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심사의 이해충돌 방지대책

[the300][정재룡의 입법이야기]

편집자주  |  정재룡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을 통해 전하는 국회와 입법 스토리
국회의 각 상임위원회에서 가결된 법안은 본회의에 부의되기 전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계·자구심사를 받는다. 필자는 2013년 1월부터 2년여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데, 당시 농림해양수산위원회로부터 「도서지역 대중교통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회부되어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세 차례(2013.12.17., 2014.2.24., 2014.5.1.) 심사되었으나 가결되지 못하였고, 그 법안은 결국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이 법안의 쟁점은 적용 범위에 제주도와 연륙 도서를 포함할 것인지 여부였다. 원안에는 이 양자가 모두 제외되어 있었으나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심사과정에서 이 양자를 포함하는 것으로 수정되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었다. 이는 소관 부처인 해양수산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기획재정부는 양자 모두 제외하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필자는 이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에서 이 법안은 육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지역을 왕래하기 위한 해상대중교통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제주도를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고, 반면, 연륙 도서는 육상교통으로 왕래가 가능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다른 섬 지역만큼 해상대중교통을 지원할 필요성이 크지 않으므로 제외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그런데 소위원회 심사과정에서 필자의 이러한 검토보고에 대해서 한 위원은 법안을 발의한 의원의 뜻에 맞게 통과시키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 위원은 그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소위원회가 끝나자 마치 그 책임이 내게 있는 것처럼 항의하기도 했다. 며칠 후에는 발의 의원에게 전화로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필자는 제주도와 연륙 도서에 대하여 양자를 모두 포함하자는 해양수산부와, 양자를 모두 제외하자는 기획재정부 사이에서 합리적인 절충안을 제시한 것뿐인데 마치 내게 잘못이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이 억울했다. 

그 위원은 발의 의원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소관 위원회에서도 발의 의원의 뜻과 달리 수정하여 회부한 것인데 그런 상황에서 왜 소관 위원회의 뜻을 무시하고 발의 의원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법안이 결국 임기만료로 폐기된 것은 발의 의원의 뜻과 달리 적용 범위에 대한 이견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었다.

실제 국회에서 소위원회의 법안 심사 과정을 보면 발의 의원이 그 법안을 심사하는 소위원회의 위원이면 다른 위원들이 그 위원의 뜻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다. 발의 의원이 소위원장이면 더욱 그렇다. 소위원회 위원이 아니더라도 그 위원회 위원이면 그 법안을 수정하게 될 때 그 의원실의 동의를 얻거나 그 의원실에서 주도하여 수정안을 마련하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발의 의원이 다른 위원회 소속이라면 그 법안의 소관 위원회의 소위원회 위원들에게 본인의 뜻을 존중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법안 심사에서 발의 의원의 뜻이 너무 강조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법안이 발의 의원의 뜻대로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 여러 의원들이 모여서 시간을 들여서 법안을 심사하는 회의를 할 필요가 없다. 국회는 의원 개인이 아니라 각 단계별 조직체계로 구성원 전체가 모여 의사를 결정하는 회의체 조직이다. 더구나 의원입법은 입안만 해도 발의가 가능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의 의원의 뜻이 너무 강조되다 보면 법안의 문제점이 제대로 수정·보완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은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서 개인적 이해관계가 생겨서 직무수행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2005. OECD). 본인이 발의한 법안을 심사하는 것도 일종의 이해충돌로 볼 수 있다. 그런 문제점을 고려할 때 발의 의원은 법안을 다른 의원들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심사하도록 믿고 맡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발의 의원의 역할은 그 사안에 대한 의제형성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있고, 반드시 원안을 고수해야 할 합리적 이유도 없다. 

그러나 현실은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발의 의원의 뜻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합의제 조직은 의사결정의 공정성을 위하여 제척·기피·회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위원은 자기와 관계있는 사항에 관한 심의에 관여할 수 없다. 캐나다 의회의 경우는 의원강령(Members’ Code)에서 의원은 하원이나 위원회에서 다뤄질 사안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적 이익의 일반적인 성격을 신고해야 하며, 이러한 사항에 관한 논의와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도 캐나다 의회와 같은 자발적인 이해충돌 방지 제도의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300명에 달하는 의원수를 고려할 때 그것을 국회의 모든 단계의 의사결정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 법안 심사는 사실상 소위원회가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국회는 최소한 소위원회의 법안 심사 과정에서 발의 의원의 사적 이해관계 때문에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정재룡 국회 교문위 수석전문위원.



관련기사

 
  • 300인덱스
  • 청탁금지법ABC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