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왜 경자유전 원칙을 강화했을까

[the300][런치리포트-내삶을바꾸는개헌]덴마크·프랑스 등 농업선진국 '경자유전'보장…원칙 폐기한 대만은 '몸살'

해당 기사는 2017-10-18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농업 선진국들은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헌법과 법률로 보장한다. 스위스는 농업 중시 철학과 경자유전 원칙을 헌법에 명문화했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물론 일본도 농민의 농지 소유를 보장하고 소작제도를 제한하는 법 조항을 두고 있다. 국가가 농업의 고부가가치성을 인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보호한다는 취지에서다.

 

유럽의 대표적 농업선진국인 스위스는 연방헌법 104조를 통해 농업과 농민을 보호한다. 헌법 104조 1항은 "연방이 농업을 발전시키고 시장의 요구에 기여하도록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민 식량 공급', '천연자원·농촌경관 보존', '인구분산' 등의 국가 의무 사항도 농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항엔 "필요한 경우에는 자유경제의 원칙을 배제하고 농장을 지원한다"고 섰다. 스위스의 농업 철학을 강하게 담은 조항이다. 경우에 따라 농업이 경제원칙보다 위에 있다고 적시한 게 눈에 띈다. 국가기간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자유전'의 원칙은 3항 f호을 통해 공고히 했다. 3항 f호는 "연방은 농지소유를 강화하는 법률을 제정한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스위스는 농지거래 허가제, 임차인 영농의무 및 임대인 유지보수 의무 등을 담은 농지 임차법을 마련했다. 아울러 4항에 "연방은 이를 위해 농업분야 및 일반연방기금으로 조성된 전용기금을 조성한다"고 명시, 재정 지원의 근거도 마련했다.

 

스위스가 처음부터 이처럼 강한 농업·농민 보호책을 실시한 것은 아니다. 스위스는 1990년대 세계화 추세에 맞춰 농산물 수매보증을 축소하는 등 정부 개입을 대폭 줄인 '신농업정책(1992)'을 도입하기도 했다. 농산물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농가가 줄도산하고, 농가의 1/3이 겸업농으로 전락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에 개헌을 준비하던 스위스는 1996년 농업과 농민을 적극 보호하는 현재의 헌법 조항을 마련한다.

 

농산물 가격 인상 등을 우려한 일각의 저항도 있었지만 '경쟁력 있는 농업의 필요'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더 컸다. 헌법을 통해 농업에 대한 정부지원의 정당성과 방향을 확립한 스위스는 농업 생산성을 안정시키고 농민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등 농업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스위스 외에도 유럽 다수 국가들은 법률을 통해 농민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자유전 원칙은 기본이다. 낙농업으로 유명한 덴마크는 비농업인이 2ha이상 농지를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강한 농지소유 규제를 갖고 있다. 2개 이상의 농장을 소유하는 경우 농장간 거리가 10km 이내여야 하는 규정도 있다. 농지 취득 후에는 거주지를 근처로 이전해야 하는 의무도 존재한다.

 

프랑스와 독일에도 농지소유와 거래에 정부가 적극 개입한다. 두 국가 모두 농지 소유와 거래때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아시아의 농업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일본도 농지매매 허가제를 실시해 비농가의 농지소유를 규제한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들어 경자유전 원칙을 폐지한 대만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953년 경자유전 원칙을 도입했던 대만은 2000년대 농업생산성 증대 등 효율성 확보를 이유로 이를 폐지했다. 하지만 비농민의 농지 소유가 증가하자 농지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만에서는 경자유전 원칙을 재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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