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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리 5.18 특조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5.18 특조위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전두환 전 대통령의 5공화국 당시 정부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기구를 비밀리에 조직하고, 홍보활동을 펼치는 것은 물론 군 문건을 왜곡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5·18 민주화운동 헬기사격 및 전투기출격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의 이건리 위원장은 23일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 정부는 1985년 6월 '80위원회'를 구성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방안을 마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두환 정부의 '80위원회' 활동 첫 공식 확인...의혹 풀 '80위원회' 백서 찾기 주력 = 이 위원장은 "전두환 정부는 1985년 6월5일 광주사태 진상규명 관계장관대책회의를 개최해 당시 국회질의 및 미문화원 점거 사건 등 광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사회 각계의 진상규명 요구에 대한 대응으로, 안전기획부(현 국정원, 당시 안기부 부장은 장세동씨)의 주관하에 범정부 차원의 대책기구를 설립했다"며 "특조위가 발굴한 85년 6월5일 관계장관 대책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행정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내무부, 법무부, 국방부, 문공부, 육군본부, 보안사, 치안본부, 청와대, 민정당, 안기부가 참여하는 가칭 '광주사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기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상규명위원회는 광주사태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종합 검토해 '광주사태 백서'를 발간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구체적인 업무 추진을 위해서 실무위원회를 편성했다"며 "1985년 6월5일 관계장관 대책회의 자료로는 조직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이 있는데 광주사태의 진상규명 실무위원회 위장명칭을 '80위원회'로 명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것이 정부 차원의 기구 구성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 했던 조치로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장명칭의 사용을 회의자료에 명기한 것은 이 기구의 구성과 활동에 대한 보안 문제를 고려한 것"이라며 "(특조위가) 발굴한 실무회의 자료를 보면 육군본부의 경우 자료제출 시는 처장급 이상 장군 서명 후에 송부하고, 관계자의 열람 금지 등 철저한 보안조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85년 6월 6일 광주사태 실상 홍보준비위원회 회의자료에 따르면 부장님(안기부장 추정) 지침에 따른 작업 방향을 1단계 '사태관련 자료의 종합백서'와 2단계, '1단계 작업과 병행해 홍보대책수립'으로 구분하고 각 기관별 수집자료 목록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며 '80위원회'의 활동 증거를 공개했다.

이 위원장은 "88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과정에서 보안사를 중심으로 청문회대책교육인 '511분석반'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며 "특조위에서 파악한 '80위원회' 경우는 '511분석반' 활동보다 무려 3년이나 앞서 구성됐으며 이 위원회의 활동 목표가 광주사태 백서발간과 홍보대책이었다는 사실을 정부의 공식 문서를 통해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특조위는 진실 왜곡과 은폐를 주도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80위원회'의 백서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유는 내부 자료로 '사실 관계'가 그대로 기록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조위 관계자는 "'80위원회' 관련 자료를 보면 1980년 5월 당시 작전과 관련된 모든 부분을 확인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군 내부에서도 가감없이 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울러 '80위원회'의 목표에도 백서 발간이 명시돼 있어 백서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다만 "'80위원회'의 구체적인 활동 결과와 광주사태 백서의 존재 유무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당시 주관기관이었던 안기부의 후신인 국정원의 광주사태 백서의 보전 여부에 대한 확인을 오늘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