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깊을수록 새벽온다"는 文대통령의 평화 '지분투자'

[the300][뷰300]주요주주로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의지

【뉴욕(미국)=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7.09.22. (사진=청와대 제공)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연속적인 도발 및 제6차 핵실험 이후 "제재와 압박을 할 때"라고 외치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동북아 평화협력 의원 외교단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북핵문제를 해결할 입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금은 미국의 강력한 대북 압박과 제재에 동의해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강조하는 문재인표 대북정책의 핵심이 '제재와 압박'에 있다고 보는 이들은 없다. 압박 역시 대화 테이블을 만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목표는 대화를 통한 남북 평화체제 구축이다. 

'제제와 압박'과 '평화'를 동시에 거론해야 하는 상황 자체는 문 대통령에게 딜레마다. 이같은 고민은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유엔총회 참석 후 귀국하던 길에서 잘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제재해도 도발하고, 더 강도 높게 제재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져선 안 되겠다"며 "하루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할 텐데 그게 큰 과제"라고 말했다. 

제재와 압박 국면이라고 해서 문 대통령은 손을 놓고 있지 않는다. 국제기구를 통한 형식이긴 하지만 어쨌든 북한에 대한 8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고, 북한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도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국면전환의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임이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북핵을 제어하지 못한 게 제재 속에서 '손을 놓고'있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대선 기간 TV토론회 및 거리연설에서 보수 정권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북핵을 속수무책으로 방치했다"고 비판한 문 대통령이다.

동시에 북핵 폐기를 주도할 수 있는 게 대한민국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북한 핵이 완성 수준에 도달한 시점에서 북한이 원하는 대화 파트너는 미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북핵 해결의 주체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은 미국에도 확실한 신호를 줘 왔다.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워싱턴 D.C로 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미국의 첨단무기 도입에 합의하는 등 실리적 이익도 확실하게 던져줬다.

북한과 미국의 대화 테이블이 형성됐을 때를 대비한 일종의 '지분투자'와 같은 모습이다. 북한에는 인도적 지원을, 미국에는 무기 판매를 해주며 한국이 대화에 지분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북핵을 한국이 100%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론적 어려움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건설해야 한다는 당위론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주주는 아니더라도 주요주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북핵은 미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해도, 한반도 평화는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고 해온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변수는 과연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올 것인가다. 연속된 핵실험과 도발을 하고 있는 현재 북한의 모습을 볼 때 아직 상상이 안 되는 그림이다. 하지만 핵이 아직 완성이 안 됐기 때문에 북한이 강한 도발을 하는 것이지, 핵개발이 막상 마무리 단계에 오면 북한이 오히려 대화를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중국이 북한 합작기업 폐쇄령까지 내리며 제재를 극대화하고 있어 '최대한도의 압박'이라는 전략이 먹힐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북·미대화의 실마리는 여전히 가느다란 수준이지만,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처럼 "블랙아웃(정전)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과의 2~3개 대화채널을 열어놓고 있다"고, 청와대는 "한·미는 대북한 접촉 채널 유지 노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리틀 로켓맨'(김정은)과의 대화는 시간낭비"라며 군사적 옵션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다시 쏟아냈지만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말폭탄' 보다는 미국 정부의 정제된 메시지를 보다 신뢰한다. 

이같은 구상이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5부요인과의 오찬에서 "안보 분위기에 대해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미 당국 모두 북핵 대화 테이블에 대해 "북한이 아무런 관심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현재가 위기가 '고점'에 가깝다는 인식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제18기 민주평통 간부 자문위원 초청 간담회에서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운 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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