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국감]파행은 남 얘기..정책국감 싹 틔우는 복지위

[the300]여야 "대충 말로 때우는 사람이 없다"..野는 실정지적 與는 대안제시 부족 아쉬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복건복지위 국정감사장에서 직원들이 막바지 점검을 하고 있다. 2017.10.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새 정부 첫 국정감사 이틀째, 쟁점 상임위를 둘러싸고 심심찮게 파행 소식이 전해지지만 보건복지위원회는 다르다. 13일까지 국회서 연이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가 열렸는데 회의 진행을 위한 정회를 제외하면 '논스톱'이다. 언성을 높이느라 국감 진행이 차질을 빚은 사례도 없다.

질의는 정쟁보다는 정책질의로 채워졌다. 이른바 '문재인케어'(건강보험 보장비율 조정) 등 새 정부 국정과제에 대한 여야의 충돌은 있었지만 고성이 오가거나 막무가내식 말꼬리잡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보다 재정 추계 보완 등 정부의 내실있는 정책 실행을 당부하는 질의가 대부분이었다.

첫날 복지부 국감에서 문재인케어와 치매 국가책임제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던 여야는 이튿날 국감에서는 성형병원 등 건보 사각지대 보완, 국공립어린이집 운영,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경로로서의 동성애, 아동 가정폭력 문제, 의약품 취급, 치매 지원, 검역 등에 대한 정책질의를 이어갔다.

물론 여야의 대립도 있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청산을 강조하는 가운데 복지부의 가장 큰 적폐는 삼성물산에 대한 국민연금의 개입"이라며 "결과적으로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손해를 입으면서 수많은 국민들을 불신하게 했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자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재인정부의 적폐 쥐어짜내기가 민망할 정도"라며 "어렵게 정권을 잡은 정부가 정말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분노와 울분으로는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죽어가는 조선업을 어떻게 살리고 수출을 어떻게 늘리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어떻게 살려낼까의 담론이 주요 이슈가 돼야 하는데 여전히 우리는 세월호, 5.18, BBK 등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며 "권력을 잃은 송장에 산탄총을 쏘아대는 정치과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기동민 민주당 의원이 나섰다. 그는 "완벽한 과거 청산 없이는 앞으로 가기도 어렵다"며 "국민의 건강을 위한 대책을 추진하는 것인데 이를 놓고 적폐 짜내기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반박했다.

여야 대립과 정책제안이 믹스되는 가운데 여야의 상호 배려가 돋보였다. 양승조 복지위원장은 곳곳에서 운용의 묘를 발휘했다. 인재근 민주당 의원이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본인의 발언 시간을 모두 양보하자 양 위원장이 다음 질의 기회를 앞당겨 발언을 이어갈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고 여야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한 아동학대 피해자 어머니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 2017.10.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당 의원들이 발언시간을 더 요구할때마다 의례적으로 따라붙는 야당의 반발이나 그 반대의 경우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연이틀 심야 국감이 이뤄졌지만 해외 출장을 떠난 오제세 의원과 국감 직전 모친상을 당한 김상희 민주당 의원의 자리를 제외하고는 오래 자리를 비운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 의원은 상중임에도 이날 오후 국감장을 찾아 질의를 하기도 했다. 최다선(6선)인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도 예외가 없었다.

여당에서는 권미혁 의원의 정책분석이 눈에 띄었다. 권 의원은 첫날 박근혜정부의 보건복지분야 블랙리스트를 분석, 지적한데 이어 둘째 날에는 생리대 문제와 미용성형 병원의 건강보험 사각지대 문제를 지적하며 눈길을 끌었다. 기동민 의원은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으로 여당의 질의에 무게추 역할을 했다. 정춘숙 의원도 비례대표 다운 전문성을 보였다.

야당에서는 성일종 한국당 의원과 같은 당 김순례 의원의 내실있는 국감 준비가 돋보였다. 성 의원은 남성 에이즈 신규 감염자 숫자를 통해 분석한 정부의 동성애 관련 시각을 질책했다. 김순례 의원도 연이틀 송곳질의를 이어갔다. 경제 관료 출신인 송석준 의원은 문재인케어 재정문제 등을 연이어 지적했다.

초선 의원들의 활약에 이어 고참 급에 속하는 김명연 의원이 정부를 매섭게 질책하며 야성을 보였다. 야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도 문재인정부와 여당의 '적폐청산' 프레임에 맹공을 퍼부었다.

각종 지적과 정책제안을 받을때마다 조치를 약속하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태도도 눈에 띄었다. 박 장관은 민감한 주제의 정책제안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 보겠다"면서도 "조사를 실시하겠다"거나 "조치를 취하겠다"는 확답을 이어갔다. 궐련형 전자담배 관련 발언 등 실언에 대한 지적에는 "신중하지 못했다. 사과드린다"고 말하는 등 소탈한 태도로 국감에 임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다양한 정책제안이 이뤄졌지만 야당으로부터 이렇다 할 정부의 실정 지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직까지는 정부여당을 향한 칼날이 무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정부의 독주를 계속해서 언급하면서도 이미 제기됐던 복지재원 마련의 모호함을 제외한 추가적인 지적은 없었다.

여당으로서도 이전정부 적폐 청산이라는 큰 틀의 국감 전략은 적어도 복지위에서는 구현되지 않았다. 야당의 재정 추계 지적에 힘을 보태면서도 정부의 역할 당부 외에 추가적인 대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전 국감에서 파이터의 면모를 뽐내던 일부 여당 의원들이 말을 아끼는 모습에 "입각이나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복지위의 평화가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복지위는 내주 산하기관에 이어 19일 국민연금공단, 그 다음주인 24일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감을 예정하고 있다. 여당은 국민연금 문제를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를 거치며 형성된 가장 대표적인 적폐로 꼽는다. 건보는 야당이 정조준하고 있는 문재인케어의 핵심 고리다. 여야의 충돌이 언제든 불붙을 수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질병관리본부 등에 대한 국정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7.10.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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