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방청 국정감사. 이용호(국), 유민봉(한), 권은희(국), 박남춘(민), 이재정(민), 진선미(민), 홍철호(바), 장제원(한), 유재중(한·위원장), 조종묵(피감기관)

*소방청 국감 총평

간만에 '국정'을 '감사'한다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했다. 특별구조단 구조 시연 때문에 이날 소방청 국감에서 예정된 질의 시간은 주질의와 보충 질의 한 바퀴로 다른 날에 비해 비교적 짧았다. 그러나 소방청이 행정안전위원회 피감 기관 중 국민의 안전과 생활에 가장 밀접한 기관인 만큼 많은 의원들이 집중력 있게 정책과 조직 내부의 '적폐'에 대해 질의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과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은 논리적으로 남들은 생각지 못한 허점을 아프게 꼬집었다. 이용호 의원은 인명 구조나 화재 진압 작업에 쓰이는 손도끼의 소방청 구입 비용이 시가의 2배나 된다는 점을 '금도끼 은도끼'에 비유한 "쇠도끼가 금도끼로"라는 표현으로 인상을 남겼다. 소방공무원들이 쓰는 도끼와 랜턴을 직접 소품으로 들고 나와 주목도와 이해도도 높였다.

유민봉 의원의 경우 정부 여당의 소방공무원 증원 논리의 허점을 통계를 끌고 와 지적했다. 다른 한국당 의원들처럼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소방공무원을 증원했을 때 이들을 수용하는 데에 시설 부족 등의 문제는 없을지 근본적인 검토가 이뤄졌다. 이를 살피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구상 단계에서 증원에 대해 어떤 논리가 근거 통계로 사용됐는지부터 시작해 반박 자료를 일일이 댔다.

이에 비해 정말 반대를 위한 반대로 국감을 정치 공방으로 몰고 가려는 시도나 제대로 된 논거 없이 '~해야 한다' 식의 당위성만 갖고 피감기관을 꾸짖는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아예 대놓고 "오늘은 정책 공세를 하려 했는데 아침부터 정치 공세가 들어와서…(정치 공세를 하겠다)"고 말했다. 지지하는 정치인이 성실하게 준비한 정책 공세가 있다면 그것을 들어보고 싶어하는 것이 제대로 된 국민과 유권자가 원하는 바다.

그래도 이날 행안위 국감은 큰 여야 충돌 없이 건전한 정책 질의가 이어졌다. 생각지도 못한 비리 폭로도 이어져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 의원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특히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우재봉 소방청 차장이 지난 여름 자신이 경북소방본부장으로 재임할 때 충남과 경북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와중에 충남 천안으로 골프를 치러 갔다는 사실을 본인 입으로 폭로하게 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 소방본부에서 신고실적을 올리기 위해 부하 직원들에게 허위 신고로 신고 실적을 조작케 했다는 사실과 소방청에 등록된 비영리단체장의 방만함을 폭로했다.

같은 당의 박남춘 의원은 소방관들의 처우가 좋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소방관들의 고질병 1위가 '난청'이라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조종묵 소방청장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내용이었다.

의원들의 약진에 비해 피감기관장인 조 청장의 모습은 많이 아쉬웠다. 어쩔 수 없이 감사를 당하는 입장이니 어쩔 수 없지만 "알겠습니다"나 "시정하겠습니다"가 대답의 8할인 모습이 자신 없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소방청 내부 현황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을 못한 경우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