공론화위원회와 같은 형식과 절차를 빌려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냐"며 "잘못하면 인민재판 형식으로 정책이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채익 의원은 "신고리5·6호기 건설을 초법적으로 중단해 피해가 야기됐음에도 또 다시 새로운 갈등을 조장하고 있어 심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은 공론화위원회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 의원은 "정부에서 위원회의 법적 근거로 주장하는 것이 국무총리 훈령 제690호인데 제2조 기능 부분을 보면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만 다루기로 했다"며 "그러나 위원회 발표 내용을 보면 중단 여부와 별도로 원전 축소 및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서도 정책 제안을 했는데 이는 훈령상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조배숙 의원은 "공론화위원회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좋지만 우리는 대의민주주의 국가로 국회가 있다"며 "대의 정치의 원리를 위배하고 자기 책임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민주정치와 의회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은 "현재 건설 계획 중인 원전을 중단시킬 수는 없다"며 "원전 정책을 국회로 넘겨 국회에서 위원회를 구성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의 이같은 비판에 여당 의원들은 국회 스스로 문제를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한 결정보다 성숙한 시민들의 결정이 옳았다"며 "정쟁 속에서 대치하는 국회가 당리당략 차원에서 내리는 결정보다 성숙한 시민에 의한 좋은 결론을 국회가 존중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국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국회를 무시했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며 "공론화가 이뤄진 후 그 결정을 바탕으로 해당 국회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반드시 의견이 수렴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전문가 시민들의 결정을 폄하하고 비하하는 것 역시 동의할 수 없다"며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데 공론화 과정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국회가 제도적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같은 당 송기헌 의원은 "대의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대표자와 국민 간 괴리가 큰 정치의 문제가 지적되는 등 대의민주주의의 큰 흠결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수 의원도 "해외에서도 공론 조사는 확대 추세로 대의제가 여러 문제점을 보이면서 직접민주주의가 대의제를 보완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며 "과거 정부에도 공론 조사 방식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마지막까지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참여한 양측이 결과를 승복하는 사례는 사실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공방이 지속되자 장병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공론화위원회가 법적 근거 없이 추진되는 혼란이 예상될 수 있기 때문에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자는 것에 대해 상임위의 입장을 정하는 것은 국정감사 보고서 채택시에 논의하자"고 제안하며 공방을 누그러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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